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랍에미리트(UAE)를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왕세제와 단독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날 UAE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개최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왕세제와의 정상회담에서 “원전은 두 나라 사이의 협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공통의 의지를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난해 12월 UAE 특사 파견으로 불거진 이명박 정부 때의 ‘비밀 군사 양해각서(MOU)’ 체결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잡음이 일긴 했으나 두 나라 사이가 조금도 훼손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국민 사이에서 한국과 UAE의 국방협력에 대한 공감을 얻게 됐고 국방협력을 더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논란은 “UAE와 원전 수주 계약을 맺으면서 유사시 군사 개입을 약속하는 비밀 군사협정을 주도했다. 국회 비준이 필요 없는 협약을 맺었다”는 김태영 전 국방장관의 발언에 대한 중앙일보 보도로 실체가 확인된 사안이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왕세제와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와 함께 양국 정상은 외교ㆍ국방 차관이 참여하는 ‘2+2 차관급 협의체’ 신설에도 합의했다. 현재 한국은 미국ㆍ호주와 2+2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고, 인도와도 협의체 가동을 앞두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2 협의체에 대해 “제기된 논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 위한 ‘입구’라는 성격도 있다”고 설명했다.
무함마드 왕세제는 임 실장에게 각별한 대우를 했다. 정상회담 전 임 실장에게 “잘 지냈느냐(How are you)”라고 먼저 인사를 건네며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임 실장 역할을 칭찬했다. 임 실장은 웃으며 “별 말씀을요(My pleasure)”라고 화답했다. 임 실장은 지난 1월 방한했던 칼둔 행정청과도 여러 차례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무함마드 왕세제가 25일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 양국 정상회담 전 도열해 기다리고 있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임 실장은 지난해 12월 UAE에 특사로 파견돼 무함마드 왕세제를 접견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당초 단독 정상회담에는 양국의 외교장관만 배석할 예정이었지만, 무함마드 왕세제의 요청에 따라 임 실장과 칼둔 청장이 함께 배석했다. 양 정상과 향후 양국 관계를 이끌 당사자가 참여한 단독 정상회담은 예정된 15분의 3배가량인 43분간 진행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회담의 핵심 목표는 양국 정상 간 신뢰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단독 회담이 길어진 자체가 ‘굿 뉴스’”라고 말했다.
한편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수립된 지 9년 만이다. 현재 한국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합의한 국가는 인도(2015년), 인도네시아(2017년) 뿐이다.
문 대통령은 공개 발언에서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중동 국가로는 처음으로 UAE를 방문해 대단히 기쁘다. 그 동안 양국의 특사들이 오갔지만, 왕세제를 직접 뵙고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해 협의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무함마드 왕세제는 “양국 관계는 이미 매우 강력하고 특별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발전시키고자 하는 방안을 끊임없이 강구하길 바란다”며 “UAE를 대통령의 제2의 국가라고 생각하고 편안히 계시다 가길 바란다”고 답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아부다비 왕세제와 한ㆍUAE 정상회담에 앞서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MOU 체결식을 마친 뒤 양 정상은 도열해 기다리던 허용수 GS EPS 대표이사 사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등 한국 기업인 14명과 악수를 나눴다. 칼둔 청장이 안면이 있던 한 기업인과 포옹을 하고 이를 임 실장이 이를 웃으며 바라보기도 했다. 당초 UAE는 오찬 장소가 협소하다는 이유 등으로 5명의 기업인만 초청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참석자를 확대해달라고 직접 요청하면서 기업인 14명이 모두 오찬에 참석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 시간) 아부다비 전몰장병 추념비를 방문해 추념비에 헌화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UAE 아부다비=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