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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김정은 만난 트럼프, 절대 거절 못할 제안으로 기선 제압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반칙왕에게도 필살기가 있다 
“볼 하나하나마다 홈런을 노리면 삼진아웃 당할 가능성도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저서인 『거래의 기술』에 나오는 내용이다. 트럼프는 그간 ‘독불장군’ 스타일로 ‘반칙왕’의 대명사로 자리 잡아 왔다. 미국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 27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을 분석해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라는 책으로 묶어냈다. 이 책은 트럼프를 분석했더니 충동성·무모함·피해망상 등 폭력성과 관련한 여러 특성과 함께 자기도취증·반사회적 증세·편집증세·착각증세가 관찰된다며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반트럼프 진영에선 그를 미국의 대통령으로 여기지 않겠다는 움직임도 상당하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런 지적이나 비판, 비난에도 여전히 미국의 합법적인 대통령이다. 미군의 최고사령관이기도 하다. 4월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파트너다. 미우나 고우나 그의 대북 협상과 담판에 한반도와 평과가 달려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물론 최종적으로 한반도에 평화의 깃발을 꽂을 주인공 역할은 당연히 한국 정부가 맡아야 하겠지만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앞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앞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승부사 기질'은 트럼프의 유전자 
한반도의 운명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북미 정상회담을 전망하려면 트럼프의 다양한 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거래의 기술』을 살펴보면 트럼프 튀는 행보 뒤엔 의외로 기민한 거래 원칙과 수법이 숨어있다. 비즈니스맨 시절의 거래 기술을 적었지만, 이는 ‘인간 트럼프’  ‘승부사 트럼프’를 형성하는 바탕일 수도 있다.  
만일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린다면 비즈니스맨 출신의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이 그동안 해왔던 다양한 거래, 협상의 경험을 최대한 활용해 수밖에 없다. 국제관계나 외교 협상, 담판과 관련한 경험은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비즈니스 스타일의 거래다. 따라서 트럼프는 이를 무기로 정상회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려고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따라서 트럼프의 사업 스타일을 총망라한 이 책을 살펴보면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떻게 나올 것인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트럼프는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부동산 사업을 크게 키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책에서 트럼프는 자신이 구사해 성공에 이른 각종 거래의 기술을 소상하게 밝혔다. 트럼프는 이 책을 성경 다음으로 좋아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금과옥조로 삼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책은 2016년~2017년 미국 대통령 선거 캠페인 기간 중 트럼프의 득표 전략을 짐작할 수 있는 자료로 이용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의 저자 밴디 리 씨가 20일 중앙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의 저자 밴디 리 씨가 20일 중앙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상대 허점 파고들어 상황 장악 
이 책을 보면 거래나 협상, 담판에서 상대방의 허점을 노려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든 다음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해서 원하는 바를 얻는 것이 트럼프의 대표적인 기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트럼프가 자가용 비행기를 헐값에 산 과정이다. 트럼프는 1987년 미국 경제잡지 ‘비즈니스 위크’의 기사를 읽다가 경영난에 처한 다이아몬드 샴로크라는 기업의 고위간부들이 회사 소유의 호화판 보잉 727기를 마음대로 타고 다녔다는 내용을 발견했다. 확인 결과 200명이 탈 수 있는 여객기를 15명이 탈 수 있도록 개조한 것으로 침실과 목욕탕, 집무공간을 갖추고 있었다. 일반 사람이 봤으면 혀를 차면서 이 회사 고위간부들의 도덕적 해이나 비난하고 말 내용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 기사를 보면서 머리에 스파크가 번쩍하고 터졌다. 
 
3000만 달러 비행기 800만 달러에 
당시 신형 727기 구매에는 3000만 달러가 든다. 크기가 727의 4분의 1 정도인 AG-4도 1800만 달러나 한다. 큰 건의 사업을 하나 벌이기에 충분한 고가다. 당시 다이아몬드 샴로크는 이 비행기를 팔고 싶어 안달이었다. 그런데도 이를 사들이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가격도 비싸고 이미지도 나빴기 때문이다. 기다려도 사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거래에 들어간 트럼프는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인 500만 달러를 불렀다. 허를 찔린 상대는 1000만 달러로 맞섰지만 이미 약점을 보인 다음이었다. 서로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800만 달러에 합의가 이뤄졌다. 트럼프가 처음부터 이긴 거래였다.  
다이아몬드 샴로크의 입장에서는 자사 고위간부들의 비도덕성을 보여주는 골치 아픈 자가용 비행기를 빨리 팔아 치우고 현찰도 확보했으니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차피 제값을 다 받고 팔기는 쉽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이 거래는 가격이 약간 문제였을 뿐 다이아몬드 샴로크로서는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을 것이다. 이 값에 자가용 비행기를 얻은 트럼프는 입가에 미소를 지울 수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다.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이다.  
트럼프가 북한을 상대로 이런 거래의 기술을 써먹으려면 북한에 대한 정보가 필수적이다. 북한 체제나 김정은 위원장의 허점에 대한 비밀정보가 필요하다. 미국의 정보당국은 현재 필사적으로 대북 정보 수집과 분석에 매달리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 도청 방지 장치 없이 통화. 미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만찬에 참석한 배우 리처드 디에가지오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들.   [사진제공=리처드 디에가지오 페이스북 캡처]

