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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김태호PD 인터뷰…“무한도전, 돌아온다면 '마블'처럼”

3월 30일 오후.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티타임을 가진 김태호 PD [사진 MBC]

3월 30일 오후.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티타임을 가진 김태호 PD [사진 MBC]

 
31일 현 시즌 무한도전의 마지막 이야기를 앞두고 김태호 PD가 30일 오후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티 타임(Tea time)’을 가졌다. 사실 말이 ‘티타임’이지, 통신사ㆍ일간지 및 인터넷 연예매체 등 50여명의 취재진이 참여해 기자간담회 내지는 기자회견 같았다. 이날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이 다시 돌아온다면 '마블'의 세계관처럼 큰 이야기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형태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현장의 분위기와 김태호 PD의 생각을 그대로 전하려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정리한다. 티타임은 김 PD가 간단히 소회를 밝힌 후 질의응답으로 이어졌다.

 
“무한도전이 처음 저희가 시작할 때는 정해진 것 없었다. 기존 방송 화법으로 봤을 때는 부적합해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서, 정해진 것 없이 좌충우돌 이야기를 가져왔다. 그러다 2008년 이후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되면서 처음 시작과 달리 지켜야 할 룰도 생기고, 카테고리가 생기면서 그 안에서 놀아왔던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뭔가 큰 변화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고민했었다. 중요한 건 방송이 나왔을 때 시청자분들께 얼마나 더 만족감 높은, 그리고 제작진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전달하느냐였다. 익숙해지면서 그 안에서 신선도를 찾아가기가 쉽지 않았던 상황이 있었는데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보완해볼까 고민도 많이 했었다. 멤버들과 13년간 함께 하다 보니 가족처럼 알고 있는 정보들, 알고 있는 성향들이 많다 보니 초반에 비해서 '좌충우돌'이나 보지 못했던 모습을 발견하는 게 많이 줄었다. 나 때문에 스토리가 뻗어나가지 못하는가 생각도 들었다.
어제 마지막 녹화장에서 멤버들도 '갑작스럽다' 표현 쓰던데 저나 멤버들에게 지난 3개월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외적으로 갈등이 있어서 멈추는 건 아니고, 처음 말씀드렸다시피 어떻게 하면 좋은 모습의 방송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1등 예능도 좋지만 한 회 한 회 특별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송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서 마지막 인사를 드리게 됐다. 말을 제가 너무 두서없이 해서 죄송하다(웃음) 속도를 천천히 해야겠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말을 좀 또박또박하라고 할 때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웃음)"
 
이후 행보에 대해 말씀해달라
“무한도전2로 6개월 뒤에 돌아오겠다” 이렇게 정해져 있다면 이렇게 멈출 이유가 없다. 확실하지 않아서 그 시간을 갖고 싶은거다. 저희가 파업 때문에, 그리고 원해서 두 달간 쉴 때도 있었지만 그 방점이 ‘무한도전으로 돌아온다’에 찍히니까 그 기간이 일주일이건 6개월이건 준비하는 시간이 힘들더라. 그 틀을 벗겨놓고 생각을 자유롭게 하고 싶다.예전에 무한도전 처음 발령 받았을 때 가장 많이 도움을 받았던 책이 ‘파리대왕’이다. 불시착한 섬에 소년들이 살아남으면서 인간의 본능과 갈등을 그린 이야기다. 그걸 보면서 무한도전 멤버들과 크게 다를 게 없구나 생각했다. 지금 내 안의 모든 인문학적 소재를 탈탈 털었다. 개인적으로는 탈탈 턴 다음 건조기에 넣어서 건조까지 끝난 상태다(웃음). 비어 있는 이 느낌을 채우고 싶다. 그런 다음 MBC에서 이걸 해도 좋겠다 승인이 떨어지면 다시 이 자리에서 인사 드릴 수 있지 않겠나.
다른 회사로 이적은 고려하지 않나
여기서 다시 인사드린다고 했지 않았나요 제가?(웃음) 제가 tvN 가는데 여기서 인사드릴 수는 없지 않나요(웃음). 일단 13년 동안 아내, 가족과 저녁 밥을 먹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저녁밥도 가족하고 먹고, 저희 아들 한글 공부도 시키고 싶다. 세계문학 전집도 읽고. 그리고 제가 이동 중에 하는 버릇 중 하나가 구글 세계지도 보면서 가고 싶은 곳 찍어놓은 건데, 그렇게 찍어놓은 곳도 여행가고 하면서 이야기를 채우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MBC 간판 예능 무한도전 [사진 MBC]

MBC 간판 예능 무한도전 [사진 MBC]

