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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패션계 섭외 1순위, 네일리스트 진순 최

미국 뉴욕 패션계에서 가장 손꼽히는 네일리스트 최진순씨를 만났다. [사진 최진순 ]

미국 뉴욕 패션계에서 가장 손꼽히는 네일리스트 최진순씨를 만났다. [사진 최진순 ]

 
네일은 패션의 마침표에요.”
미국 뉴욕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뷰티 전문가로 손꼽히는 27년 경력의 한인 네일리스트 최진순(55)씨의 말이다. 마침표 없이 글이 완성되지 않듯, 패션을 완성하는 데 네일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지난달 열린 ‘2018 네일 엑스포 코리아’에서 한국 네일 브랜드 반디와 함께 자신의 브랜드 ‘진순(JINSOON)’의 협업 제품을 론칭하고 한국네일협회에서 수여하는 공로상을 받으러 한국을 찾는 그를 만났다.  
지난 2월 2일~4일 열린 2018 네일 엑스포 코리아의 진순 부스. [사진 반디]

지난 2월 2일~4일 열린 2018 네일 엑스포 코리아의 진순 부스. [사진 반디]

최진순씨는 뉴욕 패션·뷰티 업계에서 꽤 유명한 한국인이다. 보그·코스모폴리탄·엘르 등 유명 잡지 커버와 화보 작업을 도맡아 했고, 뉴욕 타임즈매거진과는 2001년에 8페이지의 네일 화보를 촬영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지금도 네일과 관련한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을 때면 섭외 1순위로 지명되는 베테랑 네일리스트다. 유명 스타와의 인연도 남다르다. 앤 헤서웨이·셀레나 고메즈·벨라 하디드 등을 비롯 수많은 셀레브리티를 고객 리스트로 확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마크 제이콥스·필립 림·마이클 코어스 등 뉴욕 패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디자이너들 역시 쇼가 있을 때면 늘 그에게 네일 연출을 맡긴다. 
최씨는 "한 번은 마크 제이콥스가 자신의 패션쇼를 위해 ‘완전하지 않을 때 더 완전해진다’는 콘셉트를 네일로 표현해달라고 요청했다. 고민 끝에 네일 컬러를 바른 손톱이 한동안 자라나 손톱 윗부분이 깨끗이 비워진 것처럼 보이도록 했는데, 쇼를 앞두고 시간이 너무 부족해 네일 팁을 밤새 작업해 준비해 갔던 기억이 난다"며 일화를 들려줬다.   
뉴욕 패션 위크가 열리는 시즌이면 패션 쇼 준비로 늘 바쁘다.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와 최진순씨. [사진 최진순]

뉴욕 패션 위크가 열리는 시즌이면 패션 쇼 준비로 늘 바쁘다.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와 최진순씨. [사진 최진순]

최씨가 업계에서 톱 네일리스트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최고의 실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네일은 패셔너블하다. ‘네일 아트’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요란한 스타일이 아니다. 깨끗하게 컬러를 바르고 점 하나, 선 하나를 더해 손톱이라는 15mm 캔버스 위에 세련된 모던 아트를 완성한다. 네일 아트를 할 때 주로 영감을 받는 분야도 현대 미술 쪽이다. 마크 로스코의 추상화, 앤디 워홀처럼 경쾌한 팝 아트를 연상케 하는 네일 아트가 손톱 위에 펼쳐진다.  
최씨는 “뉴욕의 수많은 미술관과 갤러리를 돌며 매 시즌 새로운 작품을 상상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며 “그 외에도 옛날 영화를 보고 미술 역사·건축·패션 등을 공부하며 리서치 작업을 많이 한다”고 작업 비결을 밝혔다. 2014년에는 유럽의 미술·가구·건축에 나타나는 중국풍 양식을 일컫는 시누아즈리(Chinoiserie) 컬렉션을 발표하기도 했다. 붉은 네일 컬러와 반짝이는 은색으로 이루어진 컬렉션이다. 2011년에는 뉴욕패션위크 중 디자이너 프라발 구룽의 쇼에서 한국의 수묵화를 적용한 캘리그래피 네일을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1 뉴욕 패션 위크 프라발 구룽 쇼에서 선보인 캘리그라피 네일. [사진 핀터레스트]

