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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선취업 후학습’, 가장 중요한 청년 일자리 정책이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얼마 전 청와대는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들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이 방안에는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위한 재정 지원, 청년 창업 지원 등 다양한 정책들이 포함돼 있었다. 청년 일자리 상황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발표되자마자 언론과 정치권 그리고 정책의 대상이 되는 청년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당연히 찬사의 목소리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컸는데, 긍정의 목소리건 부정의 목소리건 관심의 주된 대상은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지원정책이었다. 그런데 당시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청년 일자리 대책에 포함돼 있었지만 여론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한 정책이 하나 있다. 바로 ‘선취업, 후학습’ 정책이다.
 
필자가 볼 때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여러 가지 청년 일자리 대책들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정책은 다름 아닌 ‘선취업, 후학습’이었다. 왜냐하면 다른 정책들은 한시적인 임시방편에 가까웠던 반면 ‘선취업, 후학습’은 청년 일자리 문제가 생겨난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청년들이 겪고 있는 극심한 일자리난(難)이 ‘미스매치’ 현상에 의해 발생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80~90년대엔 청년은 많았지만 대학에 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당시 경제가 빠르게 커졌고 성장 일변도의 기업들은 대졸 인재가 필요했다. 당연히 대학 졸업장은 성공의 보증수표 역할을 했다. 그 청년들이 이제 학부모가 되었고 본인들의 경험을 자녀들에게 투영했다. “나 때도 그랬으니 앞으로 성공한 인생을 살려면 너는 반드시 대학에 가야 한다”며 자녀들의 맹목적인 대학 진학을 독려했다. 이렇게 대학에 간 청년은 반드시 ‘좋은’ 직장에 가야만 했고, 부모가 원하는 ‘좋은’ 직장은 대기업이나 공무원이었다. 여기에 가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 인생이 되니 다른 일자리는 쳐다볼 여지가 없었다. 그 사이 다른 일자리는 사람을 뽑지 못해서 난리가 났다. 이렇게 미스매치 현상이 발생했고, 경제 상황이 예전만 못해지면서 ‘좋은’ 일자리 수는 늘어날 수 없게 됐다.
 
조영태칼럼

조영태칼럼

‘선취업, 후학습’은 현재의 청년들보다는 미래에 청년이 될 지금의 청소년들이 이렇게 비합리적인 인생을 겪지 않아도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려는 정책이다. 청소년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취업이건 창업이건 일을 먼저 시작한다. 3년이건 5년이건 일을 하는 과정에서 앞으로의 진로를 설정하고 그 진로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전공을 선택해 대학에 진학한다. 일을 먼저 하면 모든 사람이 반드시 대학에 가야만 성공할 거라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 미스매치를 만든 근본적인 구조를 바꿀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선취업, 후학습’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아무리 그 뜻이 좋더라도 현실성이 떨어지면 정책은 실패다. 즉 ‘선취업, 후학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학에 가고 그 후에 취업을 고민하는 현재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먼저하고 필요할 때 대학에 가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을 국민이 체감해야 한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먼저 대학 입시제도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수능과 학생부종합전형을 중심으로 한 현행 대학 입시는 고등학교까지의 교육과정을 평가한다. 당연히 ‘선학습, 후취업’을 조장하는 제도다. 이것이 바뀌지 않는 한 ‘선취업, 후학습’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먼저 일을 하고 나중에 필요해서 대학에 가려 해도 반드시 수능을 봐야 하는데 수년간 일을 한 사람이 고3이나 재수생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등학교까지의 학업 능력보다는 졸업 이후 사회생활의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대학들이 인재를 뽑을 수 있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소위 명문대학들부터 입학 정원에 이 제도를 위한 쿼터를 마련하고, 대학이 자율성을 갖고 선취업 인재들을 모집하도록 교육부가 유도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청와대의 노력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의 총수를 청와대로 초청해 청년 취업에 대해 당부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를 한 번 더 하는데, 이번에는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쿼터를 마련하여 대졸이 아닌 고졸 청년들을 고용하도록 당부해야만 한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취업할 곳이 없으면 ‘선취업’ 자체가 형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취업, 후학습’ 정책이 실현되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은 단기 처방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오늘의 청소년이 지금의 청년들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구조적인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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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