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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엘리베이터 못타요”...인천 초등생 살해 사건 1년

인천 초등생 살해 주범이 지난해 3월 초등생(8)을 유인해 자신의 아파트 집으로 데려가는 모습. [연합뉴스]

인천 초등생 살해 주범이 지난해 3월 초등생(8)을 유인해 자신의 아파트 집으로 데려가는 모습. [연합뉴스]

#2017년 3월 29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한 아파트 단지 옆 놀이터. 인근 초등학교 한 여학생(당시 8세)이 서성였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야 해 전화기를 빌려줄 사람을 찾았던 것이다. 마침 지나가던 한 아줌마가 있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야 하는데 휴대전화 좀 빌려주세요”라고 말을 걸었다. 이 아줌마는 “내 휴대전화 배터리가 다 됐으니 집에 가서 전화하게 해 줄게”라며 자신의 집으로 여학생을 데리고 갔다. 초등생은 아무 의심 없이 아줌마를 따랐다. 이후 여학생은 아줌마에 의해 살해 뒤 훼손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오는 29일, 인천 초등생 살해 어느덧 1년
주민들, 사건 후 1년 외지인 경계 높아져
학교~아파트 사이 쪽문, CCTV 4대 설치
음식물 쓰레기, 남편이 버리기가 다반사
전문가 "정확한 사실 인지 통해 극복해야"

1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천 초등생 살해사건 내용이다. 초등생을 살해한 아줌마는 어른으로 변장한 여고 중퇴생 김모(당시 17세)양이었다. 김양은 사건 당일 자신보다 어린 학생을 살해할 목적으로 엄마의 선글라스와 치마 등을 입고 놀이터로 나갔다. 범행 대상을 물색 하던 중 살해된 초등 여학생이 휴대전화를 빌려달라며 먼저 접근한 것이다. 김양은 이 초등생을 집으로 유인, 살해 후 시신을 훼손, 유기했다. 이어 신체 일부를 비닐봉지에 담아 서울 홍대로 향했다. 인터넷 게임을 통해 알고 지내던 여고 졸업생 박모(당시 19세)양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김양은 검찰에서 “그가 (살해하라고) 시켰다. 새끼손가락 등 신체 일부를 갖고 싶어 해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김양은 “박양이 ‘확인했다. 예쁘다’라고도 했다”는 말도 했다. 박양은 “평소 하던 캐릭터 게임을 하는 줄 알았다. 신체는 모형인 줄 알았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지난해 말 김양에 대해 살인·시신유기 및 훼손 등의 혐의로, 박양을 공동정범(살인교사 등)으로 구속기소 했다. 인천지방법원은 김양에게 징역 20년을, 박양에게는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했다. 직접 살인을 하고 시신을 훼손한 김양이 20년 형을 선고받은 이유는 소년법 때문이다. 관련법상 만18세 미만에게 내려질 수 있는 최고형이 20년인 것이다. 당시 김양은 만16세였다. 반면 공범인 박양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것은 공동정범인데다 만 18세 이상인 성인이기 때문이다. 법정 최고형은 ‘무기징역 또는 사형’이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공범으로 구속기소된 주범 김양(사진 뒷쪽)과 공범 박양(사진 앞쪽)이 22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공범으로 구속기소된 주범 김양(사진 뒷쪽)과 공범 박양(사진 앞쪽)이 22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들은 곧바로 항소했다. 김양은 “박양의 지시에 따른 살인이면서 당시 심신 미약의 상태”라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심신 미약상태가 인정되면 소년법에 따라 최소 징역5~7년까지 감형될 수 있다. 박양은 “살해 하는 줄 몰랐고, 캐릭터 게임 중이었다”는 점을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살인교사 부분도 부인하고 있다. 박양의 주장이 인정될 경우 무기징역보다 낮은 형량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항소심은 현재 서울고법에서 진행중이다. 
 
현재 피해자와 가해자 가족들은 해당 아파트를 모두 떠난 상태다. 피해 학생 유가족들은 아파트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이사해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변호인과 항소심을 지켜보고 있다. 이들의 처벌을 원하고 있다. 유가족의 한 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애 엄마가)아직도 많이 힘들어한다”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이를 그리워하며 지낸다”고 했다. 이어 “정부도 언론도 당시에만 반짝 관심을 가졌을 뿐 이후 잊히는 것 같아 크게 실망하고 있다”며 “아이 엄마는 지금도 ‘아이가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뷰는 끝내 거절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떠나고 없는 아파트와 놀이터. 사건 발생 1년을 앞둔 지난 22일 현장을 찾았다. 놀이터에는 초등생 3~4명이 놀고 있었다. 주변에는 아이들의 엄마로 보이는 30대와 40대 주부 2명이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건 이후 달라진 것은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파트 단지로 곧바로 들어갈 수 있는 쪽문이 새로 생겼다. 쪽문은 등·하교 시간 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다. 또 아파트와 놀이터, 인근 어린이 도서관 등에 모두 4대의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됐다고 한다.  
인천 초등생 살해사건이 발생한 학교에서 아파트 단지로 연결된 쪽문이 새로 생겼다. 임명수 기자

인천 초등생 살해사건이 발생한 학교에서 아파트 단지로 연결된 쪽문이 새로 생겼다. 임명수 기자

 
아이를 지켜보던 40대 주부에게 ‘1년 전 초등생 사건을 아느냐’고 묻자,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한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다. 이어 “잊고 싶을 뿐”이라며 “사건 발생 후 놀이터에서 논다고 하면 곧잘 나와 지켜보는 게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또 “아이에게 ‘다른 사람한테 말을 걸지 말고 아는 사람이 가자고 해도 절대 따라가지 말라. 친구가 없으면 바로 집으로 오라’고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김양이 놀이터에서 초등생을 데리고 갔을 것으로 예상되는 동선을 따라 들어선 아파트 단지. 1년 전 취재진으로 가득했던 아파트 단지 내는 평온했다. 초등생과 중학생, 주부들은 평소와 같이 일상대로 움직였다. 부동산 거래도 예년 수준으로 회복했다. 단지 내 상가 한 중개업소 대표는 “처음에는 ‘그 아파트(초등생 살해사건)냐’는 질문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해 말부터는 그런 질문이 거의 없다. 사건 발생 이전수준까지 회복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를 둔 엄마 등 일부 주부들은 당시의 충격이 남아 있다고 한다. 당시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단지 내에서는 금기시되고 있다. 외지인이 나타나면 걸음이 빨라지거나 경계의 눈빛을 보낸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경찰에 신고하거나 경비실에 알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실제 이날 기자가 아파트 앞을 서성이자 한 주부가 경비실로 달려가 “누구냐”라고 묻는 장면이 목격됐다. 경비원은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주민들이 극도로 예민해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인천 초등생 살해 사건 당시 초등생이 놀다 살해범 김모양에게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말했던 공원 전경. 임명수 기자

인천 초등생 살해 사건 당시 초등생이 놀다 살해범 김모양에게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말했던 공원 전경. 임명수 기자

 
단지에서 만난 한 주부는 “엄마 중에는 아직도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고 계단을 이용하는 분들이 있다”며 “남편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김양이 범행 직전 아이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이용했고, 훼손한 시신 일부를 음식물 쓰레기에 버렸다는 진술 때문이다. 단지 내 엄마들이 트라우마로 힘들어 한다는 것이다.
 
경기대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대단히 흔치 않은 사건이 일어나 그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심리치료도 중요하지만, 평생 한 번도 안 일어날 수 있는 일, 재발 우려가 낮은 사건이라는 ‘사실에 대한 정확한 인지’를 통해 스스로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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