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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 동원한 재벌 개혁 정치 슬로건"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을 동원한 재벌개혁 정치 슬로건'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을 통해 정부가 기업에 개입하는 이른바 '연금 사회주의'에 대한 우려다.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관훈클럽신영연구기금 회관에서 열린 『왜곡된 스튜어드십 코드와 국민연금의 진로』 출간 기자간담회에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직역하면 집사준칙이다. 누구의 집사냐 하면 돈을 맡긴 가입자들의 집사다. 그런데 지금 스튜어드십 코드는 돈 관리하는 사람들(기관·정부)의 집사 역할을 하게 됐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대통령 공약으로 나오고, 재벌 개혁과 공정경쟁 실현 수단으로 강조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29일 서울 관훈클럽 신영연구기금 회관에서 '왜곡된 스튜어드십 코드와 국민연금의 진로' 출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나남출판]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29일 서울 관훈클럽 신영연구기금 회관에서 '왜곡된 스튜어드십 코드와 국민연금의 진로' 출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나남출판]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등 기관 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장려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이다. 
 
정부는 연기금, 공제회 등 기관들이 위탁 자산운용사를 선정할 때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회사에 가산점을 주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2017년 말 기준 자산 621조원,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275곳이다. 
 
신 교수는 "국민연금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며 수익률 개선을 목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한다.
 
신 교수는 "삼성 합병에 대해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것도 잘못된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합병 전 주주명부 확정시 삼성물산 주가는 합병 발표 전보다 15~20% 상승한 수준을 유지했다. 당시 국민연금에 큰 손해가 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없었다. 또 국민연금은 제일모직의 대주주이기도 했다. 합병에 반대해서 부결된다면 제일모직 주가는 폭락한다" 
 
신 교수는 지난해 7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에서도 증인으로 출석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찬성한 것은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에 맞서 국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외경[중앙포토]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외경[중앙포토]

한국 국민연금만의 특수성도 있다. 한국의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가장 높다. 2016년 말 기준 30대 그룹의 주요계열사 주식 8.8%를 갖고 있다. 
 
세계 최대 연금인 일본의 후생성 연금보험 및 국민연금(GPIF)의 국내 주식 보유지분이 국민연금과 비슷하지만, GPIF는 투자만 전담하는 독립 행정법인으로 정부와 분리돼있다. 기금 운용도 민간 운용사에 위탁한다
 
신 교수에 따르면 2010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처음 도입한 영국은 2008년 금융위기의 책임을 묻기 위한 금융사 규제를 민간에 맡겼다. 시장의 자율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모건스탠리 회장 출신인 데이비드 워커가 총책이 됐다. 유럽연합의 직접 규제가 들어오기 전에 영국이 자율적으로 규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급하게 도입한 '대안적 선택'이 스튜어드십 코드였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영국이 2008년 금융위기를 일으킨 금융사에 대해 '대안적 선택'으로 도입한 민간 영역의 규제책"이라고 주장했다. [뉴스1]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영국이 2008년 금융위기를 일으킨 금융사에 대해 '대안적 선택'으로 도입한 민간 영역의 규제책"이라고 주장했다. [뉴스1]

미국의 경우 투자자들이 기업의 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행동주의'가 강화되면서 주식시장이 기업에 자금을 공급한다는 본 기능을 잃어버리고 기업이 번 돈을 다 뽑아가는 창구가 됐다는 주장이다. 2006년부터 10년 동안 미국 비금융기업의 순주식발행 액수는 -4조1700억 달러에 달했다. 
 
신 교수는 "자사주 매입 급증, 배당 확대 등으로 '주주 독재'가 됐고, 30년간 단기적인 주가 상승은 있었어도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가 올랐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블랙록, 뱅가드 등 세계 시장을 과점한 투자 기관과 각국의 주요 연기금이 인덱스 펀드로 갔다"며 "개별 기업은 알기 귀찮다, 주가지수만큼만 먹겠다는 투자자에게 무슨 행동주의 자격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이중성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2014년 11월 금융위원회가 코드 도입 계획을 처음 밝혔고,  2016년 중반부터 산하 민간 기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실무를 맡아 최종안을 공표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정부 허가를 받아 투표자문사업을 하는 기관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전반에 관한 컨설팅도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입법권과 행정서비스권, 사법권까지 한곳이 다 맡는 셈이다" 
 
신 교수는 "스튜어드십 코드 대신 장기 투자자에게 더 많은 투표권을 주고, 기관이 기업에 관여하는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곧바로 공시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대안이 낫다"고 말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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