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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무서워도 마스크는 안써…"안전벨트 없는 차 탄 격"

올해만 서울시에서 4번째…‘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
“회사가 지하철역 근처인데 굳이 불편하게 마스크는 쓰고 다녀야 하나요?”
26일 오전 올해 들어 4번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서울 광화문 일대. 정진호 기자

26일 오전 올해 들어 4번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서울 광화문 일대. 정진호 기자

 
26일 오전 시청역 8번 출구 앞. 고농도 미세먼지가 만들어 낸 짙은 안개 때문에 거리에는 간판조차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 지하철역을 빠져나오는 시민들의 표정은 잿빛 하늘만큼이나 답답해 보였다. 하지만 걸음을 재촉하는 시민 중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직장인 박남진(45)씨는 “마스크를 안 쓰고 다녀도 몸이 아프지 않아 미세먼지가 건강에 안 좋다는 게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26일 오전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 정진호 기자

26일 오전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 정진호 기자

 

이날은 수도권에 올해 들어 네 번째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된 날이었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오전 9시 기준 초미세먼지 일평균 농도는 서울 88㎍/㎥, 부산 53㎍/㎥, 광주 68㎍/㎥, 대전 55㎍/㎥, 경기 66㎍/㎥, 강원 52㎍/㎥, 충북 67㎍/㎥, 제주 56㎍/㎥ 등으로 ‘나쁨’(51∼100㎍/㎥)에 해당했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은 전날에 이어 나쁨 수준의 농도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고 오전 6시를 기해 공공부문 차량 2부제 등 비상저감 조치에 들어갔다.
 
 "마스크 선택 아닌 필수"…그러나 착용률은 절반도 안 돼
서울 시청 일대가 미세먼지로 인한 안개에 뒤덮여 있는 모습. 정진호 기자

서울 시청 일대가 미세먼지로 인한 안개에 뒤덮여 있는 모습. 정진호 기자

미세먼지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마스크 착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지난달 2일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체감도를 조사한 결과, 93.8%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중 응답자의 90.5%가 “이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일상적인 풍경”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마스크 사용은 타인에 대한 일종의 배려라 볼 수 있다”라고 답한 비율도 94.5%에 달했다.
 
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하는 비율은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크 착용 실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4명만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녹색건강연대가 성인남녀 2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이유로 71.2%가 ‘불편함’을 꼽았다. 마스크 기능에 대한 의구심으로 착용하지 않는 경우도 16%에 달했다. 

 
실제로 이날 출근길에 만난 시민 200명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은 40여명 정도에 불과했다.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귀찮고 불편해서""화장이 묻어서" 등 다양한 이유를 댔다. 직장인 김모(57)씨는 “광화문역에서 회사까지 5분도 안 걸리기 때문에 출퇴근 때는 마스크 안 낀다. 안경에 김 서려 불편하다"고 말했다. 다른 직장인 이모(27·여)씨는 "미세먼지 심각한 건 알고 있지만 마스크를 쓰면 화장 지워지는 게 싫어서 착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미세먼지 무방비 노출될수록 위험…노인에겐 치명적
전문가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은 ‘안전 불감증’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미세먼지가 각종 호흡기 질환으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위험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만성폐쇄성폐질환 월별 진료현황을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3월,4월,1월 순으로 많았다. 이에 대해 김경남 서울대병원 환경의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경고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은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 믿으며 안전벨트를 없는 승용차에 타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농도를 측정해 경고를 알려주는 어플리케이션에는 26일 오전 '절대 나가지 말라'는 경고가 노출돼 있다. 정진호 기자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농도를 측정해 경고를 알려주는 어플리케이션에는 26일 오전 '절대 나가지 말라'는 경고가 노출돼 있다. 정진호 기자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에게 마스크는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라는 연구도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 연구팀은 “단기간 대기오염 노출이 노인의 이른 죽음과 관련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오존층이 엷어지는 시기에 미세먼지 농도가 1㎥당 1㎍ 증가할 때 1년에 550여명의 사망자가 더 발생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수록 노인 사망률이 올라간다는 얘기다. 
 
미세먼지 마스크 해도 겁나는 현실…제대로 된 절감 대책 나와야
26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횡단보도에 서있는 시민들. 정진호 기자

26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횡단보도에 서있는 시민들. 정진호 기자

최근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근본적인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미세먼지 대책으로 마스크 착용과 공기청정기 설치만 권하는 것은 사후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중국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등을 요구하는 게시글이 올라와 5만3000여명의 시민이 찬성했다.
 
일각에서는 정부나 지자체가 미세먼지에 대한 기초적인 자료조차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달부터 미세먼지 절감 정책으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5기의 가동을 오는 6월까지 4개월간 중단하기로 했지만 효과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6월에도 노후 석탄발전소 8기의 가동을 한 달간 멈췄지만 미세먼지는 1% 줄어드는 데 그친 수준이었다. 앞서 서울시도 미세먼지가 심한 날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요금 면제’ 정책을 폈지만 승용차 사용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혈세 낭비’ 논란 끝에 제도를 자진 철회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게 필수라고 지적한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이 30~50%에 이르는 만큼 대중국 외교 노력이 없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얘기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1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중국과 협력을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중국과 미세먼지 데이터 공유 확대’ 정도에 그쳤다. 
 
조석연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정부는 2022년까지 미세먼지 배출량 30% 줄이겠다고 하는데 그때까지 못 줄인다고 해도 책임질 사람이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중국발 미세먼지 감축을 원한다면 우리도 국민건강을 위해 중국과의 무역 거래 방식으로라도 감축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규진·정진호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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