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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다음 대통령 잘 만나야 험한 꼴 안 본다

조강수 사회데스크

조강수 사회데스크

1995년 12월 3일 일요일 이른 새벽. 경남 합천의 한옥 앞이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 전날(2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12·12 및 5·18사건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소환에 불응, 이른바 연희동 ‘골목성명’을 발표한 뒤 고향의 친척 집인 이곳으로 내려왔던 터다. 그때 3년 차 기자였던 나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최고위층 취재원을 쫓아 내려와 회사 차 안에서 쪽잠을 자고 있었다. 그러다 차량 경적에 놀라 화들짝 깨어난 것이다. ‘아차차~’ 하고 밖으로 튀어나가 보니 검찰에서 파견된 수사관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앞에 두고 법원의 사전구속영장 내용을 고지하고는 곧바로 체포·압송절차에 들어갔다.
 
전 전 대통령을 태운 검은 색 차량이 안양교도소를 향해 가는 동안 하늘에선 헬리콥터들이 굉음을 울리며 오락가락했고 도로에선 취재 차들 간에 전쟁이 벌어졌다. 그 긴 호송행렬의 끝은 교도소 담장 앞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19일 만의 일이었다. 사람들은 “사필귀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두 전직 대통령 동시 구속수감에 대해 “세상에 이런 일이…”라고 혀를 찼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14년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1년여만인 2009년 4월 30일 뇌물수수 혐의로 대검 중수부에 소환됐다. 그게 더 큰 비극으로 번졌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말, 이명박 전 대통령은 1년도 채 안 된 지난 23일 새벽 감옥에 갇혔다.
 
1979년 10·26 사태로 유신체제가 무너진 이후 선출된 대통령 권력 8명 가운데 현직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4명이 구속됐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아들들이 구속돼 형사처벌을 받았다. 현대사의 비극이다.
 
이쯤에서 이런 우문을 던지게 된다. 비극을 초래한 원인은 뭔가? 후보 시절엔 대통합을 외치다가 당선하면 복수혈전에 골몰하는 현직 때문인가. 아니면 쿠데타를 일으키고 수천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비선실세’와 국정을 농단하거나, 다스의 실소유주임을 숨긴 채 출마해 일국의 대통령에 당선되고 재임 중에도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검찰 조사에서 드러난 전직 등의 원죄 때문인가. 눈에 뭐가 쓰여 대통령들을 잘못 뽑은 국민 탓인가.
 
1차적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스스로 어떤 비리도 없었다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과거사 청산’ ‘적폐 청산’의 단두대에 세워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잘못 쓴 책임도 크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씨를 믿고 의지한 것이, 이 전 대통령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중용한 것이 추락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2차적 책임은 직선제 시행 이후 그런 대통령을 뽑은 국민에게, 3차적 책임은 전 정권 최고권력자의 인신 구속과 사법적 단죄를 ‘사정 카드’ ‘통치 수단’으로 뽑아 드는 현직 대통령들에게 있지 않을까라고 나는 생각한다.
 
최근 관람한 영화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에는 제2차 세계대전 때인 1940년 5월 전시 내각의 총리로 임명된 윈스턴 처칠이 덩케르크에서의 대규모 철수작전인 ‘다이나모작전’이 끝날 때까지 19일간 고뇌한 흔적과 결단이 담겨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 히틀러의 위장평화 공세에 굴하지 않고 결전을 선언하는 계기가 된 건 런던지하철 현장에서 듣게 된 시민들의 목소리였다. 현장에 답이 있었다는 것이다. 전·현직 대한민국 지도자들에게는 기대하기 어려운 덕목 아닌가 싶다.
 
어렸을 적 성경 창세기를 읽었다. 아브라함은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야곱은 요셉을 낳고...족장사(族長史), 곧 이스라엘 역사다. 대한민국 현대사는 거꾸로다. YS는 전두환·노태우를 구속하고 MB는 노무현을 구속하려 하고 박근혜는 촛불시위로 구속되고 문재인은 MB를 구속하고...문재인 대통령이 비극 릴레이의 굴레를 벗으려면 개인 비리(뇌물)는 물론 직무상 잘못(직권남용)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다음 대통령도 잘 만나야 한다.
 
조강수 사회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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