트럼프, 도청 방지 장치 없이 통화. 미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만찬에 참석한 배우 리처드 디에가지오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들. [사진제공=리처드 디에가지오 페이스북 캡처]

 
2500만 달러짜리 리조트를 800만 달러에 
트럼프식 거래의 결정체에 해당하는 것이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다. 트럼프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초대하는 등에 사용했던 ‘마라라고’ 리조트는 트럼프의 무시무시한 사업 수완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로 자주 인용된다. 트럼프는 이 책에서 이 리조트를 손에 넣은 과정을 자랑스럽게 공개했다. 1920년대에 4년에 걸쳐 지은 이 저택은 방이 118개에 이른다. 외벽을 쌓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석재를 세 차례나 배로 실어왔다. 집 안팎을 장식하기 위해 15세기 스페인제 타일 3만6000장을 들였다.  
1982년 당시 이를 소유했던 포스트 재단이 2500만 달러에 저택을 내놓자 트럼프는 즉시 가격을 후려치며 흥정에 나섰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AP통신은 당시 트럼프가 1500만 달러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여러 사람이 트럼프보다 더 많은 액수를 제시하며 계약을 맺었지만 모두 잔금을 치르지 못해 거래가 실패했다. 트럼프는 그럴 때마다 오히려 더 낮은 가격으로 그 집을 사겠다고 나섰다. 1985년 말 트럼프는 현찰 500만 달러를 제시했고 덧붙여 그 집의 가구 모두를 300만 달러에 사겠다고 제안했다. 트럼프의 주장으로는 “재단 측은 계약이 번번이 깨지는 데 지쳐”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트럼프는 한 달 안에 잔금을 치렀다. 이 과정을 요약하면 상대의 허점을 노리면서 지치기를 기다렸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미국의 소리(VOA)의 보도는 이와 결이 사뭇 다르다. “부동산 기업가였던 트럼프는 마라라고와 해변 사이의 자투리땅을 매입해 마라라고에서 해변으로 통하는 길을 막자 시세가 폭락했다”라는 내용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트럼프를 직접 취재했던 워싱턴포스트의 보도가 책의 내용과는 더더욱 다르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마라라고 바로 앞에 있는 해변의 부동산을 사들여 마라라고의 바다 경관을 가로막는 ‘흉물스러운(hideous)’ 건물을 짓겠다”라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해변 땅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재단은 마라라고라는 커다란 집을 팔 수 없었고 가격은 날로 하락했다. 미국 잡지 배너티 페어가 1959년부터 마라라고에서 일했고 나중에 트럼프의 집사 일도 했던 앤서니 세네칼을 취재한 내용도 이와 일치한다. 이런 ‘작업’의 결과 마라라고는 헐값에 트럼프의 손에 들어왔다는 이야기다. 트럼프는 충분히 뜸을 들이면서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수단과 방법을 않고 헐값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다.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4월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시진핑 주석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북핵 억제를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같이했다. [사진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4월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시진핑 주석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북핵 억제를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같이했다. [사진 중앙포토]

 
트럼프, 북한 최대한 압박한 뒤 회담 나설 것 
트럼프는 5월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까지 충분한 시간이 없다. 북미 협상과 담판, 거래에서 트럼프가 원하는 성과를 내려면 엄청난 압박용 카드가 필요하다. 중국을 활용하든지, 북한에 직접 충격을 줄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하다. 트럼프가 북미대화를 촉구하는 한국에 제안을 받아들인 것 자체가 이런 카드를 이미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무턱대고 ‘사업’을 진행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 뜻대로 헐값에 후려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나 움직일 수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한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 수집 활동을 벌였던 미국 측 요원들은 대회가 끝나자 즉시 철수했다. 이들이 무엇을 확보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거기에 어떤 실마리가 담겼을지도 모른다. 흡족한 내용이 없다면 북미 정상회담을 연기하거나 취소할 가능성도 있다. 이것마저 트럼프의 거래 스타일이다.  
'뉴욕의 백악관'이 돼 버린 뉴욕 맨해튼 5번가의 트럼프타워. 주변이 한산하다.

'뉴욕의 백악관'이 돼 버린 뉴욕 맨해튼 5번가의 트럼프타워. 주변이 한산하다.

