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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귀 씻고, 소리에 눈 뜨는 심청이 왔어요

‘심청가’를 공연하는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안숙선 명창, 손진책 연출(왼쪽부터). [국립창극단]

‘심청가’를 공연하는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안숙선 명창, 손진책 연출(왼쪽부터). [국립창극단]

“소리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세 명의 거장이 입을 모았다. 김성녀(68) 국립창극단 예술감독과 손진책(71) 연출, 안숙선(69) 명창.
 
이들은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립창극단의 신작 ‘심청가’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창극의 본질인 판소리의 진수를 담아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 예술감독은 “소리로 귀를 씻고 소리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심청가는 국립창극단의 단골 레퍼토리다. 1969년 만든 국극 ‘심청가’를 2000년대 이전까지 15차례 공연했고, 2006년엔 창극 ‘청’으로 만들어 2011년까지 매년 무대에 올렸다. 다음 달 25일부터 5월 6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새 ‘심청가’는 2012년 부임한 김 예술감독이 판소리 다섯 바탕의 현대화를 위해 내놓은 창극 시리즈 중 마지막 작품이다. 그동안 아힘 프라이어, 안드레이 서반, 이소영, 고선웅 등 국내외 유명 연출가들을 통해 새로운 버전의 수궁가·춘향가·적벽가·흥부가를 선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작품 심청가를 남편인 손 연출에게 맡긴 것이다.
 
김 예술감독은 “당초 이달 중 임기가 끝날 줄 알고 남편을 초빙한 것인데 임기가 연장되는 바람에 이 자리에 함께 나오게 돼 쑥스럽다”면서도 “손 연출은 몇십년 동안 다양한 심청전을 만들었기 때문에 심청가를 가장 잘 연출할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심청가를 판소리 다섯 바탕 중 가장 좋아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부를 수 있다”고 밝힌 손 연출은 “연출의 장식적인 부분을 최대한 배제해 소리만 돋보이는 작품으로 만들겠다. 그동안 국립창극단이 창극의 외연 확장을 위해 집중했다면, 이번 심청가는 판소리 귀명창들을 위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인 공연인 판소리가 조선 말기 분창 형태로 무대화된 뒤 다양한 창극 형식이 만들어졌지만, 단순히 서양식 액자 무대에 맞추는 수준이어서는 안된다. 우리 고유의 무대 언어와 판소리가 협업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며 창극에 대한 자신의 예술철학을 밝혔다.
 
5∼6시간 분량의 판소리 심청가를 2시간 남짓 창극 길이로 줄이는 작업도 녹록지 않다. 작창을 맡은 안 명창은 “좋은 소리를 도려내려니 아까운 게 너무 많다”며 “그러나 심청이가 물에 빠지는 장면 등 눈대목(하이라이트)은 빼놓지 않고 효과적으로 잘 배치해 넣었다”고 말했다. 안 명창은 이번 심청가에서 도창(창극에서 공연을 이끄는 해설자 역할)으로 직접 무대에도 오른다. 그는 “판소리야말로 우리 정서와 몸짓·음악·색깔 등 우리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는 장르”라고 자부심을 전했다.
 
새 심청가는 200편이 넘는 창극·오페라·뮤지컬·연극에 참여한 이태섭 디자이너가 무대를 맡았다. 이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 디자이너는 “비주얼을 굉장히 간략한 형식으로 디자인했다. 더 까다로운 작업이지만 이를 통해 판소리의 정수를 들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의상은 영화 ‘해어화’ ‘조선마술사’, 오페라 ‘동백꽃 아가씨’ 등에서 젊고 관능적인 한복을 선보인 김영진 디자이너가 맡는다. 또 아쟁 명인이자 남도 음악에 능한 이태백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전통 시나위로 우리 소리를 돋보이게 할 예정이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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