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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처럼 한국 자율주행차 사고나면?…손놓고 있는 국회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왕복 8차선 도로 위를 달리던 자동차의 운전자가 핸들에서 두 손을 뗐다. 최고 속도 50km/h. 자동차는 12분 간 스스로 달렸다.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의 자율주행차 스누버(SNUver)가 지난해 6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시내에서 첫 자율주행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의 자율주행차 스누버(SNUver)가 지난해 6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시내에서 첫 자율주행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6월 22일 서울대 연구팀이 만든 자율주행차 ‘스누버’가 국내 최초로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에 성공했을 때 모습이다. 당시 스누버 주위에는 버스 두 대와 승용차들이 함께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만약 스누버가 사고를 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게 됐을까. 보행자나 다른 차의 탑승객이 다쳤다면 누가 책임지게 됐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스누버는 사실상 ‘무면허 운전’과 같은 상태였다.

 
이런 일은 실제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벌어졌다. 애리조나주에서 시험 운행 중이던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첫 보행자 사망사고를 낸 뒤 배상 책임 문제가 불거졌다. 애리조나주에는 자율주행차 사고의 법적 책임을 규명할 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템페 시에서 첫 보행자 사망사고를 낸 우버의 자율주행차에 대해 경찰이 현장조사를 하는 모습을 ABC-15가 방송했다. [AP 연합]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템페 시에서 첫 보행자 사망사고를 낸 우버의 자율주행차에 대해 경찰이 현장조사를 하는 모습을 ABC-15가 방송했다. [AP 연합]

 
지난 23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고속도로에서 테슬라의 모델X 차량이 충돌해 차에 타고 있던 운전자가 사망했다. X는 자율주행 기능이 있는 차량이다. 미국 연방 교통안전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라 자율주행 중이었던 걸로 판명되면 책임 소재 규명이 복잡해질 수 있다.
 
이처럼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내는 일이 현실화되면서 각국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독일은 지난해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자율주행 중이던 차가 사고가 나면 자율주행시스템을 만든 제조사가 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다만, 차량 내부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사고 순간 운전을 사람이 했는지, 기계장치가 했는지에 따라 예외적으로 운전자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했다.
 
입법 움직임은 유럽에서 활발하다. 영국은 2021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앞으로 3년 간 법개정위원회를 통해 법리를 검토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월 로봇에게 ‘전자인간’의 지위를 부여하는 ‘로봇시민법’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에 따라 로봇시민법이 제정되면 자율주행차 사고의 책임도 자율주행시스템, 즉 제조사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2020년까지 상용화한다면서…국내 입법은 지지부진
 
우리나라도 입법 논의 자체는 시작한 상태다. 문제는 속도다. 국토교통부가 2020년까지 운전자 탑승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입법 논의는 아직 지지부진하다. 당장 사고 책임을 물을 기준인 자율주행차의 단계 구분도 안된 상태다.
 
지난 2월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자율주행차의 법적 정의를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한 ‘부분 자율주행차’와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로 구분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아직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에조차 상정이 안 됐다. 박 의원은 “이번 우버 사고처럼 책임 소재를 따지는 문제가 국내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며 “해외처럼 자율주행 단계를 세분화해 법적 책임을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2일 신형 수소 자율차량인 넥쏘에 올라 서울 서초구 만남의 광장 휴게소를 출발해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2일 신형 수소 자율차량인 넥쏘에 올라 서울 서초구 만남의 광장 휴게소를 출발해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중앙포토]

 
현행 법으로는 자율주행차 사고의 책임 소재가 ‘사람’인지 ‘시스템’인지도 불분명하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은 “자기를 위해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운행’의 주체를 제조사로 볼 건지, 운전자로 볼 건지가 중요하지만 현행 법으론 판단이 어렵다.
 
입법 움직임이 없는 건 아니다. 지난해 9월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소프트웨어를 제조물에 포함시켜 인공지능이 발생시킨 손해배상 책임을 프로그램(소프트웨어) 개발사에 묻도록 하는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율주행차 사고의 책임은 제조사에 돌아간다. 그러나 이 법안도 아직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원 의원은 “소위에 회부됐지만 법안 처리 당시 시간이 부족했고, 논의도 후순위로 밀렸다”며 “국내에 아직 사고 사례가 없고, 책임 소재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에 논의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스누버를 개발한 서승우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장은 “제조사에 100퍼센트 사고 책임을 물으면 제조사가 개발을 꺼릴 것”이라며 “국회에서 입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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