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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임원 사외이사로 … ‘예스맨’ 양산하는 주총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강당. 아모레퍼시픽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기관투자가 일각의 문제 제기를 뒤로하고 김진영 전 신세계조선호텔 업무지원실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김씨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월 500만원 상당의 자문료를 받고 신사옥 내부 공간 연출 등에 대한 자문용역계약을 수행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 증권가에선 용역 계약 등 이해관계에 있던 사람이 사외이사를 맡게 되면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김씨는 용역 기간이 끝난 후 사외이사로 선임했기 때문에 결격 사유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포스코ICT는 지난 12일 주총에서 김주현 전 포스메이트 상임감사를 감사로 선임했다. 그는 주총 소집을 공지한 지난달 23일에는 포스메이트에서 일했지만, 주총이 열리기 직전 사임했다. 회사는 최근 3년 동안 김씨와의 금전적 거래 내역이 없기 때문에 상법상의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가 속했던 포스메이트는 포스코가 57.3%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다. 그는 또 과거 포스코AST의 경영지원본부장으로도 재직한 경력이 있다. 이현경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은 “계열 관계에 있는 회사에 재직한 사람은 사외이사로서 독립적인 견제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해마다 제기된 ‘거수기(남이 시키는 대로 손을 드는 사람) 사외이사’ 선임 논란이 올해 기업 주총에서도 이어졌다. 사외이사는 주주를 대신해 경영진을 감시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경영에 ‘훈수’를 둘 수 있는 전문성과 눈치 보지 않고 의견을 낼 수 있는 독립성이 필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올해 주총에서도 기업의 용역 일감을 수행했거나 계열사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독립적인 경영 감시자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받는 사람이 대거 사외이사로 선임돼 논란을 낳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현대글로비스가 지난 16일 사외이사로 선임한 이동훈 전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을 대표적인 경우로 꼽았다. 그는 경영 부실 문제가 불거진 ㈜STX 사외이사 재임 당시 총 83건의 이사회 안건 전체에 ‘찬성’했다. 기업 부실을 초래할 수 있는 STX 경영진의 의사 결정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일신방직은 1999년 2월부터 19년 동안 사외이사로 재직한 신영무 후보를 이번에도 재선임했다. 노루홀딩스는 지난 3년간 이사회 출석률이 70%에 그친 김연성 후보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고, 현대홈쇼핑도 세무법인 티엔피 대표이사, 현대건설 사외이사를 겸직 중인 김영기 후보를 같은 날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상법을 어기진 않았더라도 지나치게 오랜 기간 같은 회사 사외이사로 재직했거나, 출석률이 낮거나, 과도한 겸직을 하고 있는 사외이사는 경영진 견제 업무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증권업계가 매년 반복해서 제기하는 ‘거수기 사외이사’ 논란에 대해 “현행 상법을 지켜 사외이사를 선임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상법상 3개 이상 기업에서 이사를 맡는 사람은 사외이사로 선임해선 안 되지만, 김영기 후보가 속한 세무법인은 상법이 규정한 회사는 아니다”며 “법적 절차를 지켜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기업 지배구조 관련 연구소들은 사외이사 선임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의 모범 사례로 LG디스플레이를 꼽는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월 주총에서 당초 선임하겠다고 밝힌 사외이사를 돌연 교체한 적이 있다. 3년 동안 회사에 기술 자문 용역을 맡은 사람은 사외이사로서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는 기관투자가들의 지적을 즉각 수용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회사와 장기 용역 계약을 맡았던 사람은 경영진 견제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새 후보자를 사외이사로 다시 선임했다”고 말했다.
 
강윤식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법으로 사외이사의 겸직이나 회사와의 금전 거래를 금지한 것은 기업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율”이라며 “법의 취지를 살려 사외이사들이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업들도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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