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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오찬도 못했는데…리커창-왕후닝-왕치산과 웃고 떠든 김정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5~28일 부인 이설주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났다. [CCTV 캡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5~28일 부인 이설주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났다. [CCTV 캡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베푼 의전은 지난해 중국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비교해 밀도와 품격이 높았다. 북·중 전통 우호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중국의 의도가 의전 곳곳에 배어났다. 중국이 한국과 북한을 대하는 시각과 자세의 차이가 의전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26일 베이징 역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부부가 중국 권력서열 5위인 왕후닝 정치국 상무위원과 25위 이내인 정치국 위원인 딩쉐샹 중앙판공청 주임의 영접을 받고 있다. 지난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공항 영접에는 차관보급인 궁쉬안유 외교부 부장조리가 나왔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6일 베이징 역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부부가 중국 권력서열 5위인 왕후닝 정치국 상무위원과 25위 이내인 정치국 위원인 딩쉐샹 중앙판공청 주임의 영접을 받고 있다. 지난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공항 영접에는 차관보급인 궁쉬안유 외교부 부장조리가 나왔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26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금색대청에서 열린 김정은 위원장 환영 만찬 메인 테이블. 시진핑 주석 내외, 리커창 총리, 왕후닝 상무위원, 왕치산 국가 부주석 외에 양제츠, 딩쉐샹, 황쿤밍, 차이치 등 정치국위원이 보인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26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금색대청에서 열린 김정은 위원장 환영 만찬 메인 테이블. 시진핑 주석 내외, 리커창 총리, 왕후닝 상무위원, 왕치산 국가 부주석 외에 양제츠, 딩쉐샹, 황쿤밍, 차이치 등 정치국위원이 보인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제공한 첫 번째 환대는 식사의 회수와 질의 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방중 둘째 날 국빈 만찬에서 함께 식사하는 데 그쳤다. 만찬에는 영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 딩쉐샹(丁薛祥)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楊潔篪) 정치국 위원이 참석했다. 중국에서 당과 국가 지도자로 부르는 정치국 위원 급 인사로는 4명이 참석했다. '넘버 2'인 리커창(李克强) 총리와의 다음날 오찬은 성사되지 못했다. 정치국 위원인 천민얼(陳敏爾) 충칭(重慶)시 당서기와 오찬까지 3박 4일 일정 동안 중국 측 인사와 식사는 단 두 차례에 그쳤다.  
 
반면 김정은의 경우 베이징 도착 첫날인 26일 공식 환영의식, 정상회담에 이어진 환영 만찬을 시 주석과 함께 했다. 
이튿날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 양위안자이(養源齋·양원재)에서는 양국 정상 내외(시진핑·펑리위안, 김정은·이설주 부부)를 위한 특별 오찬이 제공됐다.  
시 주석은 “댜오위타이 국빈관은 북중 전통 우의의 발전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는 1987년 김일성과 덩샤오핑(鄧小平) 만찬 장소였음을 상기시킨 발언이다. 시 주석 부부는 김 위원장 부부가 댜오위타이를 떠날 때 차량 앞까지 나와 배웅했으며, 김 위원장 부부는 차창 밖으로 손을 흔들며 답례하는 모습이 중국중앙방송(CC-TV)을 통해 보도됐다. 북한 노동신문은 “양위안자이는 1773년 건립된 건륭제의 별궁으로 김일성 주석이 중국 지도자들과 친선의 정을 나눈 곳”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양위안자이 오찬은 지난해 11월 ‘황제의전’으로 화제가 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공한 자금성(紫禁城) 사적 만찬에 비유된다. 당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위해 자금성을 통째로 비워 직접 안내했고, 청나라 건륭제의 화원인 건복궁(建福宮)에서 식사한 뒤 건륭제의 서재인 삼희당(三希堂)에서 차를 마신 것으로 알려진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 기간 내내 시진핑 국가주석은 극진한 환대를 보였다. 26일 환영 만찬석상의 김정은 위원장. [CCTV 캡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 기간 내내 시진핑 국가주석은 극진한 환대를 보였다. 26일 환영 만찬석상의 김정은 위원장. [CCTV 캡처]

배석자 직급에서도 환대의 차이가 드러났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엔 중국 측에서 정치국 위원급으로 딩쉐샹 중앙판공청 주임과 양제츠 정치국 위원이, 장관급은 왕이(王毅) 외교부장· 중산(鐘山) 상무부장,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 등이 참석했다. 
 