그간 무한도전에 대한 기준이 너무 엄격해서 억울한 적은 없었나.
2010년 이후 왜 무도만 이렇게 타이트하게 보시지 서운한 적은 많았다(웃음). 최근 들어서는 그게 다 무한도전의 일부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받아들이려 했다.
예능임에도 사회적인 이슈를 많이 담았던 것 같다.
처음 무한도전을 맡았을 때 기획의도에 모호한 표현들이 많았다. 2% 부족한, 혹은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는. 그 의미를 찾으려 2005년 겨울부터 그다음 해 봄까지 스튜디오에서 '무리한 도전'으로 이어가면서 캐릭터를 찾아 나갔다. 그게 큰 사랑을 받았는데 지금은 그 부족함과 평균 이하는 이미지가 많이 사라진 것 같다. 그때부터 부족한 사람들의 개인적인 도전이 아니라 예능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형식의 도전을 해보자 생각했다. 너무 계몽주의적으로 보여서 비판하는 분들도 많았지만 1년에 한 번 정도는 우리의 어떤 임무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회와 고민해볼 만한 문제들을 결론내기보다는 그저 화두를 던지려고 노력했다.
멤버들과 종영에 관해 이야기 나눈 게 있느냐
멤버들도 저도, 돌아올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무도가 관성으로 만들던 특집들이 분명 있었고 그걸 멈춘거다. 저희가 돌아오려면 보여드릴 수 있는 총알이 많아야 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멤버들과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3월 30일 오후.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티타임을 가진 김태호 PD [사진 MBC]

3월 30일 오후.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티타임을 가진 김태호 PD [사진 MBC]

최근 눈여겨 보는 예능은 있느냐
최근에 딱 눈에 들어오는 예능은 많이 없는 것 같다. 그저 2005년에는 오디션들이 큰 사랑 받으면서 그럼에도 어떻게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사랑받을 수 있을까 생존 전략을 많이 고민했다. 2013년부터는 관찰예능이 훨씬 더 리얼한 예능이 됐다. 그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또 헤쳐나갈까 고민했다.  
제일 뿌듯했던 기억은?
제일 뿌듯했던 거...아쉬웠던 건 많이 기억에 남는다(웃음). 큰 특집을 지향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특집들이 있었다. 배달의 무도나 역사 특집 같은 것들. 이런 특집은 하고 나면 이번주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록 다음주가 두려웠다. 큰 특집을 하고 나면 소진 돼서 그 다음주 특집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의도는 좋았으나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서 아쉬웠던 것도 있었다. 예를 들어 '여섯개의 시선' 특집은 영화 '오 수정'처럼 극을 촬영하듯 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같은 상황을 6명이 동시에 볼 수 있을까 파헤치다보면 재밌지 않을까. 구글 안경을 구해서 시선을 담아보려 했는데 잘 안 돼서 결국 모자에 카메라를 달고 촬영했던 게 결과적으로 망작이 됐던 게 기억난다.
멤버들 각자에게 한마디씩 해준다면?
이 프로그램이 13년이 갈지 몰랐지만 박명수 씨가 끝까지 할 거라는 생각도 못했다(웃음). 박명수도 본인 색깔 잃지 않고 지금까지 무한도전 같이 와줘서 감사드린다. 워낙 또 기복이 심하신 분이라 저희가 더 활용해서 큰 웃음 드렸어야 되는데 저희 일이 많아서 그걸 놓고 있었던 건 없었나 죄송스럽기도 하다.
정준하 씨도 상당히 마음이 섬세해서 가끔씩 작은 거에도 상당히 슬퍼하고 눈물도 많은 캐릭터다. 그런데 일일이 신경쓰지 못하고 묻어두고 왔던 것들이 죄송하다. 형돈이도 잠시 종방연에서 인사하고 갔는데 아직도 갖고 있는 아픔에 대해서 조금 더 일찍 챙길 걸 생각이 든다.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하하 씨는 축구로 보면 미드필더 역할이다. 공도 배급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유재석 씨와 함께 했는데 노력과 공에 비해 과가 적었던 것 같아서 제일 고맙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렇다.
홍철 씨도 나름 무한도전을 위해 큰 공을 세우다가 하차했지만 여전히 무한도전에 대한 사랑이 여전한 것 같다. 세형 씨는 마음 아픈 멤버 중 한 명이다. 세형 씨는 처음부터 너무 잘해서 필요해서 초대했던 인물이지만 드러내놓고 '우리 멤버입니다' 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미안하고 지난 2년간 세형씨 덕분에 든든했다. 세호씨는 그제 인사하면서 어떻게 보면 자기는 지난 10년을 무도에 들어오기 위한 마음으로 살았다고 하더라. 지금 짧은 여행을 했다고 하는데, 본인은 칭찬만 받다가 딱 멈춰서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MBC 간판 예능 무한도전 [사진 MBC]

MBC 간판 예능 무한도전 [사진 MBC]

