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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없이 방치된 '여성 안심 시리즈'…이럴 거면 왜 했나

여성안심지킴이집 팻말. 권유진 기자

여성안심지킴이집 팻말. 권유진 기자

저희 점포 앞에 그런게 붙어있어요? 어디요?
지난 20일 찾은 서울 불광동의 한 편의점 앞에는 가로×세로 약 20㎝ 크기의 팻말이 붙어있었다. ‘여성안심지킴이집’이라는 내용이었지만 알바생 주모(24)씨가 금시초문인 듯 되물었다. 밖으로 직접 팻말을 확인하고 나서야 “일한지 1년이 넘었는데 여성안심지킴이집이라는 말을 방금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여성안심지킴이집 정책이 5년째 시행되고 있지만 가게 주인조차 이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성안심지킴이집은 야간 범죄에서 여성을 보호하기위해 지난 2014년부터 서울시와 한국편의점산업협회가 함께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에 있는 6000여 개 편의점 중 여성안심지킴이집 편의점은 1000여개다. 서울시에서 이 사업에 편성한 예산은 1년에 5000만원 수준이다. 편의점 밖에 붙이는 팻말 제작, 비상벨 설치 등에 쓰인다.
 
"구청 확인 한 번도 없어"…팻말·비상벨조차 사라져
여성안심지킴이집 비상벨. 권유진 기자

여성안심지킴이집 비상벨. 권유진 기자

“구청별로 운영 현황을 체크 하고 있다”’고 했지만 편의점 알바생이나 점주들의 대답은 달랐다. 편의점 점주 A씨는 “구청에서 확인하러 나온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 비상벨이 설치되지 않은 곳도 많았다. 서울 대조동의 편의점 사장 홍모(50)씨는 “비상벨을 설치하려면 3만원을 따로 또 내라고 해서 설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성안심지킴이집으로 등록은 됐지만 팻말을 제거한 곳도 있었다. 서울 역촌동의 한 편의점은 지난해 8월 서울경찰청 블로그에 여성안심지킴이집으로 소개돼있었지만 29일 팻말도 비상벨도 설치돼있지 않았다. 최근 편의점을 새로 인수했다는 B씨는 "팻말도 벨도 처음부터 없었다. 그런 얘기 못 들었다"고 말했다.
 
알바생도 여성도 모르는 '안심지킴이집'
권유진 기자

권유진 기자

운영 실태가 이렇다보니 위기상황시 대응법을 알고 있는 이도 드물었다. 서울 역삼동의 한 편의점 점주는 “팻말만 달아놓고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있다. 저거 다 폼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 충무로의 한 편의점 주인도 “어느날 구청 직원이 와서 여성안심지킴이집 팻말 붙여줄 수 있겠냐고 해서 붙여도 된다고 한게 전부다”고 했다. 평소 출퇴근길에 여성안심지킴이집 편의점을 자주 이용한다는 김세인(28)씨는 “스티커가 붙어있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저게 뭔지,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여성안심지킴이집 편의점 목록 공개를 거부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하는 정보인데도 왜 공개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서울시 관계자는 “내부 관리용으로만 사용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다른 ‘안심 시리즈’도 방치되고 있긴 마찬가지
권유진 기자

권유진 기자

안심지킴이집과 비슷한 취재로 만든 안심부스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안심부스는 지난 2015년 서울시가 공중전화사업을 담당하는 한 대기업과 ‘공중전화 부스를 범죄에서 도망칠 수 있는 대피소로 만들겠다’며 시작한 사업이다. 
 
애초에 50개를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지난 2016년 15개를 만든 뒤 사업이 흐지부지 됐다. 몇몇 부스는 사실상 방치된 상태로 관리도 제대로 되고 있는 않았다. 북촌한옥마을 입구에 있는 ‘1호 안심부스’ 앞에는 원래 있어야 할 폐쇄회로(CC)TV가 사라진 상태였다. 홍대 거리에 있는 부스는 문이 망가진 채 방치돼있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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