시진핑-김정은 회담에는 권력 서열 5위의 왕후닝(王滬寧) 상무위원이 배석했고, 정치국원급도 3명이 참석했다. 딩쉐상, 양제츠 외에 황쿤밍(黃坤明) 중앙선전부 부장이 앉았다. 중앙위원급은 최근 전인대에서 국무위원으로 승진한 왕이 외교부장, 쑹타오(宋濤) 중앙 대외연락부장이 배석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 기간 내내 시진핑 국가주석은 극진한 환대를 보였다. 26일 환영 만찬석상의 이설주. [CCTV 캡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 기간 내내 시진핑 국가주석은 극진한 환대를 보였다. 26일 환영 만찬석상의 이설주. [CCTV 캡처]

 
국빈 만찬 배석자는 더욱 화려했다. 상무위원급으로 리커창 총리와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이 참석한 모습이 중국중앙방송(CC-TV) 화면에 포착됐다. 정치국원 급도 추가됐다. 궈성쿤(郭聲琨) 중앙정법위 서기, 차이치(蔡奇) 베이징시 서기 두 명이 참석했다. 국가주석 영부인도 정치국원급 서열로 간주하는 것을 감안할 때 이날 만찬에는 정치국원급 이상만 10명이 참석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국빈만찬에 전·현직 상무위원 12명이 전원 참석한 파격까지는 아니었지만 ‘혼밥’ 논란에 휩싸였던 문 대통령 국빈만찬에 비하면 천양지차의 배려였다. 
 
문 대통령은 당시 리커창 총리와 장더장(張德江) 전인대 위원장, 퇴임 예정의 장가오리(張高麗) 부총리를 만나는 데 그쳤지만, 김정은은 1박 2일, 만 24시간의 짧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상무위원급으로 리커창, 왕후닝, 왕치산까지 만났다. 
 
 
지난해 12월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문화 교류의 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시진핑 주석,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문화 교류의 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시진핑 주석,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특히 정치국 상무위원이 정상회담에 배석한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지난해 19차 당 대회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미·중 정상회담에 왕양(王洋) 상무위원이 배석한 선례가 있지만, 부총리 신분으로 배석했다. 
지난 1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에는 양제츠 국무위원과 왕이 외교부장이 배석했다. 2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회견에도 양제츠, 왕이 부장 배석에 그쳤을 뿐 상무위원 배석은 없었다. 
왕후닝 상무위원의 시진핑-김정은 정상회담 배석은 상무위원의 권위가 과거보다 약해졌다는 증거와 함께 향후 북·중 관계를 그가 주도할 것임을 암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 노동신문에는 왕 상무위원이 베이징 역 플랫폼까지 나와 김정은 일행을 맞이하는 사진이 게재됐다. 역사 환영은 공항 영접과 마찬가지다. 정국(正國·총리)급 상무위원와 딩쉐샹 정치국원이 동시에 영접한 장면은 쿵쉬안유(孔鉉佑) 부장조리(차관보)가 영접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크게 비교됐다.
북·중 정상회담에는 상무위원이 참석한 선례가 있다. 지난 2010년 5월 베이징을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회담 당시 권력서열 7위이던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상무위원 신분으로 배석했다.
중국 베이징의 국빈관 댜오위타이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환송하며 양손을 맞잡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CCTV 캡처]

중국 베이징의 국빈관 댜오위타이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환송하며 양손을 맞잡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CCTV 캡처]

 
문 대통령과 김정은에 대한 환대의 마지막 차이는 김정은 귀국 뒤 중국이 내놓은 발표문의 남다른 길이다. 
중국이 관영 신화사를 통해 발표한 발표문은 3500여 자에 이른다. 문 대통령과 회담 결과 발표문은 1263자. 이번 북한 발표문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1월 중국·프랑스 정상회담의 경우는 1700여자, 미·중 정상회담 발표는 2200여 자였다. 
발표문 길이로 외교의 비중 여부를 암시하는 중국 외교 관례를 고려하면 중국은 북한→미국→한국 순으로 중시한다는 대외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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