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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생명 위협하는 ‘침묵의 살인자’ … 숨 쉴 권리 보장하라

주말 내내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으며 온 국민이 ‘회색 공포’에 질렸다. 온통 뿌연 잿빛 하늘에 놀란 시민들은 “세상의 종말 같다” “이민 가고 싶다”는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환경부가 지방자치단체와 미세먼지 저감 비상조치를 시행했지만 시민들의 분통만 더 터지게 했을 뿐이다. 거리에 청소차를 투입하고 공공 대기배출시설의 운영 시간을 단축하는 게 전부였으니 감질나는 땜질 처방이란 비난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미세먼지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국민이 느끼는 체감도는 외려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만이 아니라 많은 시민이 미세먼지를 ‘침묵의 살인자’라며 생명의 위협을 호소하고 나설 판이다. 오죽하면 올 들어서만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수천 건을 헤아리겠는가.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는 무엇보다 정부가 미봉책에 짜깁기 재탕 수준이란 지적을 면치 못하는 어설픈 미세먼지 대책을 되풀이해 온 탓이 크다. 박근혜 정부가 재작년 내놓은 미세먼지 범정부 종합대책만 해도 그렇다. 향후 10년 내 유럽 주요 도시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경유값 인상에 고등어구이 금지, 차량부제 같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책으로는 어림없다는 비판을 들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현 정부는 대선 때 임기 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줄이고, 이를 추진할 대통령 직속 대책기구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정부의 추진 의지나 정책의 세부적인 면에 의구심을 갖는 환경 전문가들이 많다. 새로 만든 미세먼지대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이 아닌 환경부 아래 둔 것부터가 문제다. 컨트롤타워로서의 장악력이 떨어지다 보니 그간 진행된 회의는 두어 번에 그치고 제대로 합의된 것도 없다고 한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이 30~50%에 이르는 만큼 대중국 외교 노력이 절실하지만 중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우리 정부의 처신에 국민 불만은 치솟고 있다. 미세먼지 대책을 한·중 정상급 의제로 격상시키겠다고 공약했지만 지난해 8월 장관급 수준에서 한·중 환경협력센터를 설치하기로 합의한 정도가 고작이다.
 
미세먼지는 이제 일상적 공포가 됐다. 위협받는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 보호는 국가의 최대 책무다. 근본적인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정부로서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괜스레 원전을 닫느니 마느니 매달릴 게 아니라 환경 친화적 장점을 살리는 한편, 풍력·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자동차 보급에서부터 대기오염총량 규제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중국에도 오염 원인 공동 연구와 해법 모색 등 우리의 생명권 차원에서 당당하게 주장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고 싶다. 남북 정상회담도, 북핵 폐기도 다 좋지만 헌법개정안에 넣으려는 그 ‘사람’에겐 자유롭게 숨 쉴 권리가 천부의 인권이다. 미세먼지 없애기에 문재인 정부의 성패가 달렸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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