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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촌오거리 살인 18년만에 '진범'…누명자의 잃어버린 10년

#1. 택시가 약촌오거리에 멈추자 뒷좌석 손님은 돈 대신 칼을 들이밀었다. 택시기사 유모(당시 42세)씨가 도망치려고 운전석 문을 여는 순간, 흉기가 목에 박혔다.  
‘택시기사를 놓치면 내가 죽는다.’ 손님 김모(37·당시 19세)씨는 계속 공격했다. 택시기사는 쓰러졌고 곧 숨졌다. 살인범은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2. 아버지를 일찍 여읜 최모(34·당시 16세)씨는 그날도 다방에서 배달 일을 하고 있었다. 한밤중 오토바이를 몰고 약촌오거리를 지나가다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택시기사를 발견했다.  
바로 신고했지만 경찰은 오히려 그를 범인으로 몰았다. 경찰의 강압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했다. 그는 사건 발생 20일 만에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 10년형이 확정됐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재판부와 검사, 변호인 등이 2017년 4월 27일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 일대에서 17년 전 발생한 '택시기사 살인사건'에 대한 현장 검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주지법 군산지원 재판부와 검사, 변호인 등이 2017년 4월 27일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 일대에서 17년 전 발생한 '택시기사 살인사건'에 대한 현장 검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0년 8월10일 오전 2시쯤 발생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은 경찰이 강압 수사 끝에 억울한 목격자를 살인범으로 몰아간 사안이다.  
범인으로 전락한 피해자는 10년을 옥살이하고 만기 출소(2010년)하고도 한참이 지난 2016년 11월에야 재심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곤궁한 가정 형편''허술한 초동 수사''억울한 체포''기나긴 옥살이''십년 만의 무죄''진범 처벌'….  
이런 키워드로 연결되는 이 사건은 영화 ‘재심’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범행 후 달아났던 진범 김씨는 사건 발생 3년 뒤인 2003년 다시 용의자로 지목됐지만 무혐의(진술번복 등)로 풀려났다. 같은 사건으로 이미 최씨가 옥살이를 하고 있던 터라 진범이 나타나는 순간 이전 수사는 모두 ‘가짜’가 됐기 때문이다.  
 
이후 김씨는 2016년 경기도에서 다시 체포됐다. 징역 10년을 만기복역한 누명자 최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직후에서야 진범을 붙잡은 것이다. 사건 발생 16년만이다.  
2016년 11월 광주고등법원에서 열린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최모(당시 16)씨가 모친과 함께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고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11월 광주고등법원에서 열린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최모(당시 16)씨가 모친과 함께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고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는 “살인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2003년 경찰 조사 때 인정한 살인 내용은 꾸민 이야기”라며 혐의를 적극 부인했다. 하지만 재수사에 나선 수사당국은 강도살인 혐의로 진범 김씨를 재판에 넘겼고, 지난해 1ㆍ2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27일 대법원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에서 형이 최종 확정됐다. 사건이 18년 만에 마무리된 것이다.  
 
앞서 2심 재판부는 김씨에 실형을 선고하면서 유죄 이유로 ▶피고인이 범행을 사전 공모하고 범행 수법이 잔혹한 점▶증인들의 진술이 일관된 점▶살인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를 복구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는 점 등을 들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해 8월 약촌오거리 사건을 대표적인 과오 사건으로 지목하며 사과했다. 검찰 수장이 특정사건을 언급하며 직접 사과하기는 처음이었다.  
검찰 과거사위도 지난 2월 검찰권 남용 및 인권침해 등에 따른 ‘재조사 사건(1차)’으로 12건을 선정했는데, 약촌오거리 사건도 포함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해 8월 8일 약촌오거리 사건 등을 대표적인 과오 사건으로 언급하며 사과했다.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해 8월 8일 약촌오거리 사건 등을 대표적인 과오 사건으로 언급하며 사과했다. [연합뉴스]

◇누명자의 잃어버린 청춘=10년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누명자 최씨는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은 후 국가로부터 형사보상금 8억4000여만원을 받았다. 그는 이 가운데 10%를 사법 피해자 조력 단체 등에 기부했다.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또 생기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가혹행위를 했던 경찰과 부실 수사를 한 검사, 사건 목격자에게 중형을 선고한 판사 중 어느 누구도 최씨에게 사과하지 않고 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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