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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역습’ 미세먼지, 자기방어 노력이 최선

기자
성태원 사진 성태원
[더,오래] 성태원의 날씨이야기(17)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25일 오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이 희뿌옇다. [중앙포토]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25일 오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이 희뿌옇다. [중앙포토]

 
미세먼지 때문에 전국이 온통 난리다. ‘숨 막히는 봄’ ‘옐로 한반도’. 최근의 공기 상황을 압축해서 표현한 말이다. 공기가 나빠진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꽃피는 봄날을 망치고 있어 안타깝다. 건강에 비상등이 켜진 건 말할 것도 없다.
 
이번 주(25일~31일) 들어 28일 현재까지 서울 등 수도권에는 두 차례에 걸쳐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시행됐다. 올해 들어 지난 1월에 이어 다섯 번째 비상조치다. 공공기관 주차장을 폐쇄하고, 먼지 배출사업장 운영 시간을 단축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랄까, 대기 질은 별로 개선돼 보이지 않았다.
 
 
미세먼지 비상조치들, 언 발에 오줌 누는 격 
지난 1월 15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직장인들이 교통카드를 대고 나오고 있다. 이날 출퇴근 시간대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로 서울시내 대중교통은 무료로 운행됐다. [사진 김민상기자]

지난 1월 15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직장인들이 교통카드를 대고 나오고 있다. 이날 출퇴근 시간대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로 서울시내 대중교통은 무료로 운행됐다. [사진 김민상기자]

 
지난 1월 15일, 17일, 18일 서울시는 출퇴근 때 자동차를 몰지 말라며 대중교통(버스·지하철) 요금 무료 조치까지 동원했다. 세 차례에 걸쳐 145억 원 상당을 들였다. 하지만 3일 치 도로 통행량이 불과 1.73% 정도 주는 데 그쳤다.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따가운 여론에 서울시는 슬그머니 이 조치를 거둬들이고 말았다.
 
통계상으로도 봄철에는 대개 미세먼지와 황사로 몸살을 앓는다. 미세먼지는 늦가을인 11월부터 이듬해 늦은 봄인 5월까지 극성을 부린다. 상대적으로 초여름인 6월부터 가을 한복판인 10월까지는 상태가 좀 낫다. 요즘처럼 '나쁨' 수준의 미세먼지가 5월까지 반복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런 통계에 기초한다.
 
최근의 고농도 미세먼지는 서풍을 타고 유입된 다량의 중국발 스모그에다 국내 발 오염 물질까지 더해져 일어난 현상이다. 한반도 위쪽에 배치된 고기압 하강기류로 인해 오염물질이 갇히고 동서 방향으로 흐르는 기류도 정체돼 농도가 더욱 짙어졌다.
 
이런 가운데 27일부터 초미세먼지 예보 기준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돼 신경이 더 쓰이게 됐다. 초미세먼지 ‘나쁨’ 단계 급증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이날부터 초미세먼지(PM2.5)의 24시간 환경 기준을 ㎥당 50㎍(마이크로그램)에서 35㎍으로 강화했다. 초미세먼지 예보 기준이 ‘보통’은 기존 16~50㎍/㎥에서 16~35㎍/㎥로, ‘나쁨’은 51~100㎍/㎥에서 36~75㎍/㎥로 낮아졌다. ‘매우 나쁨’도 101㎍/㎥ 이상에서 76㎍/㎥ 이상으로 강화됐다.
 
공기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기준부터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고 나선 셈. 이를 계기로 공기 질이 개선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미세먼지 저감 정책의 난맥상 등을 고려하면 큰 기대는 금물인 것 같다.
 
현재로선 정부나 지자체를 너무 믿지 말고 미세먼지에 스스로 잘 대응하는 게 상책이란 얘기다. 하늘의 대기를 다스리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주요 발생원인 자동차, 공장, 가정, 식당, 각종 건물, 발전소, 비산(飛散) 먼지 배출 건설 현장 등에서 자발적으로 미세먼지를 줄이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환경 당국의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도 기대에 못 미친다. 고농도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는 약 69%로 비·눈 등의 일반 기상예보 약 92%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도권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시행된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방독면을 쓰고 차량2부제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중앙포토]

수도권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시행된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방독면을 쓰고 차량2부제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중앙포토]

 
좁은 국토에 인구와 자동차는 많고 공업 시설량도 세계적인 수준이라 미세먼지에 관한 한 기본 여건 자체가 좋지 않다. 시민 의식도 문제다. 미세먼지는 문명에 대한 환경의 역습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누리는 편안함과 혜택을 상당 정도 포기해야 해결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아직은 승용차 강제 제한 운행(2부제 등), 고(高) 매연 차량 퇴출 조치, 먼지 배출 사업장 규제 강화 등을 순순히 받아들일 분위기가 아니다.
 
미세먼지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으레 중국 탓을 한다. 하지만 중국이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아 외교적인 숙제가 되고 있다. 평시에는 중국 영향이 30~50%에 그치지만, 고농도 시에는 중국 영향이 70~80%로 높아진다는 게 국내 중론이다. ‘중국 변수’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딜레마다.
 
정부나 지자체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시민 각자의 ‘자기방어 노력’이 현재로썬 최선이란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주의보·경보 등이 발령되면 실외 활동을 자제하는 게 좋다. 등산, 축구 등 오랜 실외 활동은 피해야 한다. 특히 민감 군(어린이·노인·폐 질환 및 심혈관질환자)에 속한 사람은 실내 생활이 상책이다.
 
외출 시 보호용 안경이나 모자, 보건 당국이 인증한 마스크(KF80·KF94·KF99)를 착용하는 게 좋다. 마스크 사용 요령을 숙지하고 써야 하며, 코나 입에 잘 밀착시켜 호흡 시 공기 누설률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물 많이 마시고, 귀가 후엔 샤워를 
평소보다 물을 많이 마시고 귀가 후 바로 샤워를 하는 등 개인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중앙포토]

평소보다 물을 많이 마시고 귀가 후 바로 샤워를 하는 등 개인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중앙포토]

 
평소보다 물을 많이 마시고,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귀가 후에는 샤워 등으로 몸을 깨끗이 씻는 것도 중요하다. 집안 환기나 야외 바비큐 등은 자제하고, 실내 공기청정기를 쓰며, 빨래도 집안에서 말리는 게 좋다. 요즘은 외부 대기 질 못지않게 실내 공기 질에도 관심이 높아졌다. 가정이나 어린이집, 학교, 사무실, 공공기관 등이 하나같이 실내 공기 질 개선에 힘쓰는 추세다.
 
각자가 미세먼지 줄이기에 동참할 필요도 있다. 평소 가정이나 사업장, 자동차나 공장, 건설 현장 등에서 매연이나 먼지를 줄이는 일에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되면 스스로 자동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결단도 요구된다.
 
성태원 더스쿠프 객원기자 iexlov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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