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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정은과 시진핑 첫 만남, 코리아 패싱 벌어지나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책임연구위원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책임연구위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비핵화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방중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전 마지막 방중(2011년) 이후 처음이자, 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김정은이 베이징에 머문 시간은 24시간에 불과하지만, 그의 방중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집권 이후 중국의 대북제재 참여를 비난하며 북·중 정상회담을 거부해온 김정은이 이처럼 갑자기 중국을 방문하게 된 배경과 속셈은 무엇일까.
 
김정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은 양국의 이해 일치를 가장 큰 배경으로 한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이른바 ‘차이나 패싱’으로 소외감을 느끼던 중국으로서는 어떻게든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영향력과 존재감을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 멀어져가던 북한을 다시 자국의 영향권 안에 머물게 할 뿐 아니라 4월 남북,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김정은의 생각을 여과 없이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지난 3월 집권 2기에 1인 지배체제를 확고히 다진 시 주석으로서는 외교영역에서도 더 적극적인 역할 공간을 필요로 하던 시점이었다.
 
김정은으로서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안보라인에 초강경파가 등장하자 불안을 느끼고 북·중 연대 회복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보겠다. 한국 정부만을 바라보기에는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봤을 것이다. 북·중 관계를 정상화해 북·미 정상회담 전에 대미 협상의 지렛대를 확보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미 회담이 결렬되거나 실패했을 경우 더 강화될 것이 확실한 미국의 대북제재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이라는 보호막이 필요했을 수 있다. 김정은으로서는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틈새를 이용해 대북제재 이완의 계기를 만들고 비핵화 협상의 주도권을 미국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셈법이 작용했다.
 
김정은 방중에 따른 북·중 관계 개선은 비핵화를 둘러싼 ‘한반도 게임’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중국이 다시 추가됨으로써 ‘합종연횡’의 복합방정식으로 되돌아가게 된 것을 의미한다. 북·중 정상회담에서 약속된 모종의 합의를 토대로 북한이 북·미 협상에 나설 경우 비핵화 협상은 물론이고 향후 동북아질서의 틀이 바뀌게 된다. 경제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통해 북한을 조건 없는 핵 폐기의 길로 이끌려던 미국의 구상 역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만일 중국이 다시금 북한의 든든한 후원자로 나서게 된다면 미국의 제재와 압박 효과는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론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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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중국이 김정은의 방중을 수용하지 못한 것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성의 있는 답변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북·중 정상회담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는 김정은이 중국에 비핵화 의지를 전달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향후 남북, 북·미 정상회담 성공의 가장 중요한 가늠자가 된다. 중국 측 설명에 따르면 김정은이 선대의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한국과 미국에 평화실현을 위한 단계적 조치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전에 이루어진 김정은과 시진핑의 만남은 한국 정부에 적잖은 부담과 숙제를 던진다. 한국으로서는 남북정상회담을 징검다리 삼아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세기의 이벤트를 중재함으로써 한반도문제 해결의 운전석을 확실히 차지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야심 찬 계획과 의도에 중국이라는 변수가 끼어들게 됐고, 김정은은 결코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안간힘을 쓰고 있다.
 
7년 만에 재개된 북·중 정상회담으로 인해 자칫하면 이제는 ‘코리아 패싱’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아울러 중국이 방중을 계기로 북한을 포용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면 이는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전달하고 비핵화 여정에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
 
결국 한국 정부로서는 좋든 싫든 한반도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중국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중국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실현의 조력자로 끌어들이는 더욱 정교한 접근법이 필요하다. 작년 12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핫라인 개설을 약속하고 양국 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시진핑에게 핫라인을 통해 북·중 정상회담 내용을 파악하고 향후 비핵화 여정에서 공동협력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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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