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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외교관 60명 추방, '북핵 담판' 앞둔 미국의 기선 제압?

모스크바 붉은광장의 성바실리 성당. [중앙포토]

모스크바 붉은광장의 성바실리 성당. [중앙포토]

 
미국이 냉전 종식 이래 최대 규모인 60명의 러시아 외교관을 자국에서 추방키로 했다.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스파이 독살 기도와 관련해 사건 배후로 지목된 러시아를 공동 응징하는 차원에서다. 26일(현지시간)까지 영국이 주도하는 ‘외교관 추방’에 동참한 국가는 독일·프랑스·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연합(EU) 16개국과 캐나다·우크라이나·호주 등 20여 개국이다. 추방될 러시아 외교관 숫자도 총 120명을 웃돌 전망이다.  
 
이 중 미국의 조치가 가장 단호하다. 사건 당사국인 영국이 23명을 추방한 데 비해 미국은 주미 대사관의 러시아 관리 48명 외에 주유엔 러시아 대표부 소속 정보요원 12명도 내쫓기로 했다. 미국은 시애틀에 있는 러시아 총영사관 폐쇄도 러시아 정부에 요구했다. 1986년 로널드 레이건 정부 시절 스파이 혐의로 러시아 외교관 55명을 쫓아낸 이래 최대 규모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래 “가장 험악한 대러 조치”(CNN)이다.  
 
백악관 라지 샤 부대변인은 이날 “영국 영토에 대한 뻔뻔스러운 공격이 미국의 이런 행동을 불렀다”면서 “러시아로 하여금 그들의 행동엔 결과가 따른다는 걸 확실히 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 각국의 단합된 추방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 정상들에게 동참을 독려한 결과”라고도 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EU·북미·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의 우방과 파트너의 위대한 결속을 확인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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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로 이뤄졌는지는 확실치 않다. 오히려 로이터통신은 이번 결정이 트럼프와 별개로 국무부·국방부·백악관 내 전략가·장성들의 의견이었다면서 이들이 북한·시리아 문제 등에서 미국과 갈등해온 러시아를 겨냥해 “더 강력한 미국 입장”을 전개시켰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못해 이를 승인했다”는 미 하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 애덤 스미스 의원의 말도 전했다. 
 
취임 전부터 러시아에 대한 유화 정책을 표방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대러 강경책을 조언하는 참모진·외교관료들과 계속 이견을 보여왔다. 최근에도 재선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 때 참모 조언을 거스르고 “축하한다”고 말한 사실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미국 내 외교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일관되지 않은 메시지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부터 아프가니스탄·시리아 사태 등에서 러시아의 공세를 저지하는 미국의 전략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일각에선 미국의 러시아 외교관 추방이 대러 정책에 관한 한 '게임체인저' 수준은 못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파이낸셜타임스). 러시아를 국제금융시스템으로부터 단절시키거나 러시아 중앙은행에 제재를 가하는 등 실질적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워싱턴 DC 소재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국가이익센터(CNI)의 드미트리 사임스는 "강경이나 온건 여부가 아니라 일관성이 없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놓고 불협화음을 보여 왔다. [그래픽=연합뉴스]

트럼프 미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놓고 불협화음을 보여 왔다. [그래픽=연합뉴스]

오히려 이번 조치가 이뤄진 시점과 트럼프가 최근 임명한 두 외교안보 수장의 면면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와 다르게 대러 강경파로 꼽힌다. 
 
BBC는 “폼페이오는 중앙정보국(CIA) 경력을 통해 러시아의 분열적 행동에 대한 이해가 깊고 볼턴은 오랫동안 대러시아 강경책을 주장해 왔다”면서 “그럼에도 둘은 트럼프와 대북·대이란 정책에서 목소리를 함께 한다”고 지적했다. 북·미 정상회담과 이란 핵협상 등 러시아를 상대해야 할 첨예한 외교 이슈가 산적한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관 추방 조치를 통해 일종의 ‘기선제압’을 한 걸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영국에 외교관 23명 추방 등으로 맞대응했던 러시아는 미국에도 대응 조치를 시사했다. 주미 러시아대사관은 이날 공식 트위터를 통해 시애틀 총영사관 폐쇄에 대응해 러시아도 자국 내 미국영사관 폐쇄를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크렘린 궁 측은 “푸틴 대통령이 곧 대응 조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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