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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한 제 모습, 세살배기 딸이 못 알아보고 '괴물'이랬죠"

 
영화 '7년의 밤' 주연 배우 장동건(46)이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7년의 밤' 주연 배우 장동건(46)이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촬영 당시 세 살이던 딸아이가 분장한 제 사진을 보곤 ‘괴물, 괴물’ 하더군요. 아빠인 걸 못 알아보고요.”

영화 '7년의 밤' 주연 장동건
정유정 작가 베스트셀러 원작

 배우 장동건(46)이 일생일대의 악역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28일 개봉하는 영화 ‘7년의 밤’(감독 추창민)을 두고 그는 “지금껏 내면 심리를 이렇게까지 고민한 역할은 처음이었다”며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 
 영화의 바탕은 정유정 작가의 2011년 베스트셀러 소설. 장동건이 연기한 오영제는 댐으로 생긴 외딴 저수지 주변 세령마을의 유력자이다. 자신이 학대하던 외동딸 세령(이레 분)이 남의 손에 죽자, 잔혹한 복수에 나서는 사내다. 아버지의 구타로부터 도망치던 세령은 평범한 가장 최현수(류승룡 분)의 차에 치어 저수지에 유기되고, 이로 인해 어긋난 두 부성의 맞대결이 시작된다.  
영화 '7년의 밤' 한 장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7년의 밤' 한 장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지난해 북한에서 온 연쇄살인범에 휘말리는 요원 역을 맡았던 영화 ‘브이아이피’와 개봉 순서가 바뀌었지만, 촬영은 먼저 했다. “배우로서 나 자신이 좀 식상하다 느꼈을 때 ‘7년의 밤’이 찾아왔다”는 그는 M자형으로 날카롭게 벗어진 이마, 헝클어진 더벅머리 등 외모 변신으로 ‘조각 미남’ 이미지를 지워냈다. 개봉을 앞두고 23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영화화 결정 전에 개인적으로 판권을 알아보기도 했을 만큼 원작 소설을 재밌게 봤다. 제 얘기가 감독님 귀에 들어가 섭외를 받게 됐을 땐 이렇게도 (캐스팅이) 되는구나 신기했다”며 “처음부터 오영제 역을 점찍었다”고 귀띔했다.  
-원작의 무엇에 꽂혔나.  
“이 작품 속 누구도 세령의 죽음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서적으로는 오영제가 더 굉장한 악인이지만, 법적 책임으론 최현수의 형량이 훨씬 무겁다. 인물 사이에 뒤집어진 아이러니가 흥미로웠다. 또 오영제에게 딸은 자신의 일부고, 딸을 잃자 자신이 구축한 세계를 훼손당했다고 느낀다. 비뚤어진 부성, 복합적인 감정이 존재한다. 그게 어떤 심리일지 이해하기 어려워 더 계속 생각하게 됐다.”
영화 '7년의 밤' 한 장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7년의 밤' 한 장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실제 아빠로서 아이를 학대하는 역할을 맡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상상만으로 죄책감이 들었다. 철저히 작품 얘기만 하는 현장 분위기 덕분에 역할에 몰입할 수 있었다. 세령마을 촬영지가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폐허 같은 공간이었다. 특히 첫 장면은 보트를 타고 20~30분 더 들어가야 하는 조그만 섬에서 찍었다. 어떻게 찾았나 싶을 만큼 소설과 비슷해 연기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물안개 낀 풍경이 맨눈에도 컴퓨터그래픽(CG)으로 그려놓은 것 같았다.”
-M자 탈모 헤어스타일이 화제가 됐다.  
“원래 제가 생각한 오영제는 날카롭고 섬세하면서도 섹시한 사이코패스였다. 소설엔 유머러스한 면도 묘사된다. 근데 감독님은 지역 사회에 군림하는 힘센 권력자, 심지어 털옷 입은 사냥꾼 이미지를 생각했더라. 살을 10㎏ 찌우자, M자 헤어라인은 어떠냐기에 처음엔 당황해서 ‘왜 저를 캐스팅하셨냐’고 되물었다. 막상 헤어스타일을 테스트해보니 거울 속 모습이 그럴싸했다. 너무 변신을 위한 변신처럼 보일까봐 우려했는데, 10개월 동안 면도칼로 밀다 보니 제 머리 같더라.”
