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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멀리 가는 에어인디아, 최장거리 타이틀 왜 못가졌나

25일(현지시간) 오전 5시 3분.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에 여객기 한 대가 착륙했습니다.
하루 평균 비행기 1299대가 이착륙하고, 승객 21만 3668명이 입출국하는(2017년 기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붐비는 히드로 공항이지만, 이날 콴타스항공의 QF9편만은 특별했습니다.
 
전날 오후 6시 49분 호주 퍼스를 이륙한 지 17시간 만에 런던에 착륙함으로써 역사적인 논스톱 취항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승객과 승무원 230여 명을 태운 QF9편은 쉬지 않고 1만 4498㎞(9010마일)를 날았습니다.  
24일 호주 퍼스를 출발해 25일 영국 런던에 도착한 콴타스항공의 QF9편에 투입된 보잉사의 787-9 드림라이너 항공기. [EPA=연합뉴스]

24일 호주 퍼스를 출발해 25일 영국 런던에 도착한 콴타스항공의 QF9편에 투입된 보잉사의 787-9 드림라이너 항공기. [EPA=연합뉴스]

70년 전엔 7번 중간기착, 나흘 여정 
직접 탑승한 앨런 조이스 콴타스항공 최고경영자(CEO)는 히스로공항 도착 직전 기내 방송을 통해 “우리는 오늘 호주와 영국 간 비행을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마무리했다”고 선언했습니다. 리사 노만 기장도 착륙 직후 “역사적인 운항에 함께한 여러분을 환영한다”며 성공적인 비행을 자축했고요. 
히드로 공항의 직원들은 입국장에서 승객과 승무원을 대대적으로 환영했습니다. 영국과 호주의 언론도 직항 노선 취항을 주요 뉴스로 다뤘죠.  
 
한편 런던에 착륙한 QF9편은 25일 오후 1시 15분 QF10편이 되어 다시 퍼스를 향해 이륙했습니다.  
 
두 나라가 멀긴 멀다지만 직항이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의아합니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70년이 더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대수로 여길 만 하다 싶기도 합니다. 
 
콴타스항공은 1947년 12월 시드니~영국 노선을 처음 운항했습니다. 55시간을 비행하면서 무려 7번 급유를 위한 중간 기착을 해야 했습니다. 승객들은 꼬박 나흘의 여정을 견뎌야 했죠. 툭하면 이륙과 착륙을 반복하며 비행하는 것이 껑충껑충 뛰는 캥거루가 같다고 ‘캥거루 노선’이라는 별명도 붙었습니다.  
최근까지도 호주~영국 노선의 여객기는 급유를 위해 두바이나 싱가포르에서 한 번은 멈춰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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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른 기종에 비해 연료 효율성이 20%가량 뛰어난 보잉사의 787-9 드림라이너를 도입하면서 마침내 논스톱 비행이 가능해졌습니다. 그 덕에 여행 시간은 약 3시간 줄었고, 콴타스항공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노선을 보유한 항공사가 됐습니다.  
세계 최장 노선은 도하~오클랜드   
그렇다면 최장거리 기록은 어느 항공사의 어느 노선이 갖고 있을까요.  
‘세계 최장거리 직항’ 타이틀은 카타르항공의 도하~오클랜드 노선이 보유 중입니다. 1만 4536㎞(9032마일)를 약 17시간 30분간 비행합니다.  
3위는 에미레이트 항공의 두바이~오클랜드 노선(1만 4201㎞, 17시간 25분), 4위는 유나이티드 항공의 로스앤젤레스~싱가포르 노선(1만 4114㎞, 17시간)입니다.  
 
세계 최장거리 노선인 카타르항공의 도하~오클랜드 노선의 경로.

세계 최장거리 노선인 카타르항공의 도하~오클랜드 노선의 경로.

카타르항공, 콴타스항공에 이어 3번째로 긴 노선인 에미레이트 항공의 두바이~오크랜드 경로,

카타르항공, 콴타스항공에 이어 3번째로 긴 노선인 에미레이트 항공의 두바이~오크랜드 경로,

 
흥미로운 건 장거리 직항 노선 순위 1~7위가 모두 2016년 이후 신설된 노선이라는 점입니다. 
올 연말엔 신기록 등장도 예고돼 있습니다. 싱가포르항공이 5년 전 폐지했던 싱가포르 창이 공항과 뉴욕 뉴어크리버티 공항을 연결하는 직항편을 부활시키는 겁니다. 1만 5343㎞ 거리에 비행시간은 19시간에 이릅니다.  
 
