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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음악계에 발 들여놓지 못할까봐”…‘교수 미투’ 2차 가해 우려하는 이화여대 학생들

지난 23일 오전,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이화여대 음악대학 소속의 한 교수 연구실 앞에 학생 150여명이 모여 있었다. 학생들은 색색의 포스트잇에 ‘성범죄자 나가’ ‘당신에게 배우고 싶지 않다’ ‘이화 WITH YOU’ 등의 문구를 써 교수 연구실 앞에 붙였다.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연구실 복도까지 포스트잇이 빼곡히 들어찼다. 한 이화여대 재학생은 “(신분 노출 우려로) 음대 학생들이 직접 나설 수 없기 때문에 타과 학생들이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며 “(이렇게 많은 학생이 모인 것을 보니)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이화여대의 한 교수 연구실 앞에 붙은 학생들의 항의 포스트잇. 권유진 기자

지난 23일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이화여대의 한 교수 연구실 앞에 붙은 학생들의 항의 포스트잇. 권유진 기자

 
이화여대 관현악과 소속 A 교수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학생들의 ‘미투’ 고백이 이어지는 가운데, 2차 피해를 걱정하는 학생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A교수에 대한 페이스북 제보 페이지가 만들어진 이후 이화여대에서 만난 음대 학생들은 입을 모아 “학교가 피해자를 색출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이는 인맥을 통한 취업이 이뤄지는 폐쇄적인 예체능 업계에서 성폭력이 발생할 때 피해자들이 흔히 보이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화여대 음대 재학생은 “A교수는 음악계에서 권력이 막강한 사람”이라며 “오케스트라 입단 심사위원직을 맡고 있고, 서울시향 등에도 인맥이 넓은 것으로 알고 있다. A교수에게 피해를 겪은 학생들은 주로 고학년인데, 결국 피해 당사자들이 가해자를 통해 취업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이화여대 학생들이 관현악과 교수 성추행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유진 기자

지난 23일 이화여대 학생들이 관현악과 교수 성추행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유진 기자

 
또 다른 음대 재학생은 “그런 일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교수님 수업을 받고 싶어했던 학생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만큼 (음악계는) 인맥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관현악과 성폭력 사건에 대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꾸려진 이후에도 학생들은 언론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였다. 취재진이 이화여대에서 접촉한 음대 소속 학생들 대부분은 A교수에 대한 언급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신분 노출 우려로 온라인상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한편 이화여대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진상 조사가 마무리 될 때 까지 A교수의 수업을 중단하겠다고 24일 밝혔다. 이후 이화여대 관현악과는 학생들에게 A교수가 진행했던 수업의 강사 재배정과 학사 일정 변동 등을 면담 형태로 논의할 것을 제안했으나, 학생 비대위는 “피해자로 추측되는 직속 제자들을 대상으로 피해사실을 확인하여 1차 제보자 색출을 시작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명백한 피해자 색출 과정이며 2차가해가 있을 것이라는 암시”라며 면담을 거부했다. 학교 측은 이를 받아들여, 면담이 아닌 서면 의견 수렴 등을 통해 학사 일정을 조율하겠다고 25일 밝혔다.  
 
홍지유·권유진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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