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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꿈과 트럼프의 꾀가 부딪치는 '아름다운 섬'

원톱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장기집권은 쉽지 않은 명제다. 중국공산당 일당독재 정당성의 기반인 경제는 녹록치 않다. 두 자리수 성장은 옛말이고 이제는 잘해야 6~7% 정도다. 시진핑은 이를 ‘중고속 성장’, ‘뉴노멀’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고도성장을 달리던 휘황과 화려화려와는 거리가 멀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확산에 힙입어 중국 사회는 점점 더 다원화되고 있다. 어지간한 성인이라면 시진핑의 연임제한 철폐가 1인 독주의 마오쩌둥 시절과 오버랩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장기집권의 확고한 정당성을 보여줘야 한다.  
이 정당성,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중국 양회(兩會) 때 일이다. 시진핑의 전략 책사인 왕후인 정치국 상무위원이 가운데 앉아 있다. 양회 때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지역 대표단을 나눠서 만난다. 리커창 총리는 광시 대표단과 접견을 하고 왕양 정협 주석은 소수민족 대표단을 만나는 식이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관리해야 하는 총리로선 해상 실크로드가 출발하는 광시장족자치구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함의가 깔린 만남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6일 왕후닝 정치국 상무위원(가운데)이 전인대 홍콩대표단과 접견하고 있다. [사진=중국 국무원 신문중심]

지난 6일 왕후닝 정치국 상무위원(가운데)이 전인대 홍콩대표단과 접견하고 있다. [사진=중국 국무원 신문중심]

  
왕후닝은 지난 6일 홍콩 대표단을 접견했다. 홍콩 언론 반응을 보면 당시 홍콩대표단은 그 자리에 왕후닝이 나올지 예상 못했던 모양이다. 일설에선 이날 행보로 볼 때 왕후닝이 홍콩ㆍ마카오 정책을 총괄하는 조타수가 될 것이 분명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왕후닝은 이 자리에서 일국양제의 원칙과 방향을 재확인하는 한편 홍콩인들의 국가의식과 정체성 강화에 방점을 뒀다. 다른 사람이 했다면 매년 나오는 같은 얘기로 들리지만 상대가 왕후닝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왕후닝은 시진핑의 대외 전략의 청사진과 로드맵을 그리는 그야말로 전략 책사이기 때문이다.     
일국양제를 통한 홍콩 통합 문제는 중국과 홍콩만의 문제가 아니다. 홍콩의 민주주의 정착 여부 등이 국제적 관심사인데다 중국에겐 특히 향후 대만과의 통일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 밑바탕이다. 이 때문에 시진핑 주석의 책사인 왕후닝이 이 사안에 관여한다는 것은 21년째를 맞은 일국양제가 새로운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시진핑 집권 2기에 특히 자치권을 강하게 주장하는 홍콩과의 정치적 통합의 큰 가닥을 잡아 대만 통일이라는 빅픽처를 가시권에 두겠다는 포석 아닐까.     
 지난 17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국가주석과 부주석 등을 선출하는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차 회의 5차 전체회의가 열렸다. 국가주석에 재선된 시진핑(習近平)주석이 전인대 대표단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이날 회의에서는 시 주석과 왕치산(王岐山) 부주석,리잔수(栗戰書)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선출됐다. [사진=중앙포토]

지난 17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국가주석과 부주석 등을 선출하는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차 회의 5차 전체회의가 열렸다. 국가주석에 재선된 시진핑(習近平)주석이 전인대 대표단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이날 회의에서는 시 주석과 왕치산(王岐山) 부주석,리잔수(栗戰書)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선출됐다. [사진=중앙포토]

 
이번 양회에서 시진핑은 ‘국가주석직 연임제한’ 조항을 삭제하고, 이른바 시진핑 사상을 헌법에 삽입하는 개헌에 성공해 ‘1인 장기집권 체제’의 법적인 토대를 마련했다.
 
