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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믿을 건 '옛 친구'뿐? 北, 美와 담판 앞두고 중·러 밀착

27일 중국 베이징 베이징역 플랫폼으로 북한 인사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리무진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북한 특별열차로 추정되는 열차는 이날 오후 3시께 베이징역을 출발했다.[연합뉴스]

27일 중국 베이징 베이징역 플랫폼으로 북한 인사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리무진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북한 특별열차로 추정되는 열차는 이날 오후 3시께 베이징역을 출발했다.[연합뉴스]

26일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방중은 북·중 관계 개선 이상의 의미가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미국과의 담판에 대비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사전 정지작업에 나섰다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그간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북·중 관계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북·중 간 정상급 교류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방중했던 2011년 5월이 마지막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대북 특사로 보냈지만, 김정은은 쑹 부장을 만나지도 않았다.
 
 
 
그런 김정은이 북·중 최고위급 회담이라는 깜짝 카드를 던진 것은 북·미 정상회담 전 협상력을 높이려는 목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인희 건국대 중국연구원장은 27일 “북한 입장에선 미국과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중국과 먼저 한번 의견을 나눌 시점이 됐다고 본 것 같다. 최근 미·중 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중국 역시 북한에 대해 보다 큰 영향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진호 단국대 교수도 “중국은 평창 겨울올림픽 국면부터 북·미 정상회담 성사까지의 과정에서 다소 소외감을 느꼈고, 북한은 북·미 담판을 앞두고 중국을 통해 대미 협상 레버리지를 높이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양측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커지는 것은 북한과 중국 모두 반길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이번 방중은 중국이 초청하고, 북한이 응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다음달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비핵화 협상에 대한 미국의 의중을 파악하고 어떤 대미 카드가 효과적일지에 대해 오랜 우방인 중국·러시아와 먼저 사전 협의를 하는 모양새다.
 
 
 
외교 소식통은 “최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포럼에서 북한의 태도를 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 밖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그것도 5월로 시한까지 박아 수락하자 오히려 당황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강경파로 외교 안보 라인을 물갈이하며 판을 흔들자, 이에 대응하는 측면도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은 미국의 카운터파트들이 전부 강경파로 바뀌자 원하는 것을 얻어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판단아래, 북·중 관계를 일정 수준으로 회복시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모습”이라며 “미국과 가장 치열한 북핵 논의를 해온 중국으로부터 사전 정보나 교훈을 얻으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북 제재 완화 등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 제재 구도에서 중국의 역할은 핵심적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최고위급이 움직인 이상 중국이 ‘선물’을 주는 것이 다음 수순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대화 국면이 진행되면 경제 교류 활성화와 제재 국면 완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 큰 틀에서 서로 입장 확인과 조율 등이 이뤄졌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이번 북한 최고위 인사 방중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정은의 신년사 발표 이후 남북 관계 개선에 주력하며 대미 메시지도 한국을 통해 전달했던 북한이 이제는 직접 움직이기 시작한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북·중 관계 개선이 남북 관계 수준을 넘어서면 한국이 하던 ‘중매’ 역할을 중국이 하게 될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안보 전문가는 “한반도 안보 상황에 결정적인 국면이 빠르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키 플레이어가 여럿 등장할 경우 변수가 많아지고 각기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으로서는 고민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 간 만남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북한이 중국의 입김에서 벗어나 국제적으로 움직이려는 것으로 봤기 때문에 정상회담을 수락한 측면이 있다”며 “그런데 김정은이 핵 문제에서 중국과 미리 코드를 맞춘 결과를 들고 미국과 딜을 하려는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인식한다면 회담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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