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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영장심사 불출석’이라는 특혜

문현경 사회부 기자

문현경 사회부 기자

“검찰과 법원의 결정에 충실히 따르겠습니다.” 위력에 위한 간음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8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에 나오며 이같이 말했다. 이틀 전 “국민에 대한 참회의 뜻”이라며 불출석 의사를 밝히자 검찰은 구인장을 반납했다. 이에 법원이 다시 심사 날짜를 잡고 재차 구인장을 발부하자 출석한 것이다.
 
바로 나흘 전(22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충분히 진술했다”며 법원의 영장심사에 나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검찰은 구인장을 법원에 반납했고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집행 순간까지 자택에 머물렀다.
 
며칠 사이에 벌어진 두 사례를 보면서 오래 정치를 해온 두 사람이 법 제도와 절차마저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안 전 지사는 “국민들이 보기 불편하고 피로감만 느낄까 봐 심사를 안 받겠다”고 했고,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정치 검찰에 의한 이명박 죽이기”라고 주장했다.
 
 28일 오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서부지검을 나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연합뉴스]

28일 오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서부지검을 나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연합뉴스]

그러나 영장심사는 정치 행위가 아닌 법적 절차다. 앞으로 길게는 6개월 동안 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하는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물론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위한다는 영장심사 제도의 도입 취지에 비춰볼 때 피의자가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는 건 ‘선택’이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면 다른 사람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이치에 맞다.
 
법원은 구속영장 심문 기일이 잡히면 ‘소환장’이 아니라 ‘구인장’을 보낸다. 이름 없는 ‘잡범’들은 강제로 데려오면서 이 전 대통령은 강제집행이 부담스러워 집에서 기다리게 한다면 특혜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법원에 나오고 싶지 않다는 이 전 대통령의 자유 의지야 어쩔 수 없겠지만, 검찰과 법원이 그의 뜻대로 해주는 건 다른 문제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그를 구속해야 한다면서도, 구인의 필요성은 없다며 구인장을 반납했다. “하루 정도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것인가. 법원은 다시 심문기일을 잡는 대신 서류 심사만으로 구속을 결정했다.
 
21년 전,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판에 나오지 않겠다고 했다. 교도소장이 강제구인 의지를 밝히자 불출석 의사를 접었다. 헌법에서 말하는 ‘법 앞의 평등’은 검찰과 법원이 먼저 강한 의지를 갖고 실천해야 이뤄지지 않을까.
 
문현경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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