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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기제 도입했더니 고소득층 사교육만 늘어...우려 현실화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고소득층의 사교육 투자를 늘려 소득계층별 교육 격차 확대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됐다. 학생의 진로 탐색이나 비인지적 발달 등의 애초 시행 목표와는 동떨어진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 수업이 끝나는 밤 10시 전후 풍경. 귀가하는 학생들.

서울 대치동 학원가 수업이 끝나는 밤 10시 전후 풍경. 귀가하는 학생들.

 
 
 
한국개발원(KDI)이 27일 발표한 ‘자유학기제가 사교육 투자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자유학기제 시행 이후 고소득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액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KDI가 통계청의 2009~16년 사교육비 조사 과정에서 수집된 중학생 17만8213명의 정보를 분석한 결과 월 소득 600만원 이상의 고소득 가구 자녀 2만7735명의 사교육 참여율이 80.6%로, 자유학기제 시행 이전보다 15.2%포인트나 높아졌다. 연간 사교육비 지출액도 490만2000원으로 179만원 증가했다.
 
 
 
전체 평균에서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조사된 것과는 배치되는 결과다. 자유학기제 도입 이전 조사 대상자들의 65.1%가 사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했고, 연평균 사교육비는 295만원이었다. 하지만 자유학기제 도입 이후에도 사교육 참여율은 0.4%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고, 금액도 13만원 높아진 정도였다. 오히려 중ㆍ저소득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2.7%포인트 낮아졌고 연간 지출액도 25만원 감소했다.  
 
 
 
KDI는 “전체 평균이나 중저소득 가구의 경우 통계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결과”라고 밝히면서도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수업보충 목적의 사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아 자유학기 중에 교과수업이 감소할 경우 사교육 수요도 함께 감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한 학기 동안 시험을 보지 않고 교과수업 대신 체험활동의 비중을 늘리는 제도다. 2013~15년 시범 운영을 거쳐 2016년부터 전면 시행 중이다. 대체로 오전에는 교과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진로 탐색, 예술ㆍ체육, 동아리 등의 자유학기 활동을 한다. 중간ㆍ기말고사 등의 지필고사를 치르는 대신 과정 중심의 평가를 하고 그 결과는 고입 내신에 반영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성적 부담에서 벗어나 진로를 탐색하고, 창의성과 사회성 등을 함양하는 것이 목표다. 시범학교들은 대체로 학생의 만족도가 향상됐고 대구의 4개 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친구 숫자가 늘어나는 등 사회성이 향상됐다는 긍정적 성과도 보고됐다.  
 
 
 
하지만 사교육업체들이 내신성적 관리 부담이 없는 자유학기가 선행학습을 할 기회라고 홍보에 나서는 등 이 제도가 사교육 증가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이번 조사 결과는 고소득층의 경우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윤수 KDI 연구위원은 “연구 결과는 자유학기제가 주로 고소득 가구의 사교육 투자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지해준다”며 “자유학기 중에는 내신성적 관리의 부담이 없으므로 진학ㆍ선행학습 목적의 사교육 수요가 증가할 수 있는데, 이러한 사교육 수요는 고소득 가구에서 더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좋은 의도로 추진된 정책이라도 공교육서비스의 감소를 동반하면 그 피해는 사교육 접근성이 낮은 학생들에게 집중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교과수업의 양적 감소를 질적 향상으로 보완해 학부모의 불안을 방지하고, 방과 후 학교 등을 강화해 사교육 접근성이 낮은 학생들의 학습기회를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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