 
향후 거취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콘텐츠 제작사 100억 제안설도 있었는데.
그런 얘기를, 5~6년 전 PD들이 JTBC로 갈 때부터 많이 들었었는데, 제작사를 차려주겠다는 얘기도 있었고. 그때도 지금도 저는 그냥 무한도전에서 일하는 PD로서만 생각했다. 오히려 저는 반대로 타사로 간 후배들이나 작가분들이 회사를 자랑하면, 그 자랑거리를 MBC로 옮겨올 수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아직은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큰 유혹은 없었던 것 같다(웃음).
제안은 많이 받았느냐.
제안 받은 건 예전에도 제가 얘기를 했었다. 최근에는 연락 받은 적은 없다. 제가 너무 콧대 높게 보였는지(웃음). 어제인가, 누가 '너 YG 간다더라'고 하길래 '그럼 내가 빅뱅 역할을 해야 하나' 생각했다(웃음). 저는 지금 당분간은 일단 가정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아까운 특집은 없었느냐.
최근 것 중에서 면접의 신 특집을 준비하면서 30개 넘는 기업 인사과 담당자들과 인터뷰하고 한달 넘게 준비했다. 그런데 무한도전이라느 틀로 담다 보니 기획의도가 안 담겨서 아쉽고 서러웠다. 게임회사의 독특한 인사 채용, 주류회사의 인사 채용 등 이런 건 다른 시즌제 방송이면 훨씬 더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 컬링 특집. 저희가 컬링 선수들 섭외하면서 무한도전에서 했던 컬링 아이템들과 타사에서 했던 컬링 아이템을 다 뒤져보고 다른 게 뭐 없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현장에서도 녹화를 많이 진행했는데 결과적으로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선수 토크하고 컬링 경기만 보여드렸다. 그러다보니 시청자들께서 고민 없이 컬링 한판하고 끝났네 하고 생각하셨는데 아쉽더라. 무한도전이 주는 장점이 있지만 무한도전 틀이 주는 한계도 있어서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다른 예능 중 장수프로그램이 될 것 같은 예능이 있나.
요즘 워낙 대중매체에서 연령을 뛰어넘어 모두에게 사랑 받는 예능을 만들기가 어려워진 것 같다. 쉽게 얘기할 수 없지만 앞으로 주어진 시간 동안 잘 챙겨보겠다. 딱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아직 없는 것 같다.
현재는 새로 구상한 프로그램은 없나.
그런 게 있었다면 막연하게 쉬겠다고 안 하겠지. 고민해봐야겠다.  
대략의 큰 그림은?
최근에 후배들과 얘기하던 중 무한도전이 이렇게 가면 어떨까 하는 후배들이 많았다. 최근 마블 10주년을 보면서, 마블처럼 원래 이야기가 있고, 각 특집별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거다.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가지만 전체적으로는 이어지는 마블의 세계관을 가져오면 안 될까 하는 생각들. 그래서 전체적인 틀은 고민하고 갖고 가겠지만 그걸 현장에서 구체화하는 건 후배들이 하면 좋겠다 생각했었다. 다만 세계관을 같이 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 같고 멤버들과 지내봐야 함께 이해할 수 있지 않겠나. 그래서 앞으로 무한도전이 돌아온다면 그런 시스템이 되지 않을까.  
 
[포토]아쉬움 느껴지는 '무한도전' 마지막

[포토]아쉬움 느껴지는 '무한도전' 마지막

나영석 PD와 비교가 많이 된다. 나영석 PD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워낙 본인 색깔을 잘 살려서 여러 프로그램을 잘 하고 있는 분이다. 그래서 궁금한 건 인센티브를 얼마나 받았는지 궁금하고(옅은 미소). MBC에서도 많은 후배 PD들이 역량을 갖춰가는 상황이니까 또 다른 브랜드 PD가 많이 나올거라 생각한다.  
무한도전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기대에 못 미쳐서 죄송하다는 마음이 크다. 촬영하면서도 정말 재밌는 특집들은 빨리 보여드리고 싶어서 안달난 적도 있는데, 재미 없는 건 재미 없는데도 재미있는 것처럼 예고 만들고 방송을 내야하는 그 순간이 참 어려웠던 것 같다. 멤버들도 이 안에서 너무 큰 성장을 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려고 했다. 항상 기다려주고 기대해주고 사랑해줘서 고맙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달라.
제가 중언부언 말을 길게 재미없게 해서 죄송하다(웃음). 간단하게 줄이면 앞으로도 MBC에서 인사 드리겠다, 다른 데 안 간다, 무한도전 시즌2는 저도 하면 좋겠다, 그리고 최근 찌라시 등에 나왔던 것처럼 유재석 씨와는 사이가 틀어지지 않았다. 이 문장이면 끝날 문제를 길게 하느라 죄송하다(웃음). 유재석 씨는 본인의 예능 철학이 있다. 쉽게 타협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타협하지 않는다. 쉽게 토크쇼를 한다든지 이런 건 본인이 허락하지 않는다. 남들이 보기에 더뎌 보일 수도 있지만 제가 본 예능인들 중에서는 가장 많이 노력하고, 준비하는 분 같다. 유재석씨 외에도 앞으로 저희 멤버들 많이 응원해달라. 우리끼리는 목요일날 당분간은 볼 것 같다. 다음에 정말 자신 있게 보여드릴 수 있는 게 있을 때 이 자리에 서서 다시 인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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