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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핵화 솔루션’ 도출에 남북정상회담 운명 달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4월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만난다. 비록 판문점 내이긴 하지만 북한 최고지도자가 우리 땅을 밟는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다. 남북 고위급 대표단은 어제 판문점에서 91분 동안 만나 정상회담 날짜 등에 전격 합의했다. 4월의 남북 정상회담은 5월의 트럼프-김정은의 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정상회담으로 가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그레이트 게임의 서막이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장정의 시작이다.
 
2000년 6월 (김대중-김정일), 2007년 10월 (노무현-김정일)에 이어 11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승부수를 구체적으로 띄울 수 있게 됐다. 동시에 비핵화에 관한 의미 있는 성과를 반드시 얻어 내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도 안게 됐다. 비록 김정은 위원장의 입에서 비핵화 의지를 밝히는 전향적 메시지가 나오고 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악마의 디테일’이 적잖게 도사리고 있다.
 
당장 김 위원장은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회담에서 ‘점진적·동시적 조치를 통한 비핵화’를 거론했다. 비핵화 단계를 잘게 잘라 단계마다 보상을 받는 이런 단계별 비핵화 방식으로 북한은 과거에 보상은 보상대로 챙기고 핵 개발 시간까지 버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의 실패는 되풀이하지 않는다”며 ‘선 핵폐기 후 보상’이라는 일괄타결 구상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북·미 간 간극 사이에서 김정은-트럼프 회담의 접점을 찾아내는 게 문 대통령의 역할이자 가장 고심하는 대목일 것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미국이 혹할 만한 북한의 과감한 조치를 정상회담에서 받아내고, 또한 북한이 수긍할 만한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를 얻어 내야 운전대를 계속 쥘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가령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 생산시설을 일부 불능화한다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생산 시설을 불용화한다는 등의 핵 동결을 뛰어넘는 메시지를 내놓도록 설득하고,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면 그 카드를 미국에 제시해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상징적 실행조치를 선행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과연 정부가 어떤 ‘비핵화 솔루션’을 제시해 북한을 설득하느냐가 정상회담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를 보여 주듯 남북 정상회담 날짜가 확정된 이날 중국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시 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했다. 그는 30일 문 대통령을 예방한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비핵화 전에는 북한에 대한 제재·압박을 늦춰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할 필요가 있다. 대북 제재망에 구멍이 뚫리는 것이야말로 북핵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면서 남북정상회담에도 악영향을 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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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