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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 강행마라" 무릎 호소 6개월만에 갈등 재연

“조희연 교육감, 얘기 좀 합시다. 당신 임기 3개월밖에 안 남았어.”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옛 공진초 4층 강당에 조희연 교육감이 들어서자, 확성기를 켠 한 남자가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150석 규모의 좌석을 꽉 채우고 복도에까지 서서 설명회를 기다리던 장애인 가족들은 그를 향해 "확성기 좀 꺼요. 설명회 들으러 왔으면 조용히 합시다"라고 외쳤다. 강서지역 주민이라는 그는 도리어 "시끄러운 사람은 귀 막고 나가라"면서 "학부모들은 피해자 코스프레하지 말고 남의 동네 일에서 빠지라"고 소리를 높였다.  
 
26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옛 공진초 강당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한 ‘주민과 교육공동체가 함께하는 특수학교 설립 추진 설명회’는 일부 지역 주민의 거센 반발로 아수라장이 됐다. 옛 공진초는 내년 9월 개교 예정인 강서지역 특수학교(서진학교)가 들어설 곳이다.
26일 오전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 터에서 열린 특수학교 설립추진 설명회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출입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 터에서 열린 특수학교 설립추진 설명회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출입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설명회는 서울교육청이 서진학교와 강남서초지역 특수학교(나래학교)의 설립 추진 현황과 주민 편의시설에 대해 학부모와 지역주민에게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받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설명회 시작 전에 도착한 학부모 장민희(46)씨는 “시교육청이 공식적으로 특수학교 개교 일자를 못 박고 설명회를 하는 자리인만큼 지난번 같은 극단적인 반대는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장씨는 지난해 9월 탑산초(서울 강서구)에서 열렸던 강서지역 2차 주민 토론회 때 거센 반대를 하던 지역 주민 앞에서 무릎을 꿇었던 학부모다.
 
장씨의 기대와 달리, 설명회 시간을 한 시간여 앞두고 옛 공진초 정문 앞에는 강서지역 주민 20여명이 ‘강서구 의견 외면하는 독선행정 즉각 철회하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확성기를 든 한 주민은 “시교육청이 주민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특수학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강서 주민을 철저히 무시하는 행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26일 서울시교육청이 서진학교가 들어설 옛 공진초 건물에서 특수학교 추진에 대한 주민 설명회를 개최하자 특수학교 건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이 정문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다. [중앙포토]

26일 서울시교육청이 서진학교가 들어설 옛 공진초 건물에서 특수학교 추진에 대한 주민 설명회를 개최하자 특수학교 건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이 정문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다. [중앙포토]

 
설명회 참석을 위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옛 공진초 건물에 도착하자 일부 주민들이 몰려와 몸으로 밀치며 길을 막았다. 조 교육감을 둘러싸고 길을 트려는 시교육청 직원들과 10여분간 드잡이를 벌였다. 이로 인해 설명회가 예정보다 20분 늦게 시작했다. 
 
가까스로 설명회가 시작되자 일부 지역 주민은 피켓과 확성기를 든 채 "조희연 교육감 나와라"를 외치며 고성과 욕설을 퍼부었다. 조 교육감은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이 이토록 어렵다는 사실에 마음이 착잡하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온 국민을 울렸던 ‘무릎 호소’ 이후 사회가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이렇게까지 반대하시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이 서진·나래학교 설립 추진 현황과 주민편의시설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가자, 지역 주민들은 “집어 치워” “(특수학교를) 너희 집 앞에나 지어라” “말 같지 않은 소리 하지 마라”는 고성과 야유를 퍼부었다. 일부 주민은 확성기의 사이렌 소리를 내며 조 교육감의 발언을 방해하기도 했다. 반면 장애인 가족들은 조 교육감의 발언에 박수갈채를 보내는 등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주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강서지역 주민들은 “주민들이 이렇게까지 반발하는데 특수학교 건립을 강행하는 이유가 뭐냐”고 항의하며 “조희연 교육감이 주민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협의하겠다던 약속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시교육청이 완전히 주민들을 무시하고 있다”며 격앙된 목소리를 이어갔다.
 
주민들이 고성과 욕설로 항의를 계속하자 시교육청 관계자는 “정상적인 질의응답이 이어질 수 없는 분위기”라며 설명회를 시작한지 한 시간이 채 안돼 서둘러 마쳤다. 조 교육감은 “이렇게 심한 반발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특수학교 설립을 차질없이 진행해나가겠다”고 말했다.  
26일 서울교육청은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부지에서 특수학교 설립관련 설명회를 열었다. 장애아동 학부모들과 지역주민들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조희연교육감이 설명을 하고있다. 장진영 기자

26일 서울교육청은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부지에서 특수학교 설립관련 설명회를 열었다. 장애아동 학부모들과 지역주민들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조희연교육감이 설명을 하고있다. 장진영 기자

 
이날 참석한 학부모 고미라(47·서울 양천구)씨는 “여전히 지역 주민들이 강경하게 반대하는 모습을 보며 참담했다”면서 “이렇게까지 장애 아이들에 대해 편견을 갖고 계신데, 내년 9월 개교하더라도 이곳에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학부모 정지수(43·서울 양천구)씨는 “개교일이 정해져서 오늘 설명회에 편한 마음으로 참석했는데, 눈앞에서 지역주민이 학부모에게 ‘평생 그렇게 고생하고 살아라’며 악담하고 욕설을 퍼부으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씨는 “막상 학교가 지어지고 편의시설도 완성되면 지역 주민들의 마음도 돌아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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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강서지역 주민들은 옛 공진초 자리에 국립한방병원이 들어와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특수학교 대신 한방병원을 세우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뒤 일부 주민들 사이에 특수학교 건립에 대한 반발이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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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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