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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 "무섭게 노력하며 사는 청중에게 아름다움 주고파"

바흐 무반주 전집 녹음에 이어 2년 만에 프랑스 음악으로 돌아온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사진 워너뮤직코리아]

바흐 무반주 전집 녹음에 이어 2년 만에 프랑스 음악으로 돌아온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사진 워너뮤직코리아]

“60년 넘게 음악을 한 건 우연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0)는 “앞에 놓인 프로젝트를 하나씩 하고 할 때마다 힘들어서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했는데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했다. 27일 33번째 음반 발매를 기념한 기자간담회에서다. 정경화는 하루 전 70번째 생일을 맞았다. 
 
이번 음반 ‘아름다운 저녁(Beau Soir)’은 포레ㆍ프랑크ㆍ드뷔시 등 프랑스 작곡가의 음악을 녹음했다. 7년째 함께 하는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앙상블이다. 1970년 런던에서 데뷔한 후 정경화는 클래식 음악의 중심부에서 톱스타로서 수십년을 활동했다. 데카ㆍEMI에서 다양한 시대의 작품을 녹음해 음반 32장을 내놨다.
 
6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한 정경화가 손가락 부상으로 연주를 중단한 것은 2005년. 5년 만인 2010년 돌아왔다. 2016년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을 녹음하고 연주하며 본격적인 복귀를 선언했다. 2년만의 이번 앨범에는 소나타와 소품이 섞여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7년째 함께 연주하고 있는 정경화(오른쪽)와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 [사진 워너뮤직코리아]

7년째 함께 연주하고 있는 정경화(오른쪽)와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 [사진 워너뮤직코리아]

 
33번째 앨범에 대한 소감은.
“좀 익숙한 데가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는데 녹음하면서도 이렇게 힘들다니 정말 죽어도 못하겠다 생각했다. 기력과 정성을 다 들이고 했다.”
 
어떻게 60년 넘게 바이올린을 해왔다고 생각하나.
“우연하게 하게 됐다.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 1970년대부터 20년동안은 열심히 뛰었다. 30대에 생각지도 못하게 가정을 가지고 아들 둘을 가지게 됐다. 나 자신만 바라보고 향하던 인생이 하루 아침에 바뀌어버렸다. 손 부상을 당한 후엔 모든 계획이 중단됐다. 인생이란 게 생각지도 못하게 5분 후에 생애 가장 의미심장한 경험을 할 수도 있고 하늘과 땅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하나하나 하다보니 쌓였다. 한 프로젝트씩 하고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랬는데 오늘날이 됐다.”
 
이번 앨범 수록곡 중엔 오래 전에 레코딩 했던 곡도 있다. 차이점은.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32년 만에 다시 녹음했다. 첫 아들을 위해서 처음 녹음했던 곡이다. 지금보다 어릴 때는 정렬적인 사랑을 했다. 안정이 된 나이에서 느끼는 사랑은 많이 변했다. 이번에는 더 심플하게 들리는구나 싶었다. 뭘 더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편한 인사로 들렸다.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앙상블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프랑크 소나타는 젊을 때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와도 녹음했다. 당시의 기억은 완전한 악몽이었다. 너무 대단했던 피아니스트라 주눅이 들어서 활도 떨렸다. 당시에는 리허설 할 시간도 없었다. 케너와는 7년 호흡을 맞췄다. 슈베르트, 베토벤, 모차르트, 브람스 다 했다. 케너는 아주 다양한 색채를 가지고 있고 이번 앨범을 위해서도 20곡의 소품을 연습해왔을 정도다. 이번 음반에는 정-케너만의 해석이 있다.”
 
어떤 삶의 목표를 가지고 있나.
정경화의 새 앨범 '아름다운 저녁'.

정경화의 새 앨범 '아름다운 저녁'.

“어머니가 그러셨다. 인생은 그림 한 폭인데 마음에 안 든다고 마지막 단계에서 쫙쫙 그어버리면 결과가 뭐냐고. 아주 인상깊게 들었다. 나는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하는가 고민했다. 지금은 몸이 따라오지 않아서 음이 빠지고 지저분한 소리도 나는데 옛날 같았으면 수치스러워서 머리를 잡아 뜯고 그랬을 거다. 그러던 때는 지났다. 이제는 있는 아름다움을 다 주려고 한다. 청중은 누구나 몸서리 치면서 노력하며 사는 사람들인 걸 안다. 한명한명 다 아름다움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앞으로 연주 계획은.
“30일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공연으로 브람스 협주곡, 다음 달 2일 통영에서 케빈 케너와 리사이틀을 한다. 서울에서는 6월 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한다. 얼마 전에 새로 구한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마음에 든다. 내 곁을 지켜주는 악기가 된 것 같다. 당분간은 이 악기와 행복한 시간을 가지게 될 것 같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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