 
'크게 생각하라'를 비즈니스 원칙으로
『거래의 기술』은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을 크게 11가지로 정리한다. 가장 먼저 내세우는 것이 ‘크게 생각하라’이다. 사람들은 무언가 결정을 내릴 때 일을 성사시킨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규모를 작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오히려 이와 반대로 생각한다. 더 좋은 장소에 더 멋지고 기념비적이며 큰 노력을 들일 가치가 있는 건물을 짓고 싶어 했다. 트럼프는 성공한 사업가들은 ‘집중적이며 충동적이고 외곬으로 생각하며 때로 거의 편집광적’이라는 특징이 공통으로 있다’라고 지적한다. 트럼프는 이처럼 날카롭고 강인하며 때로는 사악하기도 한 경쟁 사업가들에 맞서서 쳐부수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고 말한다.  
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에서 만나게 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집중적이며 충동적이고 외곬으로 생각하며 때로 거의 편집광적’인 지도자일 수 있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서 보여준 그의 집념이 이를 반영한다. 그렇다면 그런 김정은을 누를 트럼프의 묘수는 무엇일까. 트럼프의 과거 스타일을 보면 그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더 좋은 장소에 더 멋지고 기념비적이며 큰 노력을 들일 가치가 있는 건물’을 세우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실체는 무엇일까.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

 
'항상 최악을 예상하라' 금과옥조로 
트럼프는 자신의 저서에서 ‘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는 말을 강조한다. 트럼프는 미국의 도박도시인 애틀랜틱시티에서 부동산을 구매해 한 필지로 만든 다음 도박장 허가를 받아냈다. 그런 다음 홀리데이 호텔 그룹의 제안을 받아들여 동업했다. 토지구매 비용과 건축비용, 몇 년간 기다리며 입은 손해까지 지불한다는 조건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왜 이익금의 절반을 포기하느냐’고 이야기했지만, 트럼프는 ‘위험을 떠안고 카지노를 혼자 소유하느냐’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절반만 소유하느냐’를 놓고 선택하기란 너무도 쉬운 문제였다고 회상했다. 트럼프식의 참으로 간단명료한 거래다.  
반대로 힐턴 가문은 같은 애틀랜틱시티에서 같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빨리 카지노를 개장하기 위해 도박장 면허를 신청함과 동시에 4억 달러를 들여 카지노 공사를 시작했다. 힐턴이 추진하던 카지노는 완공 두 달을 앞두고 면허 신청이 거부되면서 헐값에 트럼프에게 넘어갔다.  여기서 보듯 트럼프는 저돌적으로 달려들지 않고 오히려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는 스타일이다. 북미회담에 앞서 트럼프는 무엇을 기다리고 무엇을 밀어붙이며 무엇을 양보할까.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본 마라라고. 왼쪽은 대서양, 오른쪽은 호수다. 이 때문에 바다에서 호수까지라는 뜻의 ‘마라라고’라는 이름이 붙었다. [AP=뉴스1, 위키피디아]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본 마라라고. 왼쪽은 대서양, 오른쪽은 호수다. 이 때문에 바다에서 호수까지라는 뜻의 ‘마라라고’라는 이름이 붙었다. [AP=뉴스1, 위키피디아]

 
차선의 방안으로 옮아갈 준비를 
트럼프의 원칙 중 하나가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이다. 트럼프는 맨해튼에 철도용지를 매입해 정부보조금을 받고 주택을 지으려고 했지만, 융자를 받지 못했다. 그러자 대신 컨벤션센터를 건설했다. 뉴욕시가 컨벤션 센터 계획을 채택하지 않았으면 트럼프는 또 다른 계획을 추진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애틀랜틱시티에서 카지노 건설 계획이 허가를 받지 못했으며 이를 다른 도박장 면허업자에게 팔아 이익을 챙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플랜 A가 힘들면 곧바로 플랜 B를 가동하는 것이 트럼프의 스타일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마음먹은 대로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즉각 이를 바탕으로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트럼프의 플랜B는 군사공격일까, 아니면 또 다른 협상 카드일까. 궁금증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발로 뛰면서 시장을 조사하라’는 원칙도 내세운다. 트럼프는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시장조사는 믿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대신 자신이 직접 묻고 묻고 또 물어서 의문을 해결한 뒤 결론을 내린다고 한다. 트럼프는 비평가들을 믿지 않는다. 트럼프 타워는 완성되기 전에 신통한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부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트럼프를 보면 결코 보좌관이나 전문가들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만의 판단과 방식으로 북미 정상회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참모들은 트럼프에게 자문한다기보다 트럼프의 요구를 어떻게 맞출지를 고민해야 할 처지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의사를 어디까지 관철할 수 있을지에 한국 외교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기만전술도 서슴지 않아 
트럼프가 내세운 원칙 중 눈길을 끄는 것의 하나가 ‘지렛대를 사용하라’이다. 그는 거래를 할 때 최악의 자세는 ‘도저히 가망이 없다고 절망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 자체가 패배나 다름없으며 이럴 경우 상대는 더욱 전의가 불타게 된다는 것이다.  
1974년 트럼프는 뉴욕의 코모도어 호텔을 사들이면서 주인을 설득해 호텔 폐업 의사를 발표하게 했다. 트럼프는 그런 다음 호텔이 문을 닫는 것이 얼마나 큰 불행인지를 강조하며 다녔다. 트럼프는 이를 통해 가격을 한참 떨어뜨린 뒤 이 호텔을 손에 넣었다.  
홀리데이호텔 이사회가 애틀랜틱시티에서 트럼프와의 동업을 고려하기 시작하자 트럼프는 실제와는 달리 공사가 거의 완공된 것처럼 보이도록 모든 공사 장비를 가동했다. 판 땅을 다시 메우는 등의 조작도 서슴지 않았다. 홀리데이 이사회는 트럼프의 기만 작전에 넘어가 그를 사업 파트너로 정했다.  
 
