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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샤워는 90초만" 남아공 케이프타운서 물 전쟁, 왜?

 같지만 다른 두 나라가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이스라엘이다. 강수량이 부족한 탓에 태생적으로 물 한 방울도 허투루 쓸 수 없는 처지. 그런데 두 나라가 걸어온 길은 다르다. 그 결과 남아공은 도시 한 곳의 물 공급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지만 이스라엘은 연간 88억7000만 세켈(약 2조7000억원) 상당의 물을 수출하는 경지로 올라섰다.
 무엇이 두 나라의 운명을 갈랐을까.  
 
 28일(현지시간) CNN과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최악의 가뭄 탓에 남아공 9개 주 가운데 3곳이 물 기근을 겪고 있다. 웨스턴케이프와 이스턴케이프, 노던케이프 등이다. 급기야 지난달 남아공 정부는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웨스턴케이프 주에 속하는 케이프타운에선 400만명 주민의 하루 물 사용량이 50리터로 제한됐다. 미국인이 하루 평균 쓰는 물의 1/7 수준이다. 시 당국은 물 소비가 줄지 않을 경우 물 공급을 끊는 ‘데이 제로(Day Zero)’를 시행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말라붙은 남아공…어쩌다?
“케이프타운은 극심한 물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
 
케이프타운행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은 도착 전 이런 안내 방송을 한다. 관광객에게 방문 기간 물 절약에 동참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하는 것이다. 호텔 텔레비전에서는 “샤워는 90초만!”이라는 메시지가 울려 퍼진다.
 지난 1월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교외의 세인트 제임스 지역 주민들이 수돗가에서 물을 받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1월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교외의 세인트 제임스 지역 주민들이 수돗가에서 물을 받고 있다.[AFP=연합뉴스]

케이프타운에서 주민 한 명이 하루에 쓸 수 있는 물은 고작 50리터로 제한돼 있다. 설거지와 빨래에 18리터, 샤워에 15리터, 변기 물을 내리는 데 9리터, 마시는 물 4리터 등을 합한 양이다. 
 
 이런 총력전을 펼치면서 물 사용량은 3년 전(하루 12억 리터)의 절반 아래인 5억5000만 리터 수준까지 줄었다. 당초 4월로 예정됐던 데이 제로도 조금씩 늦춰지고 있다. 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에 주민들은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다. CNN은 “불안한 주민들은 물을 비축하고 탱크를 설치하고 있다”며 “수도가 마를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이 이미 물 없는 삶이 현실이 됐다”고 전했다. 데이 제로가 닥치면 주민들은 물 배급소에서만 제한된 양의 물을 받을 수 있다.

 케이프타운 한 약수터에서는 한 사람당 받을 수 있는 물의 양을 25리터로 제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케이프타운 한 약수터에서는 한 사람당 받을 수 있는 물의 양을 25리터로 제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남아공은 어쩌다 이 수준까지 메마르게 됐을까. 일차적 이유는 비가 오지 않아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강수량이 급감한 것이다. 케이프타운의 연평균 강수량은 520㎜가량이다.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 최근 3년간 내린 비의 양은 더 적었다. 주로 5~9월 사이 대서양에서 형성돼 습기를 잔뜩 머금은 한랭전선이 강한 비를 몰고 오는데 이 북서풍마저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정부의 부실한 대책이 초래한 인재라는 지적이 많다. 2001년에만 해도 290만명이었던 케이프타운의 인구는 현재 400만명에 달할 정도로 급격히 늘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인구 증가로 물 부족이 우려된 남아공 수자원국은 2007년부터 지하수를 개발하고, 해수를 담수화하는 등 대책을 촉구했다. 그런데도 시 당국은 이를 듣지 않았다.
 
이안 닐슨 케이프타운 부시장은 “새 수원을 개발하려 했지만, 물 부족 사태가 이렇게 빨리 올 거라고 예측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쓰는 물은 많아지고 비는 오지 않는 상황에서 케이프타운에 절반가량 물을 공급하는 티워터스클루프 댐은 급속히 말라갔다. CNN이 지난 1월 공개한 위성사진을 보면 바닥을 드러내 황량한 댐의 모습이 2011년과 극명히 비교된다. CNN은 “사막처럼 보인다”며 “남아 있는 물은 수용량의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전했다.   
 가뭄으로 바닥이 드러난 케이프타운 최대 급수원 디워터스클루프댐의 2011년 1월(좌측)과 2018년 1월의 비교사진. 녹지와 댐이 가뭄으로 황폐해졌다. [CNN 캡처]

가뭄으로 바닥이 드러난 케이프타운 최대 급수원 디워터스클루프댐의 2011년 1월(좌측)과 2018년 1월의 비교사진. 녹지와 댐이 가뭄으로 황폐해졌다. [CNN 캡처]

 물 부족 국가서 수출국으로 발돋움   
 
 이스라엘도 대표적 물 부족 국가였다. 국토의 절반 이상이 사막이고 연평균 강수량은 약 500~750㎜로 남아공 대부분 주와 별반 다르지 않다. 1967년 식수 확보를 위해 시리아와의 전쟁도 불사했을 정도다. 
 
