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연 서울대 교수 경제학부
유럽 통합의 시발점이 됐던
‘유럽 석탄·철강 공동체’처럼
미·중 갈라놓는 비핵화 방안보다
비핵화 시점부터 북한 광산을
국제적 공동 개발, 관리한다면
동북아 경제 통합과 평화 올 것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 수용 가능성과 불가역성을 동시에 높이는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필자는 비핵화가 완료된 시점부터 북한의 무연탄·철광·우라늄 광산을 국제적으로 공동 개발,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제재 이전에 무연탄과 철광석 수출은 가장 큰 외화 수입원이었다. 매년 10억 달러 이상을 수출했고, 북한 총 수출액의 50% 정도를 차지했다. 이 중 상당 금액이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됐을 것이다. 특히 우라늄은 핵물질이다. 핵·미사일 개발의 돈줄과 핵물질 자체를 국제 공동 관리하에 둔다면 북한의 비핵화를 영구히 불가역적으로 만들 수 있다. 또 국제 투자를 통해 생산량과 산업의 효율성도 크게 높일 수 있다.

김병연칼럼
김정은과 권력층이 이 방안을 수용할 수 있도록 다른 경협 안을 위 사업과 패키지로 묶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안도 남북뿐 아니라 미·중·일·러가 동참해 이익을 볼 수 있도록 설계해야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길이 열린다. 미국을 포함해 국외 자본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은 김정은이 원하는 체제 안전보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국제화는 내부의 시장화와 상승작용을 하면서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배경과 제도는 다르지만 위 방안은 유럽 통합의 시발점이 됐던 ‘유럽 석탄·철강 공동체’와 비견된다. 이를 제안한 프랑스 외무장관 로베르 쉬망은 ‘전쟁을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안’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도 ‘핵 개발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안’을 가져야 한다. 강력한 인센티브를 포함한 경제적 방안이 결과적으론 핵 개발을 억제하는 구속력으로 작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더 나아가 유럽처럼 광산의 공동 관리 경험을 토대로 남북 및 동북아의 경제 통합을 이끈다면 이 지역의 항구적 평화가 정착될 수 있다. 반대로 미·중을 갈라놓는 비핵화 방안은 성공하기도 힘들며 동북아의 새로운 미래를 열기도 어렵다.
비핵화 성공의 전제조건은 핵·미사일 폐기에 대한 검증이 끝날 때까지 핵심 제재를 지속하는 것이다. 협상에 나온다 해도 북한은 먼저 국제사회의 제재 공조를 깨뜨리려 할 것이다. 이 시도가 성공할 수 없음을 김정은이 깨달을 때 비로소 핵 포기 결단 가능성이 열린다. 이같이 ‘제재가 뒤에서 밀고 강력한 경제 패키지가 앞에서 견인하는’ 국제 공조 비핵화 로드맵을 설계해 한·미·중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