시진핑 사상을 헌법에 끼워넣었으니 그럴싸하게 내용을 채워야 할텐데 문제가 간단치 않다. 마오쩌둥은 카리스마적 권위로 일인 독주체제를 요리했다. 예측 불가능한 일인 독주체제의 폐해에 진절머리가 날만했던 덩샤오핑과 그의 후계자들은 눈부신 경제 성취와 국제적 영향력 확대에서 비롯된 성과를 앞세워 덩샤오핑 스타일의 집단지도체제를 이끌었다. 이제 다시 마오 스타일의 일인 독주 채비에 나선 시진핑은? 전인대 폐막날 속내를 거의 드러냈다.
시진핑, '100년 치욕' 종결자 야심  
전인대 폐막식 연설에서 시 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에 힘을 줬다. 이 말의 의미는 대만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대만 정가는 바짝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민족과 부흥을 얘기하면서 대륙과 대만의 통일을 통한 ‘원 차이나’의 완성이 빠질 수 있겠나. 대만 통일은 ‘100년 치욕’의 종결자로 시진핑을 부각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는 소재다. 문제는 대만과의 통일의 현실은 민족과 부흥으로 채색된 낭만적 감상 차원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불침항모로 불리는 대만과 중국 대륙. 대만은 일본~한반도~동남아~인도양으로 이어지는 미국의 인도·퍼시픽 전략의 중간고리에 위치하고 있어 전략상 위상이 높다. [사진=셔터스톡]

불침항모로 불리는 대만과 중국 대륙. 대만은 일본~한반도~동남아~인도양으로 이어지는 미국의 인도·퍼시픽 전략의 중간고리에 위치하고 있어 전략상 위상이 높다. [사진=셔터스톡]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의 의중을 모를 리 없다. 대만은 근대의 여명기에 포르투갈어로 ‘아름다운 섬’이란 뜻의 포르모사로 불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이 아름다운 섬의 대만 관리들과 미국 관리들의 상호 교류를 촉진하는 대만여행법에 서명했다. 이 법이 발효되면서 고위급 관리들의 교류는 물론 군 인사들의 상호 방문도 빈번하게 일어나게 된다.  
대만여행법 발효로 군사 교류 물꼬 
실제로 봇물이 터지는 양상이다.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지난 28일 타이베이에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을 만나 대만의 국제사회 참여 방안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앞서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와 이언 스테프 상무부 제조업담당 부차관보가 대만을 찾았다.    
  
일각에선 무역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비경제성 대중 압박 카드는 다 던지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미중의 전략 대결은 구조적인 문제이고 시진핑의 꿈인 ‘100년 치욕’ 종결자가 되는 것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꿈과 맞부딪친다.
 
대만 통일 문제는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과 핵심 안보이익에 결부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대만을 통일하면 중국의 해상 투사력은 대만해협을 넘어 동ㆍ남중국해와 서태평양 깊숙한 곳까지 확장된다. 이 해역은 미국의 서태평양 제해권의 핵심 수역이다. 미국의 안보 전략과 결정적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이런 구조적 충돌 구도는 국제정치 이론의 하나인 공세적 현실주의적 관점이 비교적 잘 설명해준다. 미국의 안보 전략은 유럽과 아시아에 강력한 지역 패권 국가가 등장하지 않도록 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지만 중국은 이를 극복하려고 도전한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주최한 강연에서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정면 스크린 오른쪽)가 박인국 재단 사무총장(스크린 왼쪽)과 토론하고 있다. 이날 강연에는 1000여명에 이르는 청중이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강연장에 들어오지 못한 200여명의 청중은 로비에 마련된 TV를 통해 현장 중계를 지켜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강연과 토론 전 일정을 경청했다. [사진=차이나랩]

