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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이상한 표현의 자유

안혜리 논설위원 분수대

안혜리 논설위원 분수대

참 이상한 나라다. 익명에 숨은 악플(악성 댓글)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멀쩡하게 용인되는데, 정작 개개인이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는 점점 더 위축되고 있으니 말이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요 며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좋아요' 하나 잘못 누른 죄로 당장 생존권에 위협을 받은 어떤 온라인게임 원화작가 사례를 보면 말이다. 

넥슨이 서비스하는 IMC게임즈의 TOS. 한 원화작가가 SNS에서 여성단체 등을 팔로우한다는 이유로 유저들이 해고를 요청했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넥슨이 서비스하는 IMC게임즈의 TOS. 한 원화작가가 SNS에서 여성단체 등을 팔로우한다는 이유로 유저들이 해고를 요청했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IMC게임즈의 '트리 오브 세이비어'(TOS)라는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는 넥슨 홈페이지에는 지금 IMC게임즈 대표 명의의 공지가 하나 떠 있다. 일종의 사과문이다. '사회적 분열과 증오를 야기하는 반사회적인 혐오 논리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고…문제의 근원을 제거해야 한다'며 이른바 '논란의 당사자'와 오간 문답 내용을 그대로 싣고 있다. 사과문에 실명으로 등장하는 이 '논란의 당사자'가 얼마나 크고 위험한 반사회적인 혐오 문제를 일으켰는지 궁금해서 사건의 개요를 살펴봤다. 발단은 몇몇 게임 유저들이 이 작가가 SNS상에서 개인적으로 의사표시한 걸 사찰하듯 샅샅이 뒤져 마음에 안 드는 행태를 찾아내 문제를 삼은 데서 비롯됐다. 대표는 진상을 파악한다며 게임 유저들을 대신해 대충 이런 질문을 논란의 당사자에게 던졌다. 여성민우회 같은 '문제가 될 계정'을 왜 팔로우했는지, 한남(한국남자의 혐오적 표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포스팅을 왜 리트윗했는지, 과격한 메갈(여혐을 남혐으로 맞서겠다는 사이트) 내용이 들어간 글에 하트를 찍은 이유는 무엇인지. 
믿기 어렵지만 이게 전부다. 여성민우회가 마음에 안 들 수는 있어도 대체 무슨 근거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교수 시절 강연했던 멀쩡한 단체를 '문제가 될 계정'으로 못 박고 이 계정을 팔로우한 것만으로도 이 같은 추궁을 할까. 더구나 홈페이지에 당사자 실명을 박은 문답까지 공개했다. 아마 넥슨 게임 유저와 개발자들은 일반의 상식과는 다른 사고의 틀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유저들은 이 원화작가의 SNS 활동을 문제 삼아 '해고하라'고 요청했고, 게임회사 대표는 여기에 한술 더 떠 '정직원이기 때문에 해고가 곤란하다는 문제를 떠나서 (작가의) 무지와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으니 말이다. 여성단체를 팔로우하고 마음에 드는 내용을 리트윗한 것에 대해 해고하라는 것도 우습지만, '반사회적인 사상을 추구하는 사람은 동료로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며 '그러나 직장을 잃어야 할 정도의 범죄행위는 아니다'는 식의 답변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놓는 걸 보고 더 놀랐다. 
게임업계 유저 대부분이 남자고 거꾸로 원화작가 대부분은 여자라는 점에서 이번 일이 성차별적인 데다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상 검증이라는 비판이 당장 나온다. 

어디 게임업계 뿐일까.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누군가를 공격하고 조롱하면서 정의를 외치는 사람이 우리 주위엔 너무나 많다. 2012년 인터넷 실명제 위헌 판결은 악플을 감수하면서까지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던 것이었는데, 어쩌다보니 기어이 남의 밥줄까지 끊겠다는 식의 악플만 남고 정작 표현의 자유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안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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