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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팔린 옷 4조5000억어치…재고 몸살 앓는 H&M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H&M 매장. [위키미디어]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H&M 매장. [위키미디어]

세계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 H&M이 350억 크로나(약 4조 5000억원)어치의 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이날 H&M이 발표한 1분기 실적을 인용해 “예상치 못한 매출 감소로 지난해부터 재고가 급증했다”며 “H&M이 산처럼 쌓여있는 재고로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 H&M의 영업이익은 62% 감소했다. 전 세계 약 4700개 매장을 거느릴 만큼 성장한 H&M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건 최근 20여년 간 처음 있는 일이다. 또 지난해 재고량은 7% 증가해 그 가치가 350억 크로나에 달했다. 
 
실적 부진은 주가에도 즉시 영향을 미쳤다. 27일 스톡홀름 증권 거래소에 상장된 ‘H&M 헤네스 앤드 모리츠 AB(H&M Hennes&Mauritz AB)’는 120.94 크로나(약 1만 5600원)로 장을 마감하며 5년 새 최저가를 기록했다.
 
NYT는 “패션 업계에선 제품 수량을 판매량에 최대한 근접하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팔리지 않은 약간의 재고도 나쁜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H&M의 최고경영자(CEO)인 칼-요한 페르손은 “온라인 판매를 확장하고 220개의 새 매장을 열면서 매대를 채워야 했다”며 재고 증가는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NYT는 “부실한 재고 관리와 고객 지갑을 열지 못한 실망스러운 제품이 근본 원인으로 거론된다”고 전했다.  
특히 다른 패스트패션 브랜드와 달리 H&M이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월 H&M은 흑인 어린이 모델에게 '멋진 원숭이'라고 적힌 휴드티를 입힌 화보를 공개해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H&M 홈페이지 캡처]

지난 1월 H&M은 흑인 어린이 모델에게 '멋진 원숭이'라고 적힌 휴드티를 입힌 화보를 공개해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H&M 홈페이지 캡처]

2000년대 들어서 H&M을 비롯한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은 급성장했다. 최신 유행을 반영한 저렴한 제품을 빠르게 제작·유통해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이내 경쟁은 과열됐고, 시장은 온라인으로 확장됐다. 경쟁사인 영국의 ‘아소스(ASOS)’가 오프라인 매장을 포기하며 무료 배송제를 도입하고, 자라를 보유한 스페인의 ‘인디텍스’가 온라인 판매에 집중할 때 H&M은 손을 놓고 있었다.  
 
H&M은 또 구설에 휘말리며 소비자의 구매욕을 꺾기도 했다. 지난 1월엔 흑인 어린이 모델에게 ‘정글에서 가장 멋진 원숭이(coolest monkey in the jungle)’라고 적힌 후드티를 입힌 광고를 공개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광고에 분노한 시민단체가 H&M 매장들을 공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H&M의 현 상황에 대해 스위스의 투자은행 UBS는 “핵심 소비자를 잃게 된 것과 그것을 개선할 방법에 대해 확실한 견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1947년 스톡홀름의 여성복 매장에서 출발한 H&M은 70년 만에 인디텍스에 이은 세계 2위의 패스트패션 브랜드로 성장했다. 매년 수억 벌에 달하는 의류를 생산하며, 스웨덴에는 판매할 수 없는 H&M의 불량품을 연료로 태우는 발전소도 여럿 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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