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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5만석 값나갔다는 조선 찻사발

경운박물관에서 전시될 16세기 조선의 이도다완.

경운박물관에서 전시될 16세기 조선의 이도다완.

입지름 14㎝에 높이 8㎝인 사발. 평범해 보이지만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는 그릇이 아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약 10년 전 쌀 5만석에도 거래됐다는 조선 찻사발 이도다완(井戶茶碗)이다. 대마도 연간 쌀 수확량이 2만 석이었던 16세기 당시에 이도다완 가격은 최소 1만석, 최상품은 5만석의 쌀 가격과 맞먹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도다완이 국보로 지정돼 있을 정도다.
 
평소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웠던 이도다완 한 점이 27일 서울 삼성로 경기여고 경운박물관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경기여고 동창회인 경운회가 운영하는 경운박물관이 준비한 ‘다선일미’(茶禪一味)전에서다. 고려와 조선의 다완 29점과 다실에 어울리는 전통 서화 10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장경수 경운박물관 관장은 “소장자의 협조를 얻어 이도다완을 3월 27일 하루 동안 선보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되는 이도다완은 일본 최고 다인(茶人)인 센 리큐(1522~1598)의 15대손인 센 겐시쓰(千玄室) 대종장이 2013년 진품으로 감정한 작품이다. 겐시쓰 대종장은 이 이도다완을 감정하고 생애 처음으로 “다완이 살아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도다완은 15세기 말 16세기 초 청자에서 백자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등장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1536~1598)의 다도 스승이며 일본 다성(茶聖)으로 추앙받는 센 리큐(千利休)는 16세기 이도다완을 ‘천하제일’이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이도다완은 굽 언저리에 몽글몽글한 형태의 ‘매화피’, ‘메’라고 불리는 포개 구운 흔적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특징. 이동천 감정위원은 기자간담회에서 “16세기 조선 이도 찻사발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면서 “사발 안쪽 바닥의 포개구이 흔적은 위조하기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운박물관은 고려 수묵화로 추정되는 ‘독화로사도’(獨畵鷺鷥圖)도 4월 19일 하루 동안 공개할 계획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녹갈색 유약을 안쪽까지 바른 10세기 고려녹청자 해무리굽완을 비롯해 희귀한 다완들도 볼 수 있다. 장 관장은 "고려의 대문호 이규보는 ‘차 한 사발로 참선을 시작했다’”며 “이번 전시가 바쁜 현대인에게 차 문화의 정취와 삶의 여유를 돌아보게 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무료이며 4월 21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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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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