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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프랑스 등 혼외 출산 많은 선진국, 출산율도 높다

서울 시내 한 병원 산부인과 신생아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병원 산부인과 신생아실. [연합뉴스]

올 1월 출생아가 전년 대비 8% 줄면서 출산 하락이 끝이 안 보인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타개 방안의 하나로 다양한 가족 지원 카드를 꺼냈다. 한부모 등 법적 부부 외의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한국의 출생아 중 1.9%(2014년 기준)만이 비(非) 법정 가정에서 태어난다. 미혼모 공식 통계도 2015년 만들었다. 종전에는 혼외 출산 인정 얘기를 꺼내지도 못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혼외 출산 많은 선진국, 출산율도 높다?
SNU 팩트체크센터, 한국언론학회 로고.

SNU 팩트체크센터, 한국언론학회 로고.

이 방향이 맞을까. 중앙일보는 한국언론학회ㆍ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아 '혼외 출산이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검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혼외 출산 비율이 30% 밑도는 나라는 12곳(2012~2014년)이다. 10곳의 출산율이 OECD 평균(1.7명)보다 낮다. 일본도 출산율(1.46명, 2015년)은 뒤에서 10번째, 혼외 출산 비율(2.3%)은 한국 다음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신생아의 절반 이상이 혼외 자녀인 데는 프랑스·벨기에·칠레·멕시코 등 12개국이다. 이들 국가의 출산율 평균은 1.79명이다. OECD 평균보다 출산율이 낮은 국가는 불가리아 등 3곳(25%)에 그쳤다.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등 북유럽은 혼외 출산 비율과 출산율이 높다. 출산율(2.0명)이 OECD 상위권인 프랑스 신생아의 58.5%(2016년)가 혼외 가정 자녀다.  
 
중앙일보 취재진은 지난달 5일 프랑스 파리의 국립인구문제연구소(INED) 인구ㆍ가족 전문가인 로랑 툴르몽 INED 선임연구위원, 클로드 마르탱 국립과학연구원(CNRS) 연구위원을 만나서 팩트체크했다. 마르탱 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
클로드 마르탱 프랑스국립과학연구원(CNRS) 연구위원. [사진 클로드 마르탱]

클로드 마르탱 프랑스국립과학연구원(CNRS) 연구위원. [사진 클로드 마르탱]

다양한 가족 인정이 출산율에 도움이 되나.
당연하다. 프랑스도 60년대까지 혼외 자녀를 '잡종'이라고 표현할만큼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동거 가구, 법적 부부의 차별이 없다. 68혁명 이후 여성 인권이 상승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유럽 다른 지역은 어떤가.
남유럽은 혼외 자녀가 거의 없고 출산율도 1.2~1.3명이다.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는 북유럽과 프랑스는 남유럽ㆍ동유럽보다 출산율이 1명 정도 높다.
 
프랑스는 동거 커플이 늘고 출생아동이 줄자 99년 '시민연대계약'(PACS)을 도입했다. 동거 가정에도 가족수당·소득세 등에서 동일한 혜택을 준다. 가족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1명대였던 출산율이 2006년 2명으로 올라섰다.
 
툴르몽 선임연구위원도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다만 그는 "다양한 가족을 지원하는 정책이 출산율에 미치는 효과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로랑 툴르몽 프랑스 국립인구문제연구소(INED) 선임연구위원. [사진 로랑 툴르몽]

로랑 툴르몽 프랑스 국립인구문제연구소(INED) 선임연구위원. [사진 로랑 툴르몽]

프랑스는 혼외 출생아가 절반을 넘는데.
여기에선 동거를 하다가 젊은 연인이 자연스레 임신, 출산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와 북유럽에선 부모가 자녀를 원하면 권한ㆍ의무가 같이 따라가는데 법적 제재는 전혀 아니다. 결혼한 부부와 결혼하지 않은 부부 사이에 차별이 없다는 정도의 의미다.
 
가족을 바라보는 인식이 출산에 영향을 주나.
이탈리아나 폴란드는 가정 모델이 전통적인 방식 하나 밖에 없다. 그 모델 자체를 여성이 수용하지 못 하면 결혼도 안 하고 출산도 하지 않는다. 반면 프랑스ㆍ스웨덴 등은 가정의 모델이 굉장히 다양하다. 내가 결혼할지 말지, 동거로 살지 말지 등 선택의 폭이 넓어서 여성이 자유롭게 택할 수 있고 출산도 좀 더 자유로운 편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아이 셋을 혼자 키우는 안 클레 보샤. 동거 커플, 미혼모 생활을 10여년째 하고 있는 그는 주변에도 비슷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파리=정종훈 기자

프랑스 파리에서 아이 셋을 혼자 키우는 안 클레 보샤. 동거 커플, 미혼모 생활을 10여년째 하고 있는 그는 주변에도 비슷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파리=정종훈 기자

파리에서 아이 셋을 키우는 안 클레 보샤(46)는 14년간 남자 친구와 동거하다 3년 전 갈라섰다. 일(교사)도 쉬고 있다. 그래도 생활이 가능한 이유는 정부 지원금 때문이다. 월 400유로(약 52만원)의 수당이 나온다. 그는 "자녀가 많을수록 수당이 늘어난다. 기본 복지가 잘 돼 있어 싱글맘이라도 아이 낳는 데 부담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북유럽도 비슷한 상황이다. 스웨덴서 유학 중인 이세진(25ㆍ여)씨는 "여기에선 둘이 같이 살면 경제적 비용을 아낄 수 있어 동거가 흔하다"면서 "동거하면서 자연스레 아이가 생기곤 한다. 결혼을 안 해도 똑같이 보장 받는데다 주변에서 축하해주니 미혼 남녀도 아이를 잘 낳고 출산율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등에선 미혼모 문제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여전히 냉담하다. [중앙포토]

한국과 일본 등에선 미혼모 문제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여전히 냉담하다. [중앙포토]

팩트체크
일본은 미혼모라는 용어가 없다. 싱글맘이 있지만 이혼ㆍ사별한 여성을 가리킨다. 미혼 여성이 아이를 가지면 낙태냐 결혼이냐를 선택한다. '출산=결혼'이라는 등식이 강하다. 2015년 17만6388건(일본 통계청)의 낙태가 이뤄졌다.
 
여성ㆍ가족 분야 전문가인 미나미 마사코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기자는 “일본에선 혼외 출산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하다. 미혼 여성이 아이를 임신하는 경우에는 서둘러 ‘속도위반 결혼(できちゃった結婚ㆍ생겨버렸어 결혼)’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파리·트리어(독일)=정종훈 기자, 도쿄=이에스더 기자 sakehoon@joongang.co.kr
※안희재 인턴기자(고려대 사회4)가 기사 작성을 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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