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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20개국, 러 외교관 100여명 추방… 냉전 이후 최대 규모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의 성 바실리 성당. [중앙포토]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의 성 바실리 성당. [중앙포토]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과 관련해 미국이 냉전 종식 이래 최대 규모인 60명의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키로 했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연합(EU) 16개국과 캐나다·우크라이나 등도 동참해 총 20개국에서 추방될 러시아 외교관이 100여명에 이를 전망이다.
 
26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미국과 EU 회원국들은 이날 영국과의 연대를 표방하며 ‘스파이 독극물 중독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러시아를 응징하는 ‘외교관 추방’을 결정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헤더 나워트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화학무기 금지협정 및 국제법을 위반한 극악무도한 행위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주미 대사관의 러시아 관리 48명을 추방키로 했으며, 이와 별도로 주유엔 러시아 대표부 소속 정보요원 12명에 대한 추방 절차도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시애틀에 있는 러시아 총영사관 폐쇄도 러시아 정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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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러시아 외교관 추방 규모는 1986년 로널드 레이건 정부 시절 스파이 혐의로 55명을 쫓아낸 이래 최대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미국은 가장 최근인 지난 2016년 버락 오바마 정부 때 대선 개입 혐의로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일시 추방한 바 있다.
 
EU도 16개국이 동참했다. 프랑스(4) 독일(4) 폴란드(4) 체코(3) 리투아니아(3) 덴마크(2) 네덜란드(2) 이탈리아(2) 스페인(2) 에스토니아(1) 크로아티아(1) 핀란드(1) 헝가리(1) 라트비아(1)루마니아(1) 스웨덴(1)이다. 그밖에 캐나다(4) 우크라이나(13) 알바니아(2) 노르웨이(1) 마케도니아(1)도 러시아 외교관 추방에 나섰다.  
 
EU 국가 가운데 포르투갈·오스트리아·불가리아·키프러스·몰타·슬로바키아·슬로베니아·룩셈부르크 등 8개국은 동참하지 않았다. 벨기에와 아일랜드는 추후 결정을 예고했다.  
 
장 이브스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이번 스파이 독살기도 사건이 "우리의 집단 안보와 국제법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며 이번 러시아 외교관 추방 결정은 "우리의 파트너인 영국에 대한 연대의 표시"라고 강조했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며칠 또는 몇주 내 EU 체제 안에서 추가 추방을 포함해 부가적인 조치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앞서 영국은 지난 4일 솔즈베리에서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이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사건과 관련, 러시아 정부를 배후로 지목했다. 러시아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신경작용제 '노비촉'이 사용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러시아 정부가 개입을 부인하자 런던 주재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하는 한편 영국 입국 러시아인과 화물에 대한 검색 강화, 고위급 인사의 러시아 월드컵 불참, 러시아 자산 동결 검토 등을 포함하는 제재를 발표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동맹국들의 러시아 외교관 추방에 "러시아가 국제법을 무시할 수 없다는 강력한 신호"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메이 총리는 이날 의회에 출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체제에서 러시아는 우리 대륙 및 이를 넘어 공유된 가치와 이익에 대한 공격적인 행동을 보여왔다”며 “자주적인 유럽의 민주주의를 위해 영국은 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나란히 이런 위협을 제압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오늘 동맹국들이 보여준 이례적인 국제적 대응은 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러시아 첩보원 집단추방일 것이며 우리 공동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그러나 러시아는 EU와 나토 회원국들의 외교관 집단 추방을 "도발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러시아가 이번 독살 기도 사건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성명에서 "이번 (EU와 나토 회원국들의) 집단적인 비우호적 행위는 묵과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이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영국 외교관 23명 추방 등으로 맞대응했던 러시아는 미국에도 대응 조치를 시사했다. 주미 러시아대사관은 이날 공식 트위터에 “시애틀 총영사관 폐쇄에 대응해 러시아는 이 가운데 어디를 닫을까”를 투표 형태로 제시했다. 크렘린 궁 측은 “푸틴 대통령이 곧 대응 조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방과 러시아 간에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최대 외교적 충돌이 불가피한 것으로 관측된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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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