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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대미외교 최종병기 '팀(team)왕치산'

집단지도체제에서 ‘원톱’으로 전환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 행보가 거침 없다. 국가주석 10년 임기제 헌법 조항을 삭제해 3연임 이상 집권을 추진하는가 하면 정적들을 제거해온 ‘칼잡이’ 왕치산(王岐山) 전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70)를 재기용했다.담당 업무는 외교 분야다.  
 
왕 전 서기는 지난해 10월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7상8하(만 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퇴임한다)’ 관례에 따라 물러났지만 지난 1월 확정된 전인대 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복귀가 확실시 돼왔다. 때문에 시 주석이 최소 3연임(15년) 장기집권을 위한 기반을 다지기 위해 그를 부주석급으로 재호출한 것이란 분석이 적잖다. 
 
왕치산은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와 중앙외사공작 영도소조의 기능을 통합한 당 기구 외사공작위의 부위원장을 맡아 외교 부문을 총괄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외사영도소조의 판공실 주임을 맡은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국무위원으로 승진한 왕이 외교부장이 뒤를 받치는 구조다.     
 
왕치산은 '특급 소방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정부 하는 일에 불이 나면 긴급 투입됐다. 금융기관이 부채로 인해 위기에 직면했을 때, '사스'와 같은 전염병이 돌 때, 반부패 투쟁의 '칼잡이'가 필요할 때...그는 최고 지도자의 부름을 받고 현장에 투입됐다.  
 
시진핑 주석은 왜 그를 외교 '현장'에 투입하려 하는 것일까?
 
미국과의 갈등이 소방수를 불어야 할만큼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베이징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화 중심주의 세계관을 둘러싸고 미ㆍ중간 인식의 간극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스인홍(時殷弘) 인민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마치더라도 2024년이면 백악관을 떠나야 하지만 시 주석은 그후에도 집권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임기가 더 길다는 점에서 객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보다 시 주석의 권력이 더 강하다는 건데 트럼프가 이를 좋아할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스트롱맨 입지를 다진 시 주석이 대외관계 특히 대미관계에서 맞서는 모양새를 취할 경우 양국간 갈등 양상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수위의 긴장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중 관계의 전면엔 무역전쟁의 전운이 몰려오고 있다. 중국 지도부에서 왕치산 만큼 금융, 경제, 대미 협상 등 분야를 꿰뚫고 있는 실력자는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팀(team)왕치산’ 의 실체는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맡게 될까. 미국의 압박을 뚫는 돌격대일까. 아니면 유연하게 간극을 메우는 협상팀일까.  
 
국내 대표적인 중국 전문가들이 팀왕치산의 앞날을 진단했다.  
 
왕치산과 책사 왕후닝은 한 세트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 [사진=중앙포토]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 [사진=중앙포토]

 
"왕치산은 정책 집행력과 리더십을 검증받은 관료 출신이다. 시진핑 주석의 심복으로서 강한 신뢰를 받고 있다. 왕치산이 외교안보와 통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중국의 부상과 이로 인한 위상 재정립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로 본다.  
 
이제 본격적인 미중간 제도ㆍ체제ㆍ담론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고립주의 성격의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걸으면서 중국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대미관계도 기존의 순응적 처신에서 도전하는 입장으로 양상이 바뀌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이제 미국이 대표하는 서구식 민주체제에 맞서 중국식 사회주의 모델을 본격적으로 홍보하고 수출하려 한다. 시 주석이 발표한 ‘신시대 중국 특색사회주의 사상’은 그 어느 때보다 왕후닝 상무위원의 역할을 필요로 한다.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서열 5위로 왕후닝을 발탁했다는 점에서 시진핑 2기 집권 시기엔 미국과 체제경쟁에 뛰어들겠다는 의중이 실렸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갈등의 양상도 급변할 것이다. 지금까지 미ㆍ중간에는 협력의 틀 아래에서 사안별로 갈등하곤 했지만 이제는 갈등의 빈도와 의제가 많아질 것이고 강도도 더 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상황 관리를 하기 위해선 집행 리더십을 갖고 있는 왕치산이 필요한 것이다. 왕치산과 왕후닝은 한 세트다. 즉 시진핑 2기를 설계할 때부터 왕후닝의 전략과 왕치산의 야전 경험을 기반으로 초석을 세운 것이다. "
 
제목: 특명! 미ㆍ중 관계 리셋, 감독: 시진핑, 주연: 왕치산
한석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석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사진=중앙포토]

한석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사진=중앙포토]

"미국은 이번 개헌 추진으로 중국이 독재국가의 길에 완전히 들어섰다고 판단할 것이다. 미·중 갈등은 사안별로 생겼다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다.  

