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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김정은을 외교 달인으로 키운 참모들

  
▶이용호=북한 외무상. 1994년 북ㆍ미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낸 협상 과정에 참여한 협상 베테랑. 북한 외무성 내에서 핵ㆍ군축 담당 부국장을 지낸 대미외교통.
▶김영철=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천안함 사건 주범으로 알려져 있으나 1990년 9월 인민군 소장으로 남북고위급회담 대표단에 참석하는등 노련한 협상가이기도 함.
▶이수용=북한 노동당 국제부장.김정은이 스위스 베른에서 유학하던 시절 후견인을 맡은 스위스 대사 출신. 대 유엔, 유럽, 그리고 중동 외교에 능함.
▶최강일=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 94년 북ㆍ미 제네바 합의 때 협상 실무자로 참석한 이후 24년간 북핵 문제를 다룬 북ㆍ미 협상 전문가.
 
VVIP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박승희입니다.
일요일인 지난 25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베이징 방문은 극적이고, 기발했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행보였습니다. 이 한 수로 비핵화를 매개로 한반도에서 벌어질 외교전은 남북한과 미국이 참여하는 3차 방정식에서 중국ㆍ러시아도 끼어들 고차 방정식으로 복잡해졌습니다.  
장기로 치면 김정은-트럼프 협상에서 김정은은 더 이상 외로운 게이머가 아니라 시진핑이라는 든든한 훈수꾼을 등에 업은 셈입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선 달가운 상황이 아닙니다. 변수와 등장인물이 많아진다는 건 협상이 그만큼 복잡해질 수 있어서입니다. 청와대 인사의 말대로 “텔레비전 코드 뽑듯이, 코드를 뽑으면 텔레비전이 꺼지듯이, 일괄타결을 선언하면 비핵화가 다 끝난다”고 생각할 수 없는 겁니다. 서른네살의 김정은을 ‘외교 달인’으로 만든 건 위에 열거한 북한의 외교 참모들입니다. 시진핑과의 만남에서도 김정은 옆에 앉아있던 사람들입니다(최강일은 제외).
경력에서 보듯이 김정은을 둘러싸고 있는 외교 참모들은 28년 전의 남북 협상 대표, 24년 전의북미 협상 대표들입니다. 노태우ㆍ김대중 정부를 상대했으며, 아버지부시 정부에서부터 클린턴 행정부를 거쳐 오바마 행정부까지 상대해본 닳고닳은 베테랑 협상가들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들이 김정은을 북미 정상회담으로 인도하고, 베이징행으로 인도한 겁니다. 앞으로도 이들은 트럼프 사람들을 상대로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로버트 갈루치 전 특사,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 등 북미 협상의 역사를 들먹이며 현란한 외교 게임을 펼칠 겁니다. 집권 7년동안 살벌한 숙청일지를 써오면서도 김정은은 외교분야에서만큼은 할아버지, 아버지 적 사람들의 지혜를 빌리고 있습니다. 간단한 북한이 아닌 겁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비공개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갖거나 외국을 방문한 것은 2012년 4월 권력을 잡은 뒤 처음이다. 김 위원장 뒤로 이수용 이용호 최용해 등이 보인다 (중국CCTV 캡처) 2018.3.28/뉴스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비공개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갖거나 외국을 방문한 것은 2012년 4월 권력을 잡은 뒤 처음이다. 김 위원장 뒤로 이수용 이용호 최용해 등이 보인다 (중국CCTV 캡처) 2018.3.28/뉴스1

 
트럼프의 미국은 정반대입니다. 마이클 플린을 시작으로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도 내쫓고, 틸러슨 국무장관도 내쫓았습니다. 예측 불가능은 인사(人事)에서만 그치지 않습니다. 한미 FTA 타결 직후 “미국과 한국 노동자들을 위한 위대한 합의”(3월28일)라고 했던 트럼프는 하루 뒤인 29일 “(한미 FTA 개정협상 타결을)북한과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연기할 수도 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한미FTA를 느닷없이 북미 비핵화 협상과 연계하는, 듣도보도 못한 선택을 한 겁니다. 공교롭게도 트럼프의 발언은 남북한이 판문점에서 만나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직후 나왔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김정은이 핵 야욕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거칠게 표현하면 김정은과의 협상을 앞두고 한국 정부를 인질로 삼았다는 얘깁니다. 역대 어느 한국 대통령도 이런 스타일의 미국 대통령을 파트너로 맞은 일은 없습니다.  
송원석 미주 한인 풀뿌리 컨퍼런스 사무국장은 트럼프를 이렇게 분석합니다. “트럼프에게 정치적, 경제적 정책에 따른 손익이나 사실 관계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대중이 원하고 본인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소리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수의 대중은 대통령이 하는 말이 옳고 그른지 사실 관계를 따지기보다 그 순간에 들은 얘기를 기억하고 평가한다. 복잡하지 않은 트럼프의 셈법과 스타일에 예상보다 많은 보수층 지지자들이 환호한다” (http://news.mt.co.kr/mtview.php?no=2018032614467677259).
 
한반도의 운명을 책임지고 운전대에 앉은 문재인 대통령이 상대할 사람들은 이처럼 치밀하거나, 변화무쌍합니다. 어쩌면 핵을 가진 북한이나, 군사 옵션을 가진 미국은 우리가 협상에서 상대하기에 버거운 ‘갑(甲)’들일 수 있습니다. ‘을(乙)’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도 동원할 수 있는 경륜과 지식, 자료들을 있는대로 끌어 모아야 합니다. 따지고 보면 내세울만한 자원이 없고, 자본이 없었던 우리가 1인당 국민총소득(GNI) 2만9745달러 국가가 된 건 ‘사람’ 덕분이었습니다. 그 사람을 활용해야 합니다. 보수의 사람·진보의 사람을 나누는 것,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것들로 축소 지향의 정치를 하기에는 4월과 5월의 외교대전은 너무 엄중합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우리가 견뎌야 할 한반도의 겨울은 또 얼마나 길고, 엄혹할지 모릅니다.  
 
독자 여러분. 중앙SUNDAY는 이번 주말 스페셜리포트로 ‘위기의 보수를 진단’합니다. 최장집 교수가 본 보수, 복거일 사회평론가가 본 보수를 담았습니다. 미투 운동의 출구로 한국여성변호사회 변호사들의 집단 지성을 정리한 ‘포스트 미투-예스가 예스다’ 특집, 부활절의 의미를 짚어본 홍정길 목사 인터뷰도 주말동안 읽는 의미를 드릴 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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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