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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눈물 부처

눈물 부처            
-서정춘(1941~ )
 
시아침 3/27

시아침 3/27

비 내리네 이 저녁을
빈 깡통 두드리며
우리 집 단칸방에 깡통 거지 앉아 있네
빗물소리 한없이 받아주는
눈물 거지 앉아 있네
 
 
깡통은 동냥에 쓰이니 거지의 생계수단인데, 그것이 이 저녁 가난한 단칸방에서 새는 빗물을 받아내고 있다. 겨울엔 바람을 막지 못하고 여름엔 비를 가리지 못하는 어느 연인 또는 젊은 부부의 둥지에, 탁발이라도 하는 듯 앉아 있다. 그 맑은 빗물 소리에 허기는 잠들고 사랑은 환히 깊어갔으리라. 부처는 멀리 있지 않다. 누군가의 고통을 보면 절로 발걸음이 멈춰지는 사람은 다 천근만근의 부처다. 부처야말로 맨발의 수행자이자 탁발 승단의 리더 아니었던가. 
 
<이영광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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