지난 20일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주최한 강연에서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정면 스크린 오른쪽)가 박인국 재단 사무총장(스크린 왼쪽)과 토론하고 있다. 이날 강연에는 1000여명에 이르는 청중이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강연장에 들어오지 못한 200여명의 청중은 로비에 마련된 TV를 통해 현장 중계를 지켜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강연과 토론 전 일정을 경청했다. [사진=차이나랩]

 
지난주 서울을 방문한 공세적 현실주의 이론의 창시자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는 “강대국은 지역의 패권국이 되는 것과 다른 나라가 자신이 장악하는 지역에서 경쟁자로 부상하지 못하도록 안보의 틀을 짠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론은 5가지 가정을 전제로 한다.  
 
① 국가라는 합리적 행위자는 전략적으로 국가목표를 추구한다
② 그런데 국제정치는 무정부 상태이기 때문에
③ 생존이 목적인 국가라는 행위자는
④ 상대의 의도를 모르기 때문에
⑤ 저마다 군사적 역량을 키우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가정이 모두 참이라면 능력이 되는 나라는 패권을 추구하고 최소한 자국이 속한 지역 내 패권이라도 장악하려 한다는 것이다. 역내 패권을 장악한 강대국은 필연코 다른 지역의 이익을 넘보려 하기 때문에 한 지역의 패권국은 다른 지역에 경쟁 패권국이 등장하지 못하도록 견제와 압박을 가해 비교 우위 아래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정과 추론은 미국이 지난 100년간 세계 패권을 장악해 유지하는 과정을 상당히 잘 설명해준다는 것이 미어샤이머 교수의 주장이다. 미국이 20세기 들어 빌헬름 2세의 독일제국, 군국주의 일본, 히틀러의 독일과의 싸움에 잇따라 참전한 것도 이런 메카니즘이 작동했다는 게 미어샤이머 교수의 이론이다. 
요컨데 중국도 인도양~남중국해~동중국해~한반도에 대한 패권을 장악하면 반드시 카리브해에 나타나 미국의 안방을 넘보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패권국인 미국은 절대로 중국이 이 지역을 거머쥐지 못하도록 봉쇄하고 고립시키는 것을 전략 목표로 삼게 된다. 봉쇄와 고립의 포위망은 한반도에서 시작해 대만해협~동남아의 믈루카 해협과 서인도양 해역에 걸쳐 펼쳐진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미·중간에는 전쟁 가능성보다는 긴장이 고조됐다가 완화되는 양상이 반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갈등 지점은 동중국해, 남중국해와 한반도와 대만으로 꼽았다.  
 
대만 통일이 민족과 부흥으로 어우러진 낭만이 아니라 패권국과 패권 도전국이 펼치는 강대강 충돌의 현실인 것이다. 말처럼 쉽지 않은 얘기란 말이다.
시진핑의 장기집권의 명분이자 목표인 대만 통일은 이렇게 갈길이 먼 얘기다. 하지만 개헌까지 내달려버린 시진핑으로서도 물러설 여지가 별로 없다. 따라서 앞으로 대만해협의 파고는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에 갇혔다.    
중국 대륙 시각에서 본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그리고 인도양 지도 [사진=셔터스톡]

중국 대륙 시각에서 본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그리고 인도양 지도 [사진=셔터스톡]

 
게다가 좀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진행되는 트럼프 너머의 미국의 패권전략이 앞을 막아서고 있다. 홍콩 등 해외 중화권 언론에선 대만여행법이 올들어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미국의 인도ㆍ퍼시픽 전략과 맥이 닿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인도ㆍ퍼시픽 전략은 대중 봉쇄망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호주와 인도ㆍ일본ㆍ싱가포르ㆍ베트남과 역내의 군사동맹 등으로 구성된 다자안보 플랫폼으로 구체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대만은 이 안보체인에서 중간 고리에 해당한다. 
시진핑 사상을 채우기 위해 대만 통일의 초석을 쌓아야 하는 시진핑의 구상은 녹록치 않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차이나랩 정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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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