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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찰만 도는 자율방범대? 여주 대신면 '군(軍)벤져스'는 달라!

경기도 여주 대신자율방범대 군(軍)벤져스 대원들이 순찰에 나섰다. 사진 왼쪽부터 홍일점 구다예(27) 하사, 남기웅(38) 상사, 민간인 김태환(38) 방범대장, 서병철(43) 상사, 조철웅(38) 중사다. 김민욱 기자

경기도 여주 대신자율방범대 군(軍)벤져스 대원들이 순찰에 나섰다. 사진 왼쪽부터 홍일점 구다예(27) 하사, 남기웅(38) 상사, 민간인 김태환(38) 방범대장, 서병철(43) 상사, 조철웅(38) 중사다. 김민욱 기자

밤엔 바뀌는 '셰브런' 부사관 계급장
 
하늘을 가르는 독수리 날개를 닮은 셰브런(chevron) 부사관 계급장 대신 무궁화를 단다. 낮에는 군인으로 국토를 지키고, 밤에는 자율방범대원으로 동네 치안에 힘쓴다. 경기도 여주시 ‘대신자율방범대’ 이야기다.
 
대신면은 인구 7926명(올 2월 기준)의 꽤 큰 농촌 마을이다. 면적은 무려 75.9㎢에 이른다. 서울 강남(39.54㎢)·송파(33.88㎢)를 합친 면적(73.42㎢) 보다 넓다. 하지만 대신면의 치안을 맡은 여주경찰서 대신파출소 근무인력은 달랑 8명. 단순계산하면 파출소 근무자 한 명당 맡은 인구와 면적은 각각 991명, 9.5㎢다.   
 
하지만 치안 공백은 크지 않았다. 대신면에는 육군 제20사단 예하 부대가 주둔해 있는데 현역 부사관들이 자율방범대원을 자처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1년 부대의 근무지가 대신면 바깥으로 변경되면서 부사관들의 자율방범대 참가가 어려워지면서 수년 간 이어져 온 맥이 끊겼다.
여주 대신면 면적은 서울 강남, 송파를 합친 것 보다 넓다. [자료 네이버지도]

여주 대신면 면적은 서울 강남, 송파를 합친 것 보다 넓다. [자료 네이버지도]

 
끊겼던 맥이 다시금 이어진 것은 20사단 소속의 조철웅(38) 중사의 역할이 컸다. 선배들이 자율방범대원으로 활동하며 지역에 큰 보탬이 된 것을 봐 왔던 조 중사는 “주민에 대한 봉사를 멈춰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중단 2년 만인 2013년 서병철(43)·남기웅(38)상사를 비롯해 주환정(36)·김정수(28) 중사, 구다예(27·여) 하사 등 6명과 함께 자율방범대원을 자처했다. 이들은 모두 20사단 소속이고, 주 중사만 7군단 소속이다. 홍일점인 구 하사는 축구선수 출신이다. 현재 대신자율방범대원 30명 중 20%가 부사관으로 채워졌다.
 
'군(軍)벤져스'가 떴다~
 
대신자율방범대는 3인 1조로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활동한다. 인적이 드문 지역 순찰부터 음주단속 지원, 실종 신고된 미귀가자 수색 등 다양한 임무를 맡고 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주민의 수습도 돕고 지난해에는 택시강도를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마을 축제 때 교통정리 일에도 나선다. 조 중사는 “낮에는 군인 밤에는 경찰인 ‘주군야경(晝軍夜警)’ 생활인데 마을 지키기가 곧 나라를 지키는 길 아니겠냐”고 힘줘 말했다. 
여주 대신자율방범대원들이 음주운전 단속현장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 조철웅 중사]

여주 대신자율방범대원들이 음주운전 단속현장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 조철웅 중사]

 
대신파출소 직원들과 주민, 자율방범대원들은 이들을 군(軍)벤져스(인과 영화 속 슈퍼히어로 팀 명칭인 어벤져스가 더해진 말)라고 부른다. 양태현(경감) 대신파출소장은 이들의 활동에 엄지를 척 들어 올린다. 지역주민들도 “범죄예방 효과가 확실히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이 다시 활동하면서 범죄발생 건수도 줄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대신면 내 발생한 절도·폭행 사건은 23건으로 2012년 30건보다 7건(23.3%) 줄어들었다. 다른 농촌·도시지역과 비교하면 범죄예방 효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일반자율방범대만 활동했던 2012년 한해 절도·폭행 사건은 ▷대신면 30건 ▷N면 15건(N파출소 관할·인구수 6817명) ▷J·Y동 323건(H지구대 관할·인구수 4만2622명)이다. 지난해에는 각각 ▷대신면 29건▷N면 24건 ▷J·Y동 469건으로 집계됐다. 단순 비교하면 범죄 발생 건수가 대신면은 소폭 줄어든 반면, N면은 60% J·Y동은 45.2%씩 각각 증가했다. 
부사관이 포함된 여주 대신자율방범 대원들이 여주경찰서 대신파출소 직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민욱 기자

부사관이 포함된 여주 대신자율방범 대원들이 여주경찰서 대신파출소 직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민욱 기자

 
 
안타까운 순간도… 
 
2014년의 일이다.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 모 골프장 인근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났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음주운전 사고였다. 차에 치인 노인은 크게 다쳤다. 급하게 현장에 도착한 부사관 자율방범대원들은 119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계속했다. 이후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유족들은 갑작스런 슬픔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줘 고맙다”며 대원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한 가출인을 찾으려 야산 등지로 수색에 나섰지만,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한 주검으로 발견됐을 때에는 안타까움도 삼켜야 했다.  
부사관 계급장은 비상하는 새의 날개처럼 꺾여 있다. [사진 네이버]

부사관 계급장은 비상하는 새의 날개처럼 꺾여 있다. [사진 네이버]

 
대신자율방범대가 사용하는 순찰차(기아 로체)는 수년 전 주민들이 십시일반 낸 후원금으로 마련했다. 평소 방범대의 활동에 고마움을 느껴 10만원, 20만원씩 지갑을 열었다고 한다. 고구마 농사를 짓는 김태환(38) 대신자율방범대장은 “군과 민간의 훌륭한 상생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여주=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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