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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노조, 해외매각 조합원 찬반 투표로 결정

 금호타이어 노조가 30일 오후 전 조합원 대상 해외매각 찬반 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투표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대체로 투표에 부칠 경우 찬성 입장이 더 많을 것으로 채권단 등은 기대하고 있다. 해외매각에 반대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인력 40% 이상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호타이어 직원들은 월급도 3개월 이상 밀린 상태다. 해외자본이 들어오면 당장 밀린 월급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지난 24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 철회 1차 범시도민대회’에 참가한 한 금호타이어 노조 조합원이 ‘해외 매각 철회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지난 24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 철회 1차 범시도민대회’에 참가한 한 금호타이어 노조 조합원이 ‘해외 매각 철회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채권단이 경고한 데드라인 30일, 노조가 극적으로 조합원 찬반 투표를 결정한 것은 채권단 및 정부의 압박이 거세기 떄문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호타이어 문제와 관련해서 대통령의 뜻을 알릴 필요가 있어서 왔다”고 전제한 뒤 “금호타이어의 자본유치와 관련해 금호타이어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갔는데, 그 분위기가 ‘설마 금호타이어를 매각을 하겠느냐.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매각까지 하겠느냐’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적인 개입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금호타이어와 지역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이미 예고된 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8일 “30일이 지나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거고 그것은 청와대도 못 막는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노조 동의 없으면 법정관리로 가는 것 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30일 오전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노사간 합의 없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30일 열린 금호타이어 주주총화에서는 한용성 금호타이어 사장은 “법정관리 신청 서류는 이미 준비된 상태로 노조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4월) 2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법정관리 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이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로의 금호타이어 매각을 발표한 게 지난 2일이다. 인수합병(M&A)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이례적으로 매각 협상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매각의 선결 조건인 금호타이어 노조의 합의를 받아내기 위해서였다. 이날(30일)까지를 노사 자구안 제출의 데드라인으로 삼고 이때까지 노조가 합의하지 않으면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에 들어간다고 경고했다. 추가 지원은 없다고 단언했다. 채권단 입장에선 외통수를 노조에 던진 셈이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현 노조 간부 3명이 광주 송전탑에 올라 ‘해외매각 반대’를 외치며 12일간 고공농성을 벌였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이동걸 회장이 임금 삭감을 포함하는 노사 자구안을 내면 회사를 정상화시킨 뒤 국내 기업에 팔기로 약속했다”며 “공개 매각도 아니고 수의 계역으로 일방적으로 중국 기업을 선정한 뒤, 노조 합의 안 해 주면 법정관리 보낸다고 협박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그는 “회사 부실의 원인이 중국 공장 때문이라는데 그걸 왜 광주의 노동자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강조했다.
 
노조가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30일까지 버티기에 나선 것은 이날을 넘겨도 법정관리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강하게 믿었다. 노조 측은 지난 24일 2차 총파업 때 “인수에 관심이 있는 국내 기업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는 지역 정치인의 발언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그 기업이 어디냐에 대해서 노조는 실체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채권단과 정부가 압박하고 있는데 보복이 두려워 국내 기업이 어떻게 나설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27일엔 국내 타이어 유통 전문기업은 타이어뱅크가 인수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2016년 말 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총 자산은 3640억원에 불과하다. 인수 여력이 의문이다.
 
지난 28일 밤엔 미국 소재 S2C캐피탈그룹의 한국 매니저로 자칭하는 이들이 산은에 금호타이어 앞 필요자금 6억 달러를 투자할 수 있다는 내용의 팩스를 보냈다. 하지만 인수의향서라고 하기엔 문서가 너무 조악한 데다, 금호타이어 주식 수를 잘못 계산하는 등 문서가 너무 허술했다. 노조가 자작극을 벌인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30일 오전에는 금호석유화학의 인수전 참여가 갑자기 시장에 돌았다. 발단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이날 아침 발언이다. 금호석화의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회장은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금호석화는 박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이끌고 있다. 같은 뿌리였으나 ‘형제의 난’을 거치면서 갈라섰다. 금호석화는 금호타이어 인수 잠재대상 후보군으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회사다. 박삼구 회장의 강력한 반발에 그간 금호석화가 나서지 못했는데,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화의 인수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금호석화가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그러나 “이미 채권단과 노조가 벼랑 끝까지 대치하는 마당에 우리가 어떻게 이 판에 뛰어들 수 있겠느냐”며 “노조가 말한 기업도 우리는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노조는 또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정치권이 수천 수만명을 길바닥으로 내모는 법정관리라는 선택을 할 리 없다고 자신했다. 지역 여론을 뒤흔드는 결정을 시장 논리로만 할 수는 없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채권단이나 정부 당국이 ‘이번에는 다르다’는 시그널을 계속 보내는 게 심상치 않다.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은 전날 이미 광주로 내려가 노조 집행부와 협상을 벌이는 중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동걸 산은 회장도 이날 오후 광주로 내려갔다. 이날 오후 3시 30분에는 노조 집행부와 최종구 위원장, 이동걸 회장,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등이 참석하는 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채권단이나 정부 당국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론은 점점 노조 집행부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결국 버티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벌어질 일들에 대한 비난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노조 집행부가 전 조합원 투표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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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