돈 드는 일 싫어하는 트럼프 군사옵션 만질까
‘희망은 크게, 비용은 적당히’라는 원칙도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는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동전 한 푼이라도 일일이 챙겨야 한다고 배웠다고 밝힌다. 동전은 곧 지폐가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사업을 하면서 청부업자가 부당하게 액수를 늘렸다고 생각되면 5000달러나 1만 달러짜리도 직접 전화를 걸어 따졌다. “그 정도 하찮은 거래를 위해 골치를 썩이느냐”는 사람에겐 “내가 1만 달러를 절약하기 위해 25센트짜리 전화를 하지 않으면 그때는 사업을 접어야죠”라고 쏘아줬다. 희망은 크게 가지되 적당한 비용을 들여 실현하라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트럼프는 애틀랜틱시티에 트럼프 플라자를 적당한 공사비를 들여 적당한 시기에 완성했기에 성공했다고 강조한다. 트럼프가 말했던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비용’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떻게 적용될지 관심거리다. 이를 바탕으로 트럼프의 행동을 예측해보면 막대한 비용이 들 수밖에 없는 군사적 옵션을 선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짐작이 맞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약간의 허세' 필요악으로 강조 
트럼프가 자신의 원칙 중 하나로 ‘언론을 이용하라’고 했듯이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상당한 정치적 프로파간다가 난무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기자들이 곤란한 질문을 던지더라도 긍정적인 대답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주장한다. 대선 과정과 이후에 나타난 그의 막말과 언론을 상대로 한 전쟁 같은 악담을 생각하면 의외이기도 하다. 책에 나타난 내용은 이렇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뉴욕 웨스트사이드에 미치는 악영향을 묻는다면, ‘뉴욕 시민들은 가장 높은 빌딩을 소유할 자격이 있으며 그 빌딩이 생김으로써 시민들의 긍지가 얼마나 높아질지를 역설하며 화살을 피한다’는 식이다. 왜 부자들을 위해서 건물을 짓느냐고 물으면 ‘건물을 신축함으로써 수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고 뉴욕시의 세금 수입을 늘림으로써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고 답한다’는 방식이다. 트럼프는 이와 관련, ‘일을 성사시키는 마지막 열쇠는 약간의 허세’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의 환상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남들이 위대하다고 부추겨주면 괜히 우쭐하게 마련이다’라는 트럼프의 주장에 묘한 여운이 감돈다. 
이를 바탕으로 생각하면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을 치켜세울 가능성이 있다. 진심이라기보다 협상과 거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볼 수 있다.  
 
'일단 싸워보자' 싸움닭 트럼프  
트럼프는 ‘신념을 위해 저항하라’는 원칙도 말했다. 보기에 따라 무서운 내용이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는 사람에겐 특별히 잘해왔다. 하지만 자신을 이용하거나 부당하게 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치열하게 대항한다. 트럼프는 신념을 위해 싸우면 때로 의도에서 벗어나는 일이 있긴 해도 대개는 최선의 결과를 낳게 된다고 믿는다. 트럼프는 뉴욕시가 트럼프 타워에 무거운 세금을 매기자 무려 6개의 재판을 걸었다. 소송비용도 많이 들었고 승소 가능성도 희박했지만, 결과와 관계없이 법정 싸움에 나섰다. 그 결과는 트럼프의 승리였다. 트럼프는 여기에서 교훈을 얻었다.  
 
트럼프는 이 밖에 ‘입지보다 전략에 주력하라’  ‘최고의 물건을 만들어라’ ‘사업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라’ 등의 원칙도 제시한다. 한결같이 거래를 이기기 위한 그만의 기술이다.  
트럼프가 이런 거래의 기술을 바탕으로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묘수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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