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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아베를 멘붕에 빠뜨린 트럼프의 한 마디

서승욱 일본지사장

서승욱 일본지사장

“일본의 아베 총리, 아주 훌륭한 내 친구지. 하지만 이젠 그들에게 말하겠다. 그동안 그들의 얼굴엔 살짝 미소가 있었다. 그 미소는 ‘우리가 미국을 상대로 이렇게 오랫동안 (무역)이익을 봐왔다니, 믿을 수 없는 걸~’이라는 미소였다. 하지만 이젠 그런 날은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각)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제한 조치에 서명하면서 했던 이야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라는 이름을 일부러 거명하며 날린 이 독설 한마디에 일본은 대충격에 빠졌다. 일본은 한국이나 유럽연합(EU) 등과 달리 미국의 철강 관세 폭탄에서 제외되지 못했다. 앞서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상이 미국을 직접 찾아 읍소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이번에 트럼프는 철강 수입제한과 관련해 “철강 등의 대량 수입은 안전보장상의 위협”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의 철강이 졸지에 미국 안보상의 위협이 돼버린 상황이다.
 
취재일기 3/26

취재일기 3/26

철강 관세만이 아니다. 아베 총리는 미국에게서 더 뼈아픈 펀치도 맞았다. 25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달 중순 고노 외상은 미국 관리들과 만나 “북한의 중거리미사일 포기와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 약속을 북·미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삼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 등 미국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은 100% 함께 한다” “역사상 전례가 없는 긴밀한 미·일 동맹”이라고 호들갑을 떨어온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로선 할 말이 없게 됐다.
 
아베 총리는 사학재단 특혜 논란으로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 빠져 있다. 그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함에 내민 손길을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이나 뿌리친 모양새다. ‘스킨십은 스킨십, 국익은 국익, 제일 중요한 건 나의 선거 승리’라는 트럼프식 정치. 지난해 11월 골프장 벙커에 나뒹구는 굴욕까지 견뎌내며 트럼프를 극진히 대접했던 아베 총리에겐 멘붕으로 돌아왔다.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4~5월 정상외교가 임박했다. 게다가 ‘중국 황제’ 시진핑과 ‘러시아 차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한반도는 신형 무기를 장착한 스트롱맨들의 파워 과시 경연장이 됐다.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는 국제정치의 비정한 정글 속에서 운전대를 잡겠다면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치밀함과 냉정함을 장착해야 한다.
 
서승욱 일본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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