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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국 끼어들기로 복잡해진 한반도 비핵화 방정식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깜짝 정상회담은 북·중 관계의 특수성을 새삼 일깨워 준다. 시 주석은 만찬과 공연, 그리고 또다시 오찬으로 김 위원장을 환대했다. “위원장 동지”란 깍듯한 표현을 쓰며 리커창 총리와 왕치산 국가부주석도 동원했다. 김 위원장은 “첫 해외 방문국으로 중국을 택했다”며 “한반도 정세가 급속하게 변하고 있는데 정의상이나 도의적으로나 시 주석에게 알려야 했다”고 말해 시진핑의 체면을 세웠다.
 
중국의 제재 동참으로 빚어진 북·중 7년 갈등이 시 주석의 “친척 집 다니는 것처럼 왕래하자”는 말로 눈 녹듯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국익 앞엔 어떤 변신도 가능하다는 걸 두 정상이 몸소 보여준 경우다.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든든한 우군을 확보해 ‘보험’을 들었다는 말을 듣는다. 중국은 대북 영향력을 되찾아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 우려를 씻으며 한반도 문제에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문재인 정부는 “북·중 정상회담을 환영”하며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정착에 기여하게 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 비핵화 논의가 문재인 대통령의 중개 외교로 진행돼 온 점을 고려할 때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이뤄진 북·중 만남은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일종의 ‘끼어들기’나 다름없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중국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 계속 건설적인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해 개입 의사를 분명히 했다. 평화체제 구축 등 한반도의 권력 지형 재편을 중국이 손 놓고 바라만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이 밝힌 비핵화 해법도 논란의 대상이다. 김 위원장은 “한국과 미국이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부응해 평화와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상기시킨다. 미국이 바라는 ‘일괄타결’ 방식은 아닌 것으로 보여 향후 비핵화 회담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 성공으로 한국이나 미국과의 대화에서 입지가 크게 강화됐다. 중국이라는 너른 배후지를 확보해 경제제재와 무력 위협의 협공으로부터 피하고 숨 쉴 공간이 커진 것이다. 이는 우리 정부의 기대와 계획대로 비핵화 행보를 이끌어가기가 한층 어려워졌음을 뜻한다. 더 크고 많은 공을 들여야 함을 의미한다. 오늘 판문점에선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리고, 중국에선 김정은·시진핑 회담에 배석했던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정치국 위원이 방한한다. 북·중을 동시에 상대하는 날이다. 문 대통령의 중개 외교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옮겨질 수 있도록 보다 정교한 논리와 세심한 계획을 마련해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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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