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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심비ㆍ워라밸… 기업이 주목하는 학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코리아』엔 원칙이 있다. 소비 트렌드를 10개의 키워드로 요약하는데, 그 앞 글자를 모아보면 이듬해 띠를 의미하는 동물이 되도록 하는 식이다. 무술년 개띠의 해인 올해는 ‘WAG THE DOGS, 황금개의 해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라고 지었다. 장진영 기자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코리아』엔 원칙이 있다. 소비 트렌드를 10개의 키워드로 요약하는데, 그 앞 글자를 모아보면 이듬해 띠를 의미하는 동물이 되도록 하는 식이다. 무술년 개띠의 해인 올해는 ‘WAG THE DOGS, 황금개의 해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라고 지었다. 장진영 기자

[인터뷰]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세계 주요 패션업계가 이듬해 유행할 스타일을 패션쇼를 통해 주도하듯, 사람들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을 넘어 아예 ‘셋팅 ’해버리는 사람이 있다. 미래 소비 트렌드에 대한 그의 말은 곧 현실이 된다. 기업에서는 매년 10월 말 출간되는 그의 책을 분석해 이듬해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한다. 대중에겐 밀리언셀러『아프니까 청춘이다』(2010)로 더 유명한 김난도(55ㆍ사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가심비’‘가성비’‘워라밸’‘소확행’등 수많은 단어를 처음 만들어내거나, 또는 대중에 본격적으로 퍼뜨려 유행어로 변신시켰다. 지난 22일 서울대 생활과학대학에 있는 연구실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트렌드 세터가 된 트렌드 분석 
 
-트렌드 분석이 트렌드를 만드는 상황이 됐다. 마치 미래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하지만 없는 걸 만들어 내는 건 아니다.  내가 ‘죽도록 일하자’라는 키워드를 만든다고 해서, 기업과 소비자들이 그 단어를 쓰는 건 아니다. 초기 트렌드를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작은 현상들이 모여서 기술과 정책·경제·기후·문화적 요건과 맞아 떨어질 때 도약점을 넘어 폭발하는 거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가 22일 오전 서울대학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가 22일 오전 서울대학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가심비·워라밸·소확행 등 수많은 유행어 만들어
 
-트렌드 분석이 주로 소비와 유통에 초점을 두고 있다. 
“나는 ‘소비’라는 잣대로 세상을 본다. 소비의 변화를 세 글자로 트렌드라고 부른다. 소비라는 현상은 경제 문제뿐 아니라 기후나 정치적 이념 또는 기술 등 여러 요소가 복합돼 나타나는 현상이다. 소비를 통해서 세상을 보면 세상이 거의 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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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간 만들거나 유행시킨 말이 많다.  
“트렌드를 압축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가 주는 힘이 있다. 가심비나 일코노미ㆍ스칸디맘 등은 내가 작명해서 『트렌드 코리아』에 쓴 말이다. 만들진 않았지만, 유행시킨 단어로는 욜로ㆍ소확행ㆍ워라밸ㆍ가성비 등이 있다."
 
-『트렌드코리아』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출간하게 됐나.
 
“2004년 서울대에 트렌드분석센터를 세웠다. 연구하다 보니 트렌드 키워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황금돼지의 해였던 2007년 10개의 키워드를 모아 앞 문자를 따서 ‘golden pigs’라는 제목으로 자료를 만들어 신문에 실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 여기서 힘을 얻어 2009년부터 ‘트렌드코리아’라는 이름으로 매년 10월 말에 이듬해 소비 트렌드를 예측하는 단행본을 펴내게 됐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가 22일 오전 서울대학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가 22일 오전 서울대학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트렌드 분석의 주 소비층은 누구인가.
“기업이다. 기업인 특히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하시는 분을 만날 때면 ‘이런 점을 신경 써라’고 얘기한다.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 고객ㆍ시민과 접점이 있는 기관에서도 많이 참고한다. 아예 기업에서 이런 것을 바탕으로 컨설팅을 요구하기도 한다. 올해도 현대차와 에버랜드ㆍ아모레퍼시픽ㆍ코웨이 등 여러 기업의 요청이 있었다.”
 
200명 트렌드 헌터와 석·박사 연구원들 힘 모아
 
-트렌드 분석은 어떻게 하나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려고 한다. 수많은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 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욕망을 꿰뚫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요즘은 옷이 잘 안 팔리고, 대신 여행은 많이 간다. 이런 결론을 얻기 위해 기본적으로 신문을 샅샅이 읽고, 신용카드 회사의 카드 사용명세와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 등과 같은 빅데이터 분석, 통계청 발표 통계 등도 이용한다. 필요할 경우 설문조사도 한다.”
 
-이 많은 분석을 어떻게 하나.
“트렌드 헌터들이 200명 이상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매년 봄부터 여름까지 한 달에 한 번씩 트렌드 다이어리를 보내준다. 이게 모이면 1000개의 트렌드 보고서가 된다. 이것을 바탕으로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에서 연구ㆍ분석해 책의 얼개를 잡아나간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가 22일 오전 서울대학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가 22일 오전 서울대학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트렌드 분석과 미래연구는 다른 건가.
“조금 다르다. 트렌드 분석에서는 내년, 멀어도 3~5년의 근(近) 미래를 보려고 한다. 미래연구는 5~10년 또는 그 이상의 큰 시야에서 연구를 하는 것이다. 메가트렌드 연구가 그런 것이라 보면 된다. 트렌드 분석의 주 소비자가 기업이라면, 미래연구는 정부처럼 10년 이상의 큰 그림을 보는 곳에서 주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학부 전공은 법학, 석ㆍ박사 전공은 행정학인데 어떻게 소비자학과 교수가 됐나.
“제 모토가 ‘인생은 계획이 아니라 계기다 ’이다. 돌이켜보면 인생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더라. 새로운 계기가 생기면, 그쪽으로 또 진화하는 것이다. 박사 전공이 조직행태인데, 서울대에서 소비자학과를 만들 때 소비자 행태를 전공한 교수를 찾다 보니 나한테까지 기회가 왔다. 처음 교수가 됐을 때 소비자 행태를 연구하느라 박사학생 시절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다.” 
 
☞ 김난도 =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아동학부 소비자학전공 교수. 서울대 법대 학부를 졸업했지만, 대학원에서 행정학으로 석사학위를,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행정대학원에서 조직행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 서울대 생활과학대 소비자학과에 교수로 임용되면서 행태연구의 대상을 소비자로 바꿨다. 매년 말 나오는 『트렌드 코리아』외에도『아프니까 청춘이다』『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썼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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