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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중→남북정상회담→북미 코뮤니케, 김정은 아버지 따라할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중국 방문(25~28일)은 전격적이었다. 지도자에 오른 뒤 첫 해외 방문을 중국을 택한 것과 방문 시기가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었다는 점은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2011년 사망)의 행보와 닮은꼴이다. 김정일은 후계자로 대외에 공표(1980년)된 지 3년 뒤인 1983년 중국을 방문해 12일 동안 머물며 후야오방(胡耀邦) 중국 공산당 총서기 등 중국 지도부를 만났다. 하지만 1994년 지도자에 오른 뒤엔 한동안 중국에 가질 않다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보름 앞두고 베이징을 찾아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5월 중국을 방문해 장쩌민 국가주석을 만나고 있다. [중앙포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5월 중국을 방문해 장쩌민 국가주석을 만나고 있다. [중앙포토]

 
김정은 역시 2011년 김정일 사망 뒤 집권했지만, 중국과 거리를 둬 오다 이번에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김정일·김정은 모두 전격적인 방중을 통해 소원했던 북·중 관계를 복원하고,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한 의견을 나눈 점이 똑같다.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6월 정상회담 합의문에 서명한 뒤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중앙포토]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6월 정상회담 합의문에 서명한 뒤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중앙포토]

 
주목할 부분은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정세다. 김정일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직후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총정치국장, 2010년 사망)을 자신의 특사로 미국에 보냈다. 그러고는 북·미 공동코뮤니케에 서명토록 했다. 북·미 공동코뮤니케는 ^종전을 위한 4자회담, 북미 적대관계 청산 노력, 외교적 접촉(regular diplomatic contacts) 정상적 유지, 호혜적인 경제협조와 교류, 미사일 회담 중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 등을 담고 있다. 북·미 관계 정상화의 문턱까지 다가간 것이다.
 
조명록 북한 국방위 제1부위원장(中)이 윌리엄 페리 전 대북정책조정관(右)과 함께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을 나서고 있다 [중앙포토]

조명록 북한 국방위 제1부위원장(中)이 윌리엄 페리 전 대북정책조정관(右)과 함께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을 나서고 있다 [중앙포토]

 
남북정상회담 직전 중국을 찾은 김정은도 5월 중에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5일 만난 문재인 대통령 특사에게 비핵화 의지를 피력하고, 북미 정상회담 주선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정은이 김정일의 행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비공개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중국을 방문했으며, 북중정상회담과 연회 등 행사에 참석했다. [A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비공개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중국을 방문했으며, 북중정상회담과 연회 등 행사에 참석했다. [AP=연합뉴스]

 
일본도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이고. 한국이나 중국도 북한과 미국의 관계개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주변 여건은 마련된 상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다음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방문→남북정상회담→북미관계 개선의 공식이 이번에도 적용될지 주목된다. [중앙포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다음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방문→남북정상회담→북미관계 개선의 공식이 이번에도 적용될지 주목된다. [중앙포토]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당장 미국은 북한과의 정상회담 전에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반면 김정은은 단계적 해결을 강조한다(26일 북·중 정상회담). 이와 관련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중국 방문은)북한 비핵화 논의 관련 과정에서 자신의 응원군을 확보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며 "(한미의 단계적 동시적 조치라는 언급은)미국이 반대급부 조치를 취하지 않고 (북한에) 먼저 핵을 포기하라는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특히 북한이 핵물질 생산 시설인 영변의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관계나 북미 관계 등 북한과 관련한 업무는 변수가 워낙 많아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2000년 북ㆍ미 공동코뮤니케 이후 양측이 연락 사무소 설치 직전까지 갔지만 미국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제기되며 무산된 적도 있다. 그래서 2000년과 유사한 길을 걷고 있는 북한이 당시 상황을 참고해 미국과의 사전접촉등을 통해 돌발변수를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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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