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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하게 연설문 중얼거린 아베…기념 볼펜은 재고 수북

[특파원 르포]초조하게 연설문 중얼거린 아베...다카키 미호도 못띄운 자민당 당 대회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25일 도쿄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자민당 당대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당 대회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총재연설에서 2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아베 총리는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약속 드리겠다”면서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과 관련한 재무성 문서조작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아베 총리가 25일 열린 당 대회에서 재무성 문서 조작 사건과 관련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총리가 25일 열린 당 대회에서 재무성 문서 조작 사건과 관련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행정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사태이며, 행정의 장으로서 그 책임을 통감한다. 행정전반의 최종적인 책임은 내각총리인 나에게 있다”고 말했다. 사과의 내용은 이전과 같았지만, 고개를 숙인 아베 총리의 얼굴은 한층 어두웠다.
 
1년전 당 대회는 아베의 ‘총재 3연임’이 가능하도록 당 규정까지 고치는 등 이른바 ‘아베 1강(强)’을 강화한 대회였다. 
그러나 1년만에 돌아온 당 대회는 각종 스캔들과 대북정책 ‘저팬 패싱’ 논란까지 겹쳐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집권당의 잔치인 당 대회는 초상집 분위기에 가까웠다.
 
아베 총리가 25일 도쿄 시내 호텔에서 열린 당 대회에서 총재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총리가 25일 도쿄 시내 호텔에서 열린 당 대회에서 총재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5일 당 대회가 열리기 한 시간 전인 오전 9시. 이미 대회장은 전국에서 모인 당원들과 국회의원, 지방의원, 대의원 등 3000여 명으로 북적였다. 규모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참석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귀엣말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전날 전국 간사장 회의에서 지지율 급락이 내년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터였다. 
 
오전 10시 당 대회 시작과 함께 아베 총리의 영상이 당 대회장 스크린에 띄워졌다. 영상 속 아베 총리는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를 압승으로 이끌고, 북한의 위협이라는 ‘국난’에서 “이 나라를 지켜내겠다”고 외친 성공적인 지도자로 그려졌다. 깜짝 게스트로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트 금메달리스트인 다카키 미호(高木美帆) 선수가 등장했지만 분위기는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았다. 
 
 아베 총리가 25일 도쿄 시내 호텔에서 열린 당 대회에서 총재연설을 하기 위해 무대로 나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총리가 25일 도쿄 시내 호텔에서 열린 당 대회에서 총재연설을 하기 위해 무대로 나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무대 옆 귀빈석에 앉은 아베 총리는 연설 내용을 혼자 중얼거리는 등 초조한 모습을 나타냈다. 11시15분 어두운 얼굴로 단상에 선 아베 총리는 “재무성 문서 조작을 둘러싸고 여러분들께 대단히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로 연설을 시작했다.  
 
아베 총리는 약 15분간 이어진 연설 대부분을 지난 10월 중의원 선거 압승과 아베노믹스의 성과를 소개하는데 할애했다. “3번의 총선거에서 가장 많은 득표로 선거에서 압승해 정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젊은이들이 미래와 장래를 맡길 수 있는 농림수산업으로 바꾸겠다”, “외국인 관광객을 2020년까지 4000만명으로 늘리겠다” 등의 대목에선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25일 도쿄 시내 호텔에서 열린 당 대회에서 총재연설을 하기 위해 무대로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 뒤로 '실행의 1년'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총리가 25일 도쿄 시내 호텔에서 열린 당 대회에서 총재연설을 하기 위해 무대로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 뒤로 '실행의 1년'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그러나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대북 정책에서 일본이 소외되고 있다는 논란을 의식한 듯 아베 총리는 “북한이 대화에 나온 것은 평가한다”면서도 “압력을 최대한까지 높이도록 일본이 국제사회를 리드해왔기 때문”이라고 자찬했다. 납치피해자 문제도 빼놓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이 기회에 납치문제를 전진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맹세한다”고 말했다.
 
정작 자신의 숙원 사업인 헌법 개정과 관련해선 연설의 마지막 약 3분정도를 할애하는데 그쳤다. 아베 총리는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해 위헌논란의 종지부를 찍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개헌 추진 일정 등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동안 연내 개헌안 발의에 강한 의욕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후퇴한 인상이었다.
 
아베 총리(가운데)가 25일 도쿄 시내 호텔에서 열린 당 대회에서 당원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부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총리(가운데)가 25일 도쿄 시내 호텔에서 열린 당 대회에서 당원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부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민당은 이날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의 당무보고 형식으로 당 개헌안의 골자를 발표했다. 니카이 간사장은 “개헌은 국민 여러분의 이해를 얻어 추진하는게 중요하다”며 당 차원에서 국민운동을 전개해줄 것을 당부했다.
 
오히려 이날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아베가 아닌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자민당 의원이었다. 당 대회가 끝나자마자 기자들 20~30여명이 그의 한마디를 듣기 위해 달라붙었다. 고이즈미 의원은 재무성 문서 조작과 관련 "헤이세이(平成) 정치사에 남을 큰 사건이며,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헌법개정에 대해서도 “찬성의 기운이 높아지지 않으면, 국민투표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신뢰 없이는 헌법 개정은 없다”고 말했다.
 
'포스트 아베'로 분류되는 정치인들도 아베를 견제했다.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총무상은 “당내 개헌 논의가 다 이뤄지지 않았고, 아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는 이상 논의를 거듭해 답을 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도 “자위대가 합헌이라고 헌법에 쓰는 것만이 개헌의 목적은 아니다”라며 아베 총리의 자위대 명기안에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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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회에서 만난 자민당의 한 관계자는 "아베 총리 연설 도중 야유 등이 없이 무사히 치러져 다행이다"고 말했다. 당에서 판매하는 ‘아베 신조’ 이름이 새겨진 기념볼펜은 재고가 수북했다.
 
한편 이날 당 대회장 주변을 비롯해 도쿄 도심 곳곳에서는 아베 내각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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