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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대륙'에서 '같은 공관'으로...부부 외교관 달라진 트렌드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유지혜 기자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유지혜 기자

  
결혼 기간 중 최소 절반은 떨어져 살아야 하는 부부들이 있다. 각기 다른 대륙에 몇년 씩 떨어져 있기도 하는 이들의 생이별은 스케일이 다르다. 바로 부부 외교관들이다.
 
현재 외교부 내에 부부 외교관은 42쌍 있다. 최근 들어 여성 외교관이 증가하면서 외교관 커플도 비례해 늘어나는 추세다. 외무고시에서 여성이 남성 합격자 수를 추월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다. 2006년에 부부 외교관은 14쌍이었다. 12년 사이 3배로 늘어났다.
 
외교관의 특성상 3~4년에 한번은 해외 공관 근무를 하게 된다. 30년 정도 외교관 생활을 한다고 했을 때 통상 5~6번 정도 공관에 나간다. 하지만 불과 6~7년 전만 하더라도 부부 외교관이 한 공관에서 근무하는 것은 사실상 금지됐다. 한 직원은 “내규로 정하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인사위원회 때마다 암묵적으로 적용되던 원칙이었다”고 설명했다. 부부가 함께 근무하면 공사 구분이 어려워지고 기강이 해이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에 부부라는 사실을 숨기는 외교관 커플도 있었다고 한다.  
 
부부 외교관 1호인 박은하 외교부 공공외교대사(외시 19회, 1985년 입부)는 이런 수난사의 산증인이다. 박 대사는 외시 7년 선배인 김원수 전 유엔 사무차장과 87년 결혼에 골인했다. 그는  31년 간 공관 근무를 5번 했다. 부부가 떨어져 있었던 기간은 15년이다.
 
첫 아들을 낳은 뒤 박 대사는 뉴욕, 김 전 차장은 인도 뉴델리, 아들은 박 대사의 친정이 있는 부산에서 사는 ‘세지붕 한가족’ 상황을 겪기도 했다. 직후에 박 대사가 인도에 발령받으면서 90년대 초 가족이 상봉할 수 있었다. 이 때가 부부가 같은 공관에서 근무한 사실상 유일한 경험이다.
 
곧이어 박 대사가 유엔 대표부에 발령받았는데, 김 전 차장이 6개월 뒤 유엔 대표부로 오게 됐다. 그래서 박 대사는 뉴욕 총영사관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김대중 정부 때였던 2000년대 초반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박 대사가 청와대에 파견돼 일한 지 6개월 뒤 남편도 청와대로 발령받았다. 박 대사는 또 자리를 외교안보연구원으로 옮겨야 했다. “청와대에 함께 있을 수 있는 부부는 대통령과 영부인밖에 없다”는 얘기를 뒤로 하고서다.
 
외교부 내에서 유리 천정을 깨온 1세대 여성 외교관 그룹의 핵심으로 꼽히는 박 대사조차도 “예전에는 여성 외교관을 온전한 한 명의 외교관으로 인식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회고봤다.
 
근래에는 동기끼리 커플로 맺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연스럽게 공관의 한 직위를 놓고 부부가 경쟁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이에 정원이 많은 러시아나 브라질이 인기가 높아진다고 한다.
 
경력 15년 미만의 한 부부 외교관은 “배우자가 직항편도 없는 곳에 근무해 명절 때 비행기가 경유하는 제3국에 아이를 데려가 만난 적이 있다. 부부 외교관 입장에서는 직항이 있는지, 시차가 얼마나 나는지도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또다른 부부 외교관은 “사실 가족계획을 세우는 것조차 쉽지 않다. 하나는 어떻게 한다고 해도 둘째는 정말 어렵다”며 “첫 임지부터 휴직, 연수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감안해 관리를 잘 하는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풍이 거세지며 외교부 내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부부 외교관을 바라보는 시선도 “A가 B의 부인이라더라”에서 “A와 B가 부부더라”로 바뀌었다. 부부 외교관이 같은 공관에서 근무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비판도 부 안팎에서 나왔다.
 
지난해 6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부임하면서 이런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외교부 혁신 과제 중 하나로 정하며 부부 외교관 문제에도 주목했다. 강 장관 부부 역시 그의 국제기구 근무로 오랜 기간 떨어져 생활해야 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자격이 충분하다는 전제 하에 부부 외교관이 같은 공관 근무를 원한다면 전향적으로 검토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소개했다. 이런 원칙은 지난해 가을 공관 인사 때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됐다. 부부가 한 공관에 근무하는 사례는 올 1월 기준으로는 5쌍, 3월 기준으로는 2쌍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가정 친화적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강 장관의 공약 중 하나였다”며 “직원들도 볼 수 있는 혁신 이행 현황 게시판을 운영하며 강 장관이 직접 상황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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