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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훈의 축구 공.감] 신태용호 스리백의 만시지탄

폴란드전 직후 아쉬워하는 축구대표팀 선수들. [연합뉴스]

폴란드전 직후 아쉬워하는 축구대표팀 선수들. [연합뉴스]

28일 폴란드 호주프에서 열린 폴란드와 A매치 평가전(2-3패)은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우리 축구대표팀이 '좋은 것'과 '잘하는 것'을 분명히 구별할 시점이 왔음을 보여줬다.
 
한국은 폴란드를 상대로 전반 초중반까지 스리백에 기반한 3-4-3 포메이션을 활용한 뒤 두 골을 내준 이후부터 4-4-2 전형으로 바꿔 경기를 치렀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두 포메이션을 교체한 전반 후반을 기준으로 전과 후의 우리대표팀 경기력이 확연히 달랐다.
 
세 명의 중앙수비수가 나란히 서고 두 명의 좌우 윙백이 가담해 최대 5명까지 위험지역을 나눠 맡는 스리백 시스템은 수비에 유용한 전형이다. 상대가 우리보다 공격력이 강할 경우, 또는 상대가 스리톱을 기용할 경우 숫자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다.
폴란드전 전반을 마친 뒤 장현수를 비롯한 수비수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폴란드전 전반을 마친 뒤 장현수를 비롯한 수비수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신태용 감독도 국제대회에서 스리백 시스템을 활용해 재미를 본 경험이 있다. 지난해 20세 이하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에서 아르헨티나를 맞아 선수비 후역습 기반의 3-4-3 포메이션을 활용했고, 안정적인 수비와 이승우의 원더골을 묶어 승리했다.  
 
폴란드전은 러시아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F조 최강' 독일의 파해법을 찾기 위한 모의고사였다. 스리백은 정상급 공격력을 보유한 독일 또는 폴란드전에 합리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독일과 만나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낮다면, 지키는 축구로 승점 1점을 챙기는 전략이 유용할 수 있다. 특히나 독일은 조별리그 3차전 상대다. 16강행을 위해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승점 한 점, 골득실 하나가 소중하다.  
폴란드전 전반 레반도프스키에게 실점한 뒤 허탈해하는 홍정호(왼쪽)와 장현수(맨 오른쪽). [연합뉴스]

폴란드전 전반 레반도프스키에게 실점한 뒤 허탈해하는 홍정호(왼쪽)와 장현수(맨 오른쪽). [연합뉴스]

 
문제는 감독의 의도와 달리 스리백 전형에 대한 우리 선수들의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점에 있었다. 스리백을 구성한 김민재(전북), 장현수(FC 도쿄), 홍정호(전북)는 전반 두 번의 실점 장면에서 매번 엇박자를 냈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에게 내준 선제 실점은 수비수들간 역할 분담에 실패한 결과였다. 위험지역으로 공중볼이 날아들어오면 볼과 상대 선수 중 한쪽은 확실히 처리해줘야 하는데, 둘 다 놓쳤다. 두 번째 실점은 홍정호의 순간적인 집중력이 아쉬운 부분이다. 신태용 감독은 두 번의 실점에 상대적으로 책임이 큰 김민재와 홍정호를 일찍 벤치로 불러들였다.
 
스리백은 선수 개개인의 수비 부담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지만, 지역방어 기반의 포백과 달리 지역방어와 대인방어를 혼용하는 시스템이라 고도의 전술 이해도와 집중력이 요구된다. 역할 분담도 중요하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의 스리백은 수비 흐름을 지휘하는 스위퍼 홍명보의 곁에 파이팅 넘치는 두 스토퍼 김태영과 최진철이 있었다. 서로 역할 분담이 명확해 시너지가 생겼다.
 
신태용 감독은 폴란드전에서 장현수를 스위퍼로, 김민재와 홍정호를 스토퍼로 각각 기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스토퍼들의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그렇다고 해당 선수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는 건 온당치 않은 일이다. 김민재와 홍정호는 플레이 특성상 스위퍼로 나설 때 더욱 빛이 나는 수비자원들이다. 후반에 교체투입된 윤영선 또한 마찬가지다.  
폴란드와 경기 중 상대 주로 레반도프스키를 막아서는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 [연합뉴스]

폴란드와 경기 중 상대 주로 레반도프스키를 막아서는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 [연합뉴스]

 
만시지탄이다. 브라질월드컵 본선 직후 절치부심하며 재기를 다짐했지만,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재임 기간 동안 단조로운 전술로 일관하며 세월을 허송한 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 느낌이다. '슈틸리케는 4-2-3-1'이라는 공식에 갇혀 포백 전형에 어울리는 선수들만 줄곧 테스트를 받아온 까닭에 스리백에 강점이 있는 실력파 스토퍼들이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을 땐 이미 실험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다.
 
다행히 독일전의 해법이 스리백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축구는 포백으로도 상대 공격수를 질식시킬 수 있는 전술적 해법을 여러가지 탄생시켰다. 4-4-2 등 포백 기반 포메이션으로도 이른바 '세 줄 수비'라 불리는 밀집대형과 강력한 압박을 통해 위험지역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 신태용 감독 또한 세 줄 수비의 효과를 체험한 지도자기도 하다.
 
월드컵이라는 최고의 무대에 스리백에 기반한 역습 전술도 한가지쯤 챙겨 가져가고 싶은 건 모든 감독의 욕심이다. 하지만 몸에 맞지 않는 갑옷을 입고 나섰다간 러시아월드컵이 또 한 번 '입증'하지 못하고 '경험'에 그치는 무대가 될 수도 있다. 폴란드전 라인업이 신태용 감독이 구상한 러시아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근접한 구성이 맞다면, 이 조합으로 스리백을 완성하기엔 시간이 충분치 않아보인다. 차라리 포백을 기반으로 다양한 파생 전술을 가다듬는데 땀과 시간을 투자하는 게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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