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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차르 푸틴’의 러시아, 어디로 가는가

신범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신범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크림반도 합병 4년째 되던 날(18일)에 치러진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이 4선에 성공했다. 이로써 총리 4년을 포함해 2024년까지 모두 24년을 집권하게 된다. 이 때문에 해외 언론들은 제정 러시아 시대의 황제 같은 ‘차르 체제’의 완성이라고 비유한다. 한 언론인은 푸틴이 대통령을 넘어 과거 레닌이나 스탈린에게 붙였던 ‘수령(vozhdi)’의 반열에 올랐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일부 부정선거 시비가 있었지만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대표들과 러시아 초청 65개국 참관단의 감시 아래에 선거가 치러졌다. 중국과 북한을 비롯해 독일·프랑스·이탈리아·인도·일본 등 주요국 지도자들이 축전을 보냈다. 특히 도널드 트럼트 미국 대통령은 축하 전화를 걸었다가 국내 정치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 대선에서 푸틴은 지난 2012년 대선에 비해 13%포인트 높은 76.7%의 득표율로 당선했다. 투표율(68%)도 이전보다 높아졌고, 낮은 지지를 받았던 모스크바(47→71%)나 상트 페테르부르크(59→75%) 등 대도시에서도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친(親)크레믈린계 여론 조사기관들조차도 선거 직전 조사에서 60% 중후반대 지지율로 푸틴의 낙승을 예상했다. 결과는 예상을 더 넘는 77%의 압승이었다. 선거 막판에 표심이 결집한 것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우선, 지정학적 이슈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푸틴은 나토의 동진(東進)에 대해 ‘공세적 방어’ 전략에 기초해 크림반도를 합병했다. 또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분쟁지역화 함으로써 서방의 영향력 침식을 차단하고 자국의 핵심 이익을 지켜냈다. 이런 단호함은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시론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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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서방의 제재가 강화·지속되는 가운데 위기적 상황을 돌파해 낸 관리능력이 국민에게 인정받았다는 분석도 있다. 경제제재 속에도 러시아 경제는 수입대체산업 및 내수시장 진작, 서비스업 개선 등으로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특히 기계 및 소재 분야에서 생산이 살아나고 있다. 이제 세계적 저유가 기조가 어느 정도 극복되면서 산유국인 러시아 경제에 대한 자신감도 커가고 있다.
 
게다가 선거 막판에 영국에서 발생한 이중스파이 암살 사건도 변수로 작용했다. 영국과 불거진 심한 외교 분쟁은 러시아 유권자들의 서방에 대한 반감을 부추겨 표심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푸틴에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첨언하자면 푸틴이 그동안 사이버 능력을 바탕으로 강화해 온 여론의 형성과 역 정보 확산 등의 능력이 매우 고도화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푸틴이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강력한 힘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갖게 했다.
 
5월 7일 새 임기를 시작하는 푸틴에게 주어진 과제도 만만치 않다. 당선 직후 인터뷰에서 그는 개헌을 통한 집권연장 내지 종신집권 의도를 강하게 부정했다. 이는 사실일 수 있다. 하지만 권력이 최고지도자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정치구조에서 푸틴 이후 러시아가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무거운 숙제로 남는다.
 
2021년 총선 전후로 후계 후보자들의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이후 러시아의 새로운 정치실험이 시작되면서 닥칠지도 모르는 혼란에 대한 두려움은 현재의 안정에 대한 대가로 남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러시아 사회의 건전한 다원성과 신진 엘리트들의 자율성을 확대할 수 있는 판을 확대함으로써 다가올 변화를 준비하는 것이다. 또한 과도하게 자원 의존적인 러시아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문제는 푸틴조차 제대로 풀지 못한 숙제다.
 
당분간 서방과의 관계개선이 쉬워 보이지는 않지만, 열전(熱戰)이나 냉전(冷戰) 사이의 어떤 지점에서 대전환의 세계질서를 대비하며 러시아 위상을 확고히 하려는 노력은 지속될 것이다.
 
한반도 미래와 관련해 한 가지는 분명하다. 푸틴의 러시아는 최근 더욱 가시적으로 동방 행보를 가속화해 왔고, 푸틴 4기 정부 역시 이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 도전이자 동시에 기회가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한국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미래와 관련해 꿈꾸는 ‘동방 기획’을 함께 할 파트너가 될 수 있을까. 북방 진출을 위한 파트너로서 러시아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실질적 협력방안을 실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의 안정과 공영이라는 목표를 달성해 나가기 위한 한국의 적극적인 외교 행보가 절실히 요청되는 시기이다.
 
신범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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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