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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서로에게 윈윈이라는데, 미국 반응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에 때린 ‘관세 폭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곤봉(cudgel)’ 역할이었다.”
 

NYT “트럼프가 곤봉을 사용했다”
배넌 “영리한 정책의 엄청난 승리”

27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을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포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결과를 발표하자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곤봉을 사용했다는 험악한 표현을 썼다. 
대통령의 철강 관세 한마디에 겁먹은 한국 정부가 답보 상태에 머물던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일사천리로 진행한 것을 빗댄 말이다.
 
이날 발표된 내용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26일 한국에서 브리핑한 내용과 대체로 같다. 
미국은 자동차를 얻고, 한국은 농업과 철강을 살렸다고 요약될 수 있었다. 좀 더 구체적인 공식 합의사항은 28일 발표될 예정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26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 브리핑룸에서 한미FTA개정 협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26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 브리핑룸에서 한미FTA개정 협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합의 사항엔 한국 정부가 철강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에 대한 쿼터(수입할당)를 수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쿼터는 2015∼17년 대미 평균 수출량인 383만t의 70%인 270만t으로, 지난해 수출량의 74% 수준이다.
 
미국의 최대 관심 분야인 자동차에서 화물자동차(픽업트럭)에 매기는 관세 25%를 완전히 폐지하는 시기는 2021년에서 2041년으로 20년 연장했다. 현재 미국 자동차 안전 기준을 준수한 경우 한국 안전기준을 준수한 것으로 간주해 제작사별로 연간 2만5000대 수입을 허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5만대까지 가능해진다.
경기도 평택시의 한 미국 자동차 업체 출고장에 차량이 가득 주차돼 있다.[연합뉴스]

경기도 평택시의 한 미국 자동차 업체 출고장에 차량이 가득 주차돼 있다.[연합뉴스]

아울러 한국이 미국 신약에 대한 가격 할증 관련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국내 제약회사에 신약을 만들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고 있는데, 미국 측이 이와 관련 차별주의적인 조항을 삭제하고 미국뿐만 아니라 모든 해외 제약회사들에 내국민 대우를 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합의사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개정 협상의 결과, 특히 자동차와 관련된 합의사항에 한껏 고무된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지지층을 더 견고하게 결집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에 대해 “불공정하고 끔찍하다”면서 “폐기할 수도 있다”고 큰소리쳤는데, 어느 정도 공약을 지킨 셈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전 최고전략가인 스티브 배넌은 한·미 FTA 협상 결과에 대해 “대통령의 영리한 관세정책이 불러온 엄청난 승리”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정치팀에 “한·미 FTA 개정 협상이 미국인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올지 소상하게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FTA로 인해 소외된 미국인에게 일자리를 되찾아주고 임금을 올려줄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제조업연합의 스콧 폴 회장은 “이제야 철강과 자동차 산업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면서 “미국의 안보를 보장하면서 내수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미 FTA 합의를 환영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 언론들이 의기양양 해하는 합의사항은 따로 있었다. 한·미 양국이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 관련 투명성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이 로이터 등을 통해 알려진 것이다. 한국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고팔면서 환율조작을 시도한 정보가 미국으로 전달될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 달 환율보고서 발간을 앞두고 한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기 위해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환시장 개입 투명성 관련 조항은 양국 의회의 비준에 필요한 기간을 축소하기 위해 부록에 포함됐다. 결국 강제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규정이라기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같은 조항을 집어넣으려다 각국 의회에서 심한 역풍을 맞았다.
 
철강 관세폭탄을 앞세운 한·미 FTA 합의는 커다란 논쟁을 불어 일으키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협상술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우리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칙 아래에서 동맹과 모든 것을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머리에 총을 겨눈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얘기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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