이 노선은 2004년 신설됐다 2013년 말 폐지됐습니다. 실적 부진이 이유였습니다.  
당시는 국제 유가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을 때입니다. 연료비가 극도로 올랐지만, 항공사는 ‘세계 최장’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전석을 비지니스석으로 운영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좌석 점유율만 떨어졌고, 끝내 노선을 포기했습니다.  
 
그러나 2014년 배럴당 100달러 선이던 두바이유 가격이 2016년 초 20달러 선까지 급락하는 등 저유가 시대가 시작되면서 항공 트렌드가 바뀌었습니다.  
한 번 이착륙해서 멀리 날아가는 노선이 중·단거리 노선보다 저유가 혜택을 크게 볼 수 있게 되자 경쟁적으로 장거리 노선이 신설됐습니다.   
올해 말 부활할 예정인 싱가포르항공의 싱가포르~뉴욕 노선. 부활과 동시에 최장거리 노선이 된다.

올해 말 부활할 예정인 싱가포르항공의 싱가포르~뉴욕 노선. 부활과 동시에 최장거리 노선이 된다.

2016년 저유가로 장거리 경쟁 붙어 
연료 효율이 높은 차세대 항공기의 등장도 장거리 비행을 가능케 했습니다. 
콴타스항공이 런던행 노선에 투입한 787-9 드림라이너는 유나이티드 항공의 로스앤젤레스~싱가포르, 휴스턴~시드니 노선에도 이용되고 있죠. 
싱가포르 항공의 싱가포르~뉴욕 구간엔 에어버스의 최신기종 A350-900ULR이 투입된다고 합니다. 이 역시 크기가 비슷한 보잉 777-200 LR 보다 약 25% 연료 소비를 줄인 고효율 기종입니다. 
 
자, 그런데 순위에는 빠져있는 최장거리 노선이 있습니다.  
에어인디아의 델리~샌프란시스코 노선입니다. 운항 거리가 1만 5100㎞(9300마일)에 이르는 노선이죠. 카타르항공의 도하~오클랜드 노선보다 약 500㎞를 더 비행합니다.
그러나 콴타스항공의 퍼스~런던 운항을 보도한 뉴스에서도, 다른 최장거리 노선 리스트에서도 에어인디아의 델리~샌프란시스코 노선은 순위에 언급되지 않습니다. 
 
타이틀을 거머쥐어야 마땅한 이 노선이 순위에서 제외된 이유가 있습니다. 일부러 먼 길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취항 초 이 노선에 투입된 여객기들은 서쪽으로 날아 대서양을 건너 샌프란시스코에 닿았습니다. 1만 3900㎞의 여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에어인디아는 비행기를 반대로 띄우기로 합니다. 동쪽으로 태평양을 건너서 1000㎞ 이상 더 날아가기로 한 겁니다.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돌아가는 에어인디아, 최장거리지만 순위 제외 
항로를 바꾼 뒤 비행 거리는 늘었지만, 목적지엔 더 빨리 도착하게 됐습니다. 대서양을 건너갈 땐 샌프란시스코까지 약 16시간이 걸렸는데, 태평양을 건너자 비행시간이 14시간 남짓으로 줄어든 겁니다.
비행기와 같은 방향으로 불어서 비행기를 밀어주는 ‘뒷바람(tailwind)’ 덕분입니다. 에어인디아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지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돌고, 바람도 그 방향으로 분다. 서쪽으로 날면 맞바람의 저항을 받고 동쪽으로 날면 뒷바람의 도움을 받는다”
 
바람의 힘으로 에어인디아는 가장 멀리 날면서 20위권 내의 어떤 장거리 노선보다도 짧은 비행시간을 갖게 됐습니다. 항공사에 운항시간 단축은 연료비 절감을 뜻하는 것이니 에어인디아는 항로 변경으로 실질적 이익도 얻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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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한항공의 최장거리 노선은 인천~애틀란타 노선으로 1만 1477㎞(7132마일)를 약 15시간 10분 비행합니다.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 약 14시간 40분 비행하는 인천~뉴욕 구간(1만 1114㎞, 6906마일)이 최장거리 직항노선입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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