2011 뉴욕 패션 위크 프라발 구룽 쇼에서 선보인 캘리그라피 네일. [사진 핀터레스트]

 
단돈 400달러 들고 뉴욕 땅 밟아
"사람과의 관계가 제일 중요해요." 최진순씨는 일을 깔끔하게 잘한다는 기본 하에 사람과의 관계를 잘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공 비결이라고 말한다. [사진 최진순]

"사람과의 관계가 제일 중요해요." 최진순씨는 일을 깔끔하게 잘한다는 기본 하에 사람과의 관계를 잘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공 비결이라고 말한다. [사진 최진순]

“처음에는 영어가 안 돼서 정말 힘들었어요.”  
최씨는 스물여덟 살이던 1990년 1월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 시애틀에 살던 언니네 집에 잠시 머물다가 언니에게 400달러를 빌려 뉴욕에서의 삶에 도전했다. 자격증이 없어도 취직할 수 있는 한인 네일숍에서 일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네일 기술을 배워 간 것도 아니었다. 한국에선 남대문시장에서 옷을 디자인해서 도매로 파는 일을 했다. 최씨는 “네일숍에서 제일 좋았던 건 손님들이랑 얘기하면서 영어를 배울 수 있었던 것”이라며 “사전을 옆에 두고 대화 중 틈틈이 공부도 하면서 일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패션쇼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뉴욕 최고의 패션피플 벨라 하디드와 최진순씨. [사진 최진순]

패션쇼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뉴욕 최고의 패션피플 벨라 하디드와 최진순씨. [사진 최진순]

워낙 서글서글한 성격 덕분에 손님들과의 관계가 특히 좋았다고 한다. 손님의 추천으로 고급 헤어 살롱의 네일 서비스를 하게 됐고, 네일 홈서비스도 시작할 수 있었다. 최씨는 “손님이 선물해 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홈서비스를 했다. 당시만 해도 드문 서비스였는데 손님들이 서로 입소문을 내줘 반응이 꽤 좋았다”며 “그러다 한 손님으로부터 네일 촬영에 도전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 길로 뉴욕 맨해튼에서 가장 큰 서점에 들러 패션 잡지 50개권에서 각 잡지 뷰티 에디터의 e메일 주소와 회사 주소를 적어왔다. 모두에게 홍보 메일을 보냈는데 그 중 딱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그가 바로 코스모폴리탄 뷰티 디렉터 안드레아 포메란즈 (Andrea Pomerantz)였다. 
이탈리아 보그와 2017년 7월호 커버를 함께 작업했다. [사진 최진순 인스타그램]

이탈리아 보그와 2017년 7월호 커버를 함께 작업했다. [사진 최진순 인스타그램]

이후 각종 잡지에서 최씨의 이름을 보는 게 어렵지 않게 됐다. 특히 2001년 뉴욕 타임즈매거진과의 화보가 큰 화제가 됐다. 커버걸·메이블린·로레알 등 큰 뷰티 하우스와의 작업도 계속됐다. 2018년 현재 그는 맨해튼에서 4개의 네일숍을 운영하고 있다. 최씨는 “운도 좋았지만 한국 사람 특유의 치밀함, 좋은 손맛이 통했던 것 같다”며 “무엇보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좋게 쌓았던 것이 두고두고 자산이 되었다”고 성공 비결을 밝혔다.  
가장 최근에 오픈한 뉴욕 트라이베카의 진순 핸드 앤 풋 스파 숍. [사진 최진순 인스타그램]

가장 최근에 오픈한 뉴욕 트라이베카의 진순 핸드 앤 풋 스파 숍. [사진 최진순 인스타그램]

2012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네일 브랜드 ‘진순(JINSOON)’도 론칭했다. 한국에는 2014년 직진출했다가 올해부터 네일 브랜드 반디와 협업 형식으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씨는 “올봄에는 팝아트에서 영감을 받은 파스텔컬러에 주목하라”며 “컬러를 깨끗하게 바르고 도트·체크 등의 무늬로 포인트를 주면 근사할 것 같다”고 권했다. 
 진순이 제시하는 2018 봄 트렌드 신제품 ‘도트 인 뉴욕’ 컬렉션. [사진 반디]

진순이 제시하는 2018 봄 트렌드 신제품 ‘도트 인 뉴욕’ 컬렉션. [사진 반디]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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