 
중국식 사회주의와 미국의 자본주의는 시장경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체제도 다르고 이념도 다르다.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 때 미국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주춤할 때 미국을 누르고 원톱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갖게 됐다. 오바마 행정부 내내 대등하게 관계설정을 하려고 틈을 노려왔다. 오바마 행정부는 로우키로 상황을 관리하면서 경제회복에 주력했다. 중국은 그런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거나 무시하면서 거침없이 질주했다. 덩샤오핑이 대외관계의 지침으로 당부한 도광양회를 뒤로 하고 발톱을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표적은 중국이다. 중국의 외부 환경이 돌변한 것이다. 왕치산의 등장은 이런 충돌 구도에서 주목받을 수 밖에 없다. 왕치산은 그간 실적이 좋았다. 2003년 베이징 시장 시절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사태를 수습했다. 2008년 부총리 땐 중국의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을 총지휘했다. 2013년 이후 반부패 드라이브에선 강한 카리스마를 드러내며 사정정국을 이끌었다. 행정가로 금융전문가로 사정 책임자로 입지를 탄탄하게 다진 것이다.  
 
3연임 개헌을 발판으로 왕치산을 외교의 전면에 세워다는 점에서 왕치산의 초반 역할은 돌격대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비유를 심하게 하자면 감독 시진핑에 주연배우 왕치산의 액션 영화란 얘기다.  
 
이번 팀왕치산의 등장으로 시진핑 주석의 인재풀이 거의 드러났다. 쓸만한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왕치산에게 주어진 임무는 높아진 중국의 위상을 미국이 수용하도록 미·중관계의 신창타이(뉴노멀)를 이뤄내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 과정에서 적잖은 파열음이 나올 수 있어 긴장감이 높아지는 국면이다. "
 
통상 지렛대로 안보 갈등 관리 주력할 듯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 [사진=중앙포토]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 [사진=중앙포토]

  
"왕치산 전 서기는 중앙기율검사위를 맡기 전 미ㆍ중 경제전략대화에서 경제팀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미국 조야에 낯선 인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각별히 고려한 인사라고 볼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의 복심으로서 위상을 바탕으로 미국 외교안보라인과 통상 라인 양쪽에서 면밀한 소통 구조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외교안보 차원에선 일정하게 강경한 모양새를 취할 수 있지만 통상까지 미국에 맞서는 구도를 감당하기엔 부담이 크다. 외교안보에선 목소리를 높이고 통상에선 내줄 건 내주고 타협할 건 타협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선 미국과 말이 통하는 인사를 내세워야 한다. 어쨌든 통상 전문가 왕치산을 중용했다는 점에서 미국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중국과 미국은 겉으로는 각을 세워도 전면 충돌하기엔 어려운 구조다. ‘투이불파(鬪而不破ㆍ다투긴 다투지만 판을 깨지는 않는다)의 원칙이다. 양국간 견제와 협력의 구도 속에서 경쟁을 하겠지만 견제가 협력의 이익을 넘어설 정도로 구도를 바꾸기에는 양측 다 부담이 크다. 안보 문제에선 남중국해라는 대치 공간이 있어 살얼음판을 걷겠지만 통상에선 서로 밀고 당길 여지가 있어 완충 역할을 할 것이다. 그 책임을 왕치산이 맡은 것이다.  
 
정리하자면 왕치산 밑에 외교와 통상 라인을 두고 통상적 요인이 가미된 외교적 접근법을 구사하겠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미국과 새롭게 통상의 흐름을 유지 관리하면서 안보상 갈등 요인을 희석시키겠다는 포석이다. "
 
협상에 능한 트럼프 겨냥, 최고 협상가로 응수
주재우 경희대 교수 
                주재우 경희대 교수 [사진=중앙포토]

주재우 경희대 교수 [사진=중앙포토]

 
"왕치산 전 서기는 중국 국내 정치에선 사정 책임자였지만 대외적으로는 협상가이자 지략가적 면모가 두드러지는 인사다.  
 
현재 미·중관계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처럼 보이지만 두 나라가 잘 충돌의 위기를 넘겨왔기 때문에 왕치산 등용은 상황 관리에 주력하겠다는 시 주석의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류허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현재 워싱턴에서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등 무역 부문의 관리들과 만나 갈등 해소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중국으로서도 이렇게 강한 미국의 압박은 처음일 것이다. 이런 강공 드라이브를 주도하는 그룹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류허 주임이 미국에 간 것이다. 대미관계를 유연하게 풀려는 행보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닝푸쿠이(寧賦魁) 전 주한중국대사의 6자회담 특사 기용설도 들린다. 북핵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겠다는 의중이 실린 인사 카드인데 대북 압박과 제재의 틀은 유지하면서 미국과 밀착 공조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양제츠 국무위원이 이끈 시진핑 집권 1기 외교팀은 양제츠의 스타일대로 강성이었다. 양제츠는 미중 전략대화에 나서면 싸움닭으로 변하곤 했다. 설전에 능하고 밀리지 않는 캐릭터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중국의 대외 문제 처리가 매끄럽지 않았던 사안들이 적잖았다. 시행착오가 많았고 오판도 있었다고 보는 것 같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제 배치 문제만 해도 초동 대응을 거칠게 했다는 얘기가 안팎에서 들린다.  
 
그래서 외교 사안의 최종 보고를 왕치산에게 맡긴 것 같다. 게다가 사업가 출신으로 협상에 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공 드라이브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 협상가를 발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왕치산을 외교팀의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미ㆍ중 관계는 앞으로 얼마나 클 지는 모르겠으나 훈풍이 예상된다. "
 
차이나랩 정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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