영화 '7년의 밤' 한 장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7년의 밤' 한 장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소설과 가장 달라진 부분이 바로 오영제 캐릭터다. 원작에서 냉혈한 사이코패스였던 그에게 영화는 새로운 사연을 부여한다.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 등 따뜻한 영화를 주로 해온 추창민 감독은 “제가 이해할 수 없으면 잘 연출할 수도 없다”면서 “악에도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오영제를 좀 더 우리가 아는 ‘인간’으로 만들어보자는 감독님 말에 동의했다”는 장동건은 복수를 당긴 방아쇠를 ‘결핍’으로 설명했다. “남들 볼 땐 별거 아닌데, 나한텐 굉장히 큰 게 있잖아요. 다 있는데, 나만 없는 것. 작은 시골 마을에서 왕처럼 자란 오영제에겐 그 근원이 아내의 사랑이었죠. 소유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를 못 견딘 아내가 도망치면서) 진짜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결핍이 있어요. 거기서부터 틀어졌다고 생각해요. 잃고 나서 보니까 자기 세계 안에서 아내와 딸이 차지했던 비중이 생각보다 컸던 거죠.”  
영화 '7년의 밤' 비하인드 스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7년의 밤' 비하인드 스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감정을 열어두고, 진심으로 이해가 갈 때까지 반복해 촬영하며 한계를 밀어붙였다고.  
“어떤 사람이 행동하는 동기는 백프로 딱 하나가 아니다. 오영제에겐 그만의 규칙이 있고 자신이 설계한 세계가 그 틀에 맞지 않으면 ‘교정’에 나선다. 딸을 향한 마음이 나름대로 부성애라 생각했다. 그와 (그에게서 아들을 지키려는) 최현수 중 누구를 응원해야 할지 관객이 딜레마에 빠질 만큼, 오영제란 사람을 설득시키고 싶었다.”
-12세 배우 이레에게도 힘든 촬영이었을 텐데.  
“아역배우가 하긴 험한 역할이었다. 그럼에도 요만큼도 싫은 소리 안 하고 작품을 거의 완벽히 소화해냈다. 그 친구 대본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본에 자기 나름의 분석과 감독님 얘길 빼곡하게 정리해놨더라. 류승룡씨와는 감독님 요구로 너무 가까워지지 않으려고 거리를 뒀는데, 이레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현장에서 서로 ‘아빠’ ‘세령아’ 부르며 친하게 지냈다.”
영화 '7년의 밤' 한 장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7년의 밤' 한 장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가장 중압감이 컸던 장면으론 오영제가 딸의 넋을 위로하는 굿판을 뒤엎으며 감정을 폭발하는 순간을 꼽았다. 장동건은 “시나리오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았다”며 “정말 악령이 들어 그 순간 미쳐버렸나 싶기도 하고, 단순히 깽판 놓는 것 같기도 했다. 복수하기 전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중요한 신이어서 굉장히 후반에 촬영했다”고 돌이켰다. 극 중 격투 장면을 찍다 오른쪽 귀 연골이 찢어져 40바늘을 꿰맸다는 그는 “영화 전후로 귀 모양이 조금 달라졌지만, 훈장 같다”고 했다.  
 소설이 한순간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한 성실한 가장과 사이코패스의 쫓고 쫓기는 스릴러였다면, 영화는 폭력을 대물림한 아버지들의 집착과 트라우마의 정서가 한층 강하게 극을 지배한다. 원작의 장르적 긴장감을 기대한 팬이라면 평가가 갈릴 만하다. 정유정 작가는 영화에서 재해석된 오영제 캐릭터에 대해 “짠내 나는 악당이다. 분노와 사랑이란 양가감정이 느껴졌다”면서 “원작을 잊고 영화를 즐겼다”고 전했다.  
영화 '7년의 밤' 주연 배우 장동건(46)이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7년의 밤' 주연 배우 장동건(46)이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지금 장동건은 한층 바빠졌다. 4월 방영할 6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 ‘슈츠’에선 최고 로펌의 전설적 변호사 역을 맡아 신입 변호사 역의 박형식과 호흡을 맞춘다. 여대생(당예흔 분)과 사랑에 빠지는 키다리 아저씨로 분한 중국 드라마 ‘사랑했던 널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도 촬영을 마치고 대기 중이다. 올해 안에 개봉할 사극 영화 ‘창궐’에선 다시 악역으로 돌아온다. 조선에 출몰한 괴물을 막으려는 이청(현빈 분)과 대립하며 왕권을 노리는 병조판서 역을 맡았다. 올 초엔 SM C&C에서 독립해 1인 기획사를 설립했다. “연기 이외의 일들을 가볍게 도전해보고 싶어요. 마음에 드는 제3세계 영화를 국내 소개할 수도 있고요. 영화라는 범주 안에서 또 다른 재미와 보람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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