그런데 지금 이스라엘은 당당히 물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 기준 이스라엘은 25억 달러(2조6725억원)의 물을 다른 나라에 팔았다.
 지난해 7월 4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 두 번째)가 이스라엘을 방문해 해수 담수화로 만든 물을 시음하고 있다. [인도 외교부]

지난해 7월 4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 두 번째)가 이스라엘을 방문해 해수 담수화로 만든 물을 시음하고 있다. [인도 외교부]

 비결이 뭘까.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대비하고 지형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착실한 준비를 해온 결과라고 평가한다. 수년간 평균 강수량이 정상 수준의 65%밖에 되지 않아 위기감을 느낀 이스라엘 당국은 2008년 대대적인 폐수 재활용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70여개의 폐수 처리 공장을 세우고 재활용한 폐수는 농업용수로 활용했다. 현재 농업에 쓰는 물의 80%는 정화된 오수가 충당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폐수 재활용률은 85%다. 2위인 스페인의 6배 수준에 달한다. 반면 남아공은 사용한 물의 약 5%만을 다시 쓰고 있다.
이스라엘 아슈켈론의 해수 담수화 공장. [IDE 테크놀로지 홈페이지]

이스라엘 아슈켈론의 해수 담수화 공장. [IDE 테크놀로지 홈페이지]

 바닷물도 적극 끌어다 활용한다. 1965년 최남단 도시 에일랏에 최초로 해수담수화 시설을 개발한 데 이어 지중해 연안의 아슈켈론, 하데라, 팔마힘 등 3곳에 공장을 가동하면서 연간 3억2000만t의 물을 공급하고 있다. 2014년에도 5개의 공장을 추가로 세워 전 국민이 연간 사용하는 생활용수 양과 맞먹는 수준인 7억5000만t의 물을 확보했다. 
 
물 먹는 포도?…“농업 구조 개선 잇따라야”
 
 이스라엘이 농업구조를 과감히 바꾸고 관련 기술에 투자를 적극 해온 점도 효과를 봤다. 생산에 물이 많이 들어가는 농작물인 목화 재배를 줄이고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1948년 건국 이래 농업 생산 규모는 12배 늘었지만 농업용수 사용은 3배 수준밖에 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노력이 설명해준다.  
 
대표적 기술은 얇은 튜브에 5㎜ 안팎의 작은 구멍을 내고 물을 원하는 곳에만 소량 떨어뜨리는 ‘점적관수(drip irrigation)’다. 이 기술을 개발한 심카블라스는 집 근처에서 유독 크게 자란 나무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나무 근처에 묻혀 있는 수도관에서 조금씩 새어나온 물이 의외로 나무를 크게 키운 것이었다.   
이스라엘 한 농업기술 회사인 네타핌 직원이 ‘점적 관수’를 설명하고 있다. 바닥에 설치된 검은 호스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물방울이 나오면 이를 이용해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네타핌 홈페이지]

이스라엘 한 농업기술 회사인 네타핌 직원이 ‘점적 관수’를 설명하고 있다. 바닥에 설치된 검은 호스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물방울이 나오면 이를 이용해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네타핌 홈페이지]

3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 와인 생산지인 남아공에서는 사람보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게 포도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따르면 남아공 700만명의 인구가 연간 필요로 하는 물의 양은 1260억 리터인데 와인 산업은 그 3배에 달하는 물을 쓴다. 

 125mL의 와인 한잔을 생산하려면 100~200리터의 물이 소비된다. '물 먹는 하마'가 아니라 '물 먹는 포도'인 셈이다. 
웨스턴케이프 주가 지난해 23만t을 수출한 오렌지 한 개를 재배하는 데에도 평균 8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따르면125mL의 와인 한 잔을 만들기 위해 100~200리터의 물이 들어간다.[중앙포토]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따르면125mL의 와인 한 잔을 만들기 위해 100~200리터의 물이 들어간다.[중앙포토]

 미국 태평양개발환경안보연구소의 피터 글레익 소장은 “남아공은 물 소비가 적은 농작물로 농업구조를 바꾸고 현재 5% 수준인 물 재사용률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소비가 많고 비용도 만만치 않은 해수 담수화보다 이 방법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물 부족은 전 세계적 문제다. 유엔(UN)에 따르면 이같은 추세로 물을 쓰면 2050년 세계 인구(93억명)의 40%는 물 부족을 겪을 전망이다. 
 하지만 각국이 '물 기근'과 '물 풍요' 중 어떤 상태에 처할지는 물 관리에 달렸다는 것을 남아공과 이스라엘 사례가 보여준